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삼국협력사무국(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은 동북아시아 3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협력 이슈를 발견하고 그에 대해 공동으로 논의한 뒤 3국의 입장을 정리하여 각국 외교부에 반영하는 정부간 기구로, 본부가 서울에 위치하고 한국의 외교부에 소속해 있다. 사무국장은 한국의 대사급 인사, 사무차장은 중국과 일본의 참사급 인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1년 설립되었다. 여기서 왜 이 기구가 한국 외교부 산하기구로 자리하게 되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그러한 정부 조직이 한국에 가져오는 이점과 한국에게 부과하는 책임을 안 뒤 삼국 간 협력에서 각 분야 별로 다른 협상 대상자가 어떻게 국내정치와 연계하여 win-set을 형성하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2008년에서 2012년까지의 경과 보고서에 따르면 협상 분야는 삼국 정상회의, 외교부장관급 회의, 외교부 고위급 관료회의, 아시아 문제, 아프리카 문제,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문제, 대테러 조치, 재해관리, 핵안보, 민간교류, 무역 및 투자, 교통 및 물류, 관세, 지적재산권, 금융,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산업, 재생가능에너지 및 효율, 표준화, 소비자보호, 기후변화, 환경교육, 생태다양성보존, 황사, 대기오염, 친환경사회, 쓰레기 처리, 화학물 처리, 환경 거버넌스, 환경 관련 산업, 순환경제 모델, 보건복지, 농업, 어업, 수자원, 임자원, 문화, 관광, 교육, 청소년 교류, 스포츠, 인적자원관리, 연구기관 교류,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담당하는 거의 모든 분야를 포함한다. 여기서 제외된 것은 국방과 대미관계, 대EU관계, 국회 사무, 선거, 법무, 지방자치단체, 고용노동이다. 한중일삼국협력사무국은 이 분야에서 대립을 가지고 있거나 각국 외교부에서 권한을 위임받지 못하여 이 분야의 협력을 주무 범위로 삼지 않고 있다.
특히 국방과 남북통일의 문제는 국가군과 관련되므로 공개적인 협력 부처로서 고정된 부서를 만들어 관리할 수 없다는 자연스러운 한계가 있지만,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논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이슈인 FTA와 EPA에 대해서 한중일삼국협력사무국이 아무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사무국이 아직 ASEAN+3의 지역협력의 주도권을 공동의 것으로 양보하지 않고 서로가 쟁탈하고자 초반 기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최근 미국과 EU와의 FTA 체결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무역 중심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한국은 사무국을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로서 주변국에게 절대 미국과 EU와의 FTA에 관련된 사항은 협력을 고려하면서 논의해 나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무국의 지난 해의 활동 보고를 살펴보면 빠진 내용은 모두 한국이 핵심적 국익을 위해 숨기고 있는 내용이다. 사무국의 조직 편제, 그리고 설립 배경으로 볼 때 한국은 정부간 기구를 통한 협력 논의에서 먼저 한국이 제안할 것과 제안하지 않을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여러 나라에게 정책을 공개하고 얻을 것과 받을 것을 보다 열린 공간에서 논의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국제사회에서 강한 의견을 발휘할 수 없는 한국의 약점이며, 한국은 약점을 조직 편제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다만 사무국의 활동의 결과로 최근 한중일 FTA가 논의되기 시작되었다는 점은 일단 삼국 외의 행위자를 생각하지 않은 지역 범위에서의 협력이 매우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한중일 FTA의 협상 당사자가 고려해야 할 Level I의 변수는 국내정치 하나로 단순하다. 다만 다자간 참여를 고려하고 삼국 FTA를 바라본다면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win-set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력 있는 조약이 비준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국내정치 즉 국회와 정당 그리고 한중일삼국협력사무국을 이어주는 끈 사이에는 미국과 외교부라는 엄청난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한중일삼국협력사무국은 협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통의 창구로서, 각국 외교부의 역사 인식에 대한 굳건한 입장이 섞여 논쟁을 통해 변화하거나 한쪽의 우세가 형성되는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사무국 안의 회의의 장은 아이들이 만나 토론을 연습하기 위한 놀이터이고, 어른들은 따로 마루의 술자리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국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언제까지나 정부간 기구가 외교부의 국내정치만을 고려한 기존 결정들의 집합을 정부간 논의의 장으로 끌어오지 않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삼국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정상도 과거의 이념이나 역사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그러한 언급을 통한 외교관계의 악화는 모두 외교부 중심의 양자 회담에서 이루어졌음을 주지해야 한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의 잃어버린 동아시아 외교 5년 간에는 한중일삼국협력사무국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이념과 역사 논쟁을 조금씩 공개적으로 삼국 간 대화의 장에 내놓고 이를 통한 완전한 대립과 고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평소의 협력 어젠다와의 혼합이 이루어지는 쪽이 될 것이다.


