한동안 블로그를 못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학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았다. 강의와 자습을 포함한 실질적인 지식의 습득은 물론, 대학교에서 생활하며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정보의 습득에 치여 살았다. 학생의 본분은 뭐니뭐니해도 공부이므로 내가 본격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어울려 생활하기 전에 개인의 신상을 점검하고 나 자신이 공식적인 과제를 수행할 준비가 되었는지 알아보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둘째, 혼자 끙끙 앓고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블로그에 올릴 만한 사색은 설 자리를 잠깐 내 주었다. 나는 블로그에 나의 모든 것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의 스타일을 알려줄 수 있고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가치있는 인간인지를 일깨워 주는 생각은 거침없이 글로 표현해낸다.


셋째, 그동안 블로그와 같은 1인 미디어가 아닌 싸이월드 같은 다인 미디어에 조금 더 신경을 썼기 때문에 블로그에 소홀했던 점도 없지 않다. 난 우리 반 클럽에 가서 친구들의 100문 100답을 주의 깊게 읽어보고, 공지사항을 매일 둘러보고, 가끔씩 친구들의 미니홈피에 찾아가 방명록을 남기고 또 나에게 온 방명록을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았다. 하지만 남들이 아닌 자신을 알아가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어차피 매일 밤이 깊어가면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나를 점검할 것이니까 조금 더 나에 대한 글을 많이 써보면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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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강한지도 벌써 열흘이 넘었다. 대학에서 공부는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이때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갑게 인사하며 그들을 내 곁에 붙잡아 둘 것인지 등을 생각하면서 열흘을 보냈다. 중첩된 생각이 머리를 짓누르는 나날들이 지나가는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항상 매일 새로운 고민을 하지 말고, 차라리 내가 살아갈 모든 나날들에서 공통적으로 통할 수 있는 나의 생활 양식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차피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반복되는 일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람은 그 일상에 젖어들어 나중에는 일상의 반복에 안주하는 것에 상당한 행복을 느낀다.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이 별 탈 없이 서서히 발전해 나가면서 인생을 살아갈 대략적인 요령을 터득했다는 것에 있다. 물론 가끔씩 일상에서 탈출하여 휴식을 취하거나 스포츠를 즐기거나 문화 활동에 참가해야 인간의 행복에 근접할 수 있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일상은 그러한 부정적 맥락에서의 일상이 아니다. 일에서의 성공과 인간관계에서의 성공, 크게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장하기 위한 긍정적인 일상의 패턴을 마련할 필요성을 나는 주장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활의 대략적 패턴은 이렇다. 우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한다. 혼자 있을 때는 공부와 여가와 건강에 크게 신경쓴다. 그리고 개인적인 준비작업이 끝나면 대인관계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준비를 한다. 특히 대학생 때에는 모두들 각자의 개인적 성공이 매우 큰 관심사이기 때문에 모두들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정보와 지식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최고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 된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남들이 보기에 눈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된다. 자기 일에 착실한 사람은 누구든 존경과 애정으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남들에게 접근하고 대화를 해보아서 호의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라 충분히 생각되어질 때 나는 남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접근한다. 매일 집을 떠나 대학교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는 사람들과 만난다. 그들에게 만남의 인사를 하고 안부를 전하고, 그 다음 대화를 한다. 나의 경험을 말해주거나 친구들의 최근 생활 중 어떤 일들이 있는지를 마치 서로에게 뉴스를 전달해주듯 풍부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친구들이나 현재 접근하고 있는 이성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씩 알아낸다. 다른 사람들의 프로필을 내 머리에 조금씩 작성하기 시작한다. 한번의 대화는 한 사람에 대한 프로필 전체의 1% 정도만 만족시킬 정도로 천천히 사람들을 알아간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의 반응이 호의적일 경우 나는 그들과 추후에 서로 만날 수 있는 약속을 한다. 약속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에 대한 약속이다. 같이 도서관에 가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농구를 하거나 고민상담을 하거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볼링장에 가거나 당구장에 가거나..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고, 사람과 사람은 단순한 대화를 넘어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하여 친해진다. 약속을 하고 나서는 다시 나의 개인적인 공간으로 되돌아가 공부와 여가와 건강에 다시 신경쓴다. 사람들과 만난 다음 깨달은 점은 간단하게 수첩에 메모를 하거나 그 깨달음이 중대한 의미를 가질 경우 블로그로 옮겨적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접근하였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하거나 적대적일 경우에는 나는 절대 당황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나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한 순간이 지나면 사라질 이유들이다. 즉 지금 이 순간에는 그 사람이 나를 만나기를 원치 않는다 해도 나중에 내가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접근하면 호의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이 만약 나를 장기간 동안 적대적으로 대할 때에도 나는 나의 자기 존중심을 잃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나에게 적대적이라고 해서 내가 모든 사람에게 적대적인 인간은 아니다. 조용히 물러나고 나에게 호의적이고 나와 성향이 잘 맞는 짝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친밀감으로 내 곁에 있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일은 매우 어리석다. 나와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한편, 나를 마주치기도 싫은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균일한 친밀감을 유지하려 하면 인간관계를 망친다. 그 말은 나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에 내가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이 끝난 뒤 다시 개인적인 공간으로 되돌아가고, 다음날 커뮤니티로 돌아올 때 새로운 대화를 시작한다. 대체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한 번 교차하면 하루가 지난다. 하루가 365번 지나면 일년이 지날 것이다. 일년이 네 번 지나면 대학교의 생활도 막을 내릴 것이다. 삶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말 편하게 다가온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패턴을 만드는 일은 나를 긍정적인 일상 속에 보호함으로써 힘겨워 보이는 삶을 매우 즐겁게 만들어준다. 대학교 생활이 항상 행복하게 지속되기를 나는 매일 기도한다. 그리고 나의 삶은 물론 다른 친구들의 삶까지도 항상 편안하고 완만한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그리며 진행되기를 바란다.


2007.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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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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