     그동안 양자주의, 다자주의, 열린 지역주의 등 국가를 행위자 단위로 생각했을 때의 한중일 협력은 가능한지에 대해 고민은 많이 있어 왔지만 국가를 입법부, 행정부, 외교부와 외교부 내 정부간 기구로 나누어 미시적으로 바라본 한중일 협력에 대해서는 특히 대중의 고민이 없었다. 시각이 바뀌면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고, 정부간 기구 안에 기업과 시민단체의 거버넌스 참여를 강화시켜 정부기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수도 있다. 색다른 관점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실험해볼 수 있는 장으로서 한중일삼국협력사무국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리고 이는 과거 1950년 EU에서 평화를 위해 필사적으로 연대한 것과 달리 삼국이 이미 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한 뒤 서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경쟁과 협력의 양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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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내가 연세대학교 안에 참여하고 있는 연세-게이오-릿쿄-푸단 리더십포럼과 이번 중일 협조체제와 동아시아 내 전자민주주의 가능성을 같이 묶어서 본다면 이 단체의 발전방향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질 수 있다.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조재욱과 전재성의 두 논문은 세 국가 간의 관념, 규범, 정체성에서 겹치는 것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는 국가를 구성하는 일반 대중의 다수가 띠는 모습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다.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양보하고 민족주의를 억제하고 국익을 내세우기 전에 지역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주장이고 현재 논문은 그것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이 정치연구원의 후원을 받아 20대의 젊은 한중일 3국 대학생들이 모여 공통의 겹치는 관념, 규범, 정체성을 형성하는 작업을 도와주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젊은 시절 이렇게 동아시아 협력을 목표로 훈련된 학생들이 국가의 결정자가 되었을 때 실제로 동아시아 지역 통합을 논의할 수 있게 만든다.


  무역협정, 경제동반자협정과 같은 경제적 이익이나 동맹과 같은 안보적 이익을 위해서는 사전에 두 국가 이상이 왜 그러한 이익을 서로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만들어야 하고, 그 명분은 국가, 기업, 시민사회 모두에서 교류를 통해 만들어지며, 모든 영역에서 명분이 만들어져야 국제정치에서 비판 없이 이익 공유의 실행 단계로 이행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 중심의 ASEAN+3에 대해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중국은 타 아시아 국가들에게 패권국가로 자리하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설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태도를 결정한 행위자는 현재 각국의 외교부 지도자들이고, 그들의 개인적인 관념, 규범,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는 대개 냉전의 최후반기와 탈냉전기 초기이다. 반면 지금 한중일 대학생 리더십포럼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냉전 질서나 과거의 일본 제국주의 시기를 경험하지 않았고 지금의 외교부 지도자들처럼 그 때의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참가하지 않는 대신, 과거의 역사와 영토분쟁에 대해 최대한 양보하고 시장의 가치를 옹호하여 삼국 간 포기하고 얻을 항목을 논의를 통해 정한다.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정체성이 각국의 학생이기 이전에 동아시아의 학생이라는 정체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담론은 최대한의 협력과 신뢰로 이어진다.


   구성주의를 따른 동아시아 지역협력은 정체성의 구성이 시민사회의 극히 일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므로 현재는 활발하지 않다. 교환학생 제도와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대학 내에 도입되어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국가 사이에서도 대규모로 이루어진 지는 25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역사로 본다면 일본이 APEC을 주창하기 시작한 이래로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교환학생이 시작하였다. 중국과 한국의 교환학생으로 본다면 한중수교 이후부터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동의하는 담론이 한중일 삼국 모두에 형성되기 이전과 달리 시장경제와 무역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 담론이 형성된 후부터는 과거의 국민국가 중심적이고 권력과 이익 중심적인 지역구성을 벗어나 정체성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경제적 이득의 배분을 토의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의식이 전환되었다. 물론 모든 국민들이 이러한 협력의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며, 시민사회에 참여하는 일부 국민들 특히 외국인과의 접촉과 대화로 상호 이해를 강화한 엘리트 계층에 한정되어 의식 전환이 이루어졌다. 


   한중일 삼국의 대학생들이 모두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사용에 익숙하고 온라인으로 의견을 표출하여 여론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인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동아시아 내의 전자민주주의 또는 전자공론장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이는 연세-게이오-릿쿄-푸단 리더십포럼의 현재 모습과 향후 계획에 매우 적절히 들어맞는다. 중국 샹하이 푸단대학 학생들의 경우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접속을 우회하는 방법을 모두 알고 있고, 한국과 일본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일에도 자유롭다. 행사에 같이 참가하는 학생들이 세 국가에 나뉘어 있다보니 토의를 하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과 공식 웹사이트가 되었다. 민족주의의 성향을 가진 학생이 한 명도 없고, 현재 아무도 현실 정치처럼 주변국 정부기관과 같은 이익 결정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이다 보니 지역정체성 형성을 위한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 이는 NEAT와 같은 민간 시민사회 싱크탱크에서도 똑같이 진행되는 일이며 이 대학생 포럼은 그러한 시민사회의 영역을 벤치마킹하여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 의존한 협의는 디지털 기기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협의의 결과를 알림받지 못하게끔 하고 그들 중 민족주의나 포퓰리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가 없다. 인터넷에서 논의된 내용을 출판하고 기존 정치 메커니즘을 통해 보고한 뒤에야 비로소 그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면 정보기술의 발달이 만든 새로운 동아시아 정체성과 지역주의의 논의는 온전히 국가에 반영될 수 없게 된다. 


   지금의 정치는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는 외국인 상대에게도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건네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대중의 풍토에 기반한 정치이다. 과거에도 국제전화가 있었고 대사관 및 정부기관 사이의 연락 수단으로 쓰였지만 지역적인 협력에 대한 논의는 직접 만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극소수의 엘리트에게만 한정된 담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역 협력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생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범위는 정보기술의 풍토가 만들어지기 전과 비교했을 때 아주 약간 더 넓어졌을 뿐이다. 동아시아 지역협력 담론의 이러한 소수 독점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한계다. 쉽게 생각한다면 대중의 의견 형성에 국가 정책결정자가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때 왕래가 자유로운 유럽의 경우는 대중의 지역통합 의견 형성이 강하여 국가간 지역통합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왕래가 비행기로 한정되어 힘든 동아시아의 경우는 대중의 지역통합 의견 형성도 약해서 지식질서가 소수의 전유물로 남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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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아시아 지역협력이 논의된 지난 10년간 어느 것이 지속적으로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유일한 지역통합기구로 자리하여 계속될 것인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동아시아는 선진국과 신흥개발국 간의 협력이 가져오는 이득을 모색하는 경제협력 중심의 지역으로 EU와 그 성격을 달리한다.

     1997년 금융위기 때 실질적 지원책을 내놓지 못한 APEC은 정보수집 및 교환 차원에만 머물렀다. APEC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속 국가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정보만을 미국과 일본에게 가져다주었고, 두 나라 외의 국가들은 협력을 통한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얻는 선에서 그쳤다. 과거 APEC의 실패가 동아시아 지역 역내 국가들간 본격적인 지역협력을 추진하게끔 하는 동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APEC의 가치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통합을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는 국가는 일본이며, 최영종의 논문과는 달리 한일 FTA는 포기하고 한중일 FTA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보아 결국 경제규모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수준의 한중일 3국만이 지역주의에 가장 확실한 자세로 뛰어들고 있음이 감지된다. 한국은 이전에도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공동체 협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 상대적으로 APEC에서 미국의 헤게모니적 역할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자국의 향후의 경제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 현재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GDP면에서 약하다고 평가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지역협력 안으로 포섭하려 한다.

     일본 외무성과 통산성은 미국과의 단독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며 안행행 경제성장으로 ASEAN 국가들을 점차 설득하며 그들과의 수평적인 협력을 모색했다. 만약 일본이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주창한 동아시아커뮤니티 구상, 일-싱가포르 신시대 경제 연계협정을 넘어서서 ASEAN과의 관계 강화에 열심히 참여한다면 APEC에 미국만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동력을 상실했다는 배긍찬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의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ASEAN 국가들이 미국과 교역을 하고 있으며, 현재 APEC의 참여 국가 확대가 논의되고 있고, 중간에 일본의 역할이 증대되면 그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던 APEC 의 긍정적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할 증대는 APEC에는 도움을 주지만, 동아시아 공동체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일본은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 주인공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국가이다. 가장 큰 장애요인은 일본의 미국에의 의존, 미국의 hub and spokes 모델의 존중,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경쟁심리이다.

     지역공동체는 지리적 근접성, 문화의 상대적 공통성, 운명의 공동성, 문제의 공통성을 지닌다고 히라노 겐이치로 교수는 이야기하였다. 이제 한중일은 비슷한 공통성을 지닌다 해도 ASEAN과 한중일 사이의 공통점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무역상대국이 아닌 지역공동체로서 ASEAN 국가를 받아들이려면 과거의 역사나 문화와는 상관없이 미래를 보고 새로운 공통성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역주의란 경제정책의 협조나 조정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정치적 과정이고, 이때 인종의 차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중해연합에서 프랑스와 튀니지는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져 온 다양한 상품의 교역관계 때문에 서로 연합에 참가하였고 이는 중국과 호주, 일본과 호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동안 호주가 설립을 주도했던 APEC이 아시아 국가들, 미국, 그리고 호주를 포함하는 구속력 있는 제도를 만들지는 않았다. 호주는 언제든 내부 정치상황에 맞추어 그때그때 자국의 이익에 따라 지역협력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백인 사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그 정치과정에 주변의 황인 국가가 전혀 간섭을 할 수 없음은 내부에서 가장 잘 조율된 이익을 반영한다는 Frieden, Milner, Rogowski 등의 국내적 지역주의 설명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2007년 노무현 정부, 2010년의 이명박 정부, 그리고 지금의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농산물 분야와 같이 농민과 서민의 삶에 직결되는 분야를 제외하고 자유무역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미국과의 통상교섭에 나서는 대표는 야당이 FTA를 반대하더라도 외교통상부의 찬성론에 따라 꾸준히 협정을 구체화하고 체결해왔다. 이제 한국은 ASEAN과의 경제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호주와 같이 불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점은 유리하지만, 중국과 일본 중 어느 국가의 이익에 더 부합하도록 한국에 적용되는 제도를 만들어갈 지를 결정할 때 삼국 협의체 안에서 주도권이 약해질 소지가 있다. 2001년과 2002년의 김대중 정부 시절의 동아시아 비전그룹과 동아시아 연구그룹은 연구 단계였기 때문에 한국이 주도하였지만, 막상 현실주의에 입각하여 어떤 국가가 현재 더 큰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무역관계에서 우위에 있는지를 따지고 나면 한국의 주도권은 약해질 것이다. 싱가포르는 일본과 양자적 경제협력을 추진하면서 한국이 제시한 동아시아경제공동체 아이디어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과 같이 ASEAN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에 맞추어주면서 경제적 협력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현재 한국의 동아시아 대상 경제협력 양상은 TPP에 참여하기로 해 미국과 더욱 가까워진 일본보다는 중국에 더 가깝다.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해 논의할 때 중심국가는 중국이 되고, 중국과 미국의 주도권 하에 일본이 두 지역기구 간의 중간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 현재의 난립하는 지역협력기구를 정리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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