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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05 프랑스의 관점에서 본 원데이 할인쿠폰 소셜커머스 2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소셜커머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진 나는 우선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프랑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다음은 2010년 12월 2일 Capitaine Commerce에 실린 블로그 글이다. (주소: http://www.capitaine-commerce.com/2010/12/02/26982-groupon-startup-de-la-decennie-ou-bulle-de-savon)

 그루폰이 확실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유행의 효과에 의존한 성공에 불과한가?

 이 글에서 저자는 미용실과 같은 아주 작은 shop이 어떻게 인터넷 상에서 효과적인 광고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았고, 분명 이 세상에 숨어있고 사회와의 접촉이 활발하지 않은 보물과 같은 곳들이 광고를 하려는 열정적인 기업가들에 의해 결국은 세상에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곧 그는 이러한 그루폰의 원데이 할인쿠폰 모델이 단순히 이익을 미끼로 소비자들을 끌어오는 장치에 불과하며 저자 자신을 2.0의 횡설수설(charabia)로 최면에 빠뜨린 건 아닐까 걱정한다. 바로 며칠 전 미용실에서의 대화 이후부터다.

 "당신이 즐겨 한다는 그것(그루폰)은 사기에요, Capitaine씨.(Capitaine은 이 블로그의 저자 별명이다)" 내 머리카락을 자르던 그가 말했다.
 "어떤 거요?"나는 두피 마사지를 받으며 미용실에 새로 온 듯한 이쁘장한 견습생을 보고 있다 반쯤 잠든 상태에서 되물었다.
 "그루폰이요, 그 사이트는 완전 사기라구요."
 "아 그래요? 근데 어떻게 사기라는 거죠?"
 "그건 너한테 80% 싸게 사게끔 해주지만 그 속에는 걔네들이 50% 수수료를 챙겨간다니깐~"(내 전담 선생님은 예기치 못하게 존댓말에서 순식간에 반말로 전환하곤 한다)
 "아..."나는 확신에 차지 않았다.
 "글쎄 니가 이득을 보는게 하나도 없다니깐? 그거 완전 사기야! 나는 가입 안했어. 그리고 나한테 친구가 한명 있는데 걔는 가입했더라. 걔한테는 고객이 1595명 있었는데 결국 그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어. 사기라니까! 왜냐하면 고객들이 걔한테 고객이 충분히 많으면 자기들이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절대 말하지 않았거든. 그러니까 걔는 사기를 당한 거지.(아마 고객 수와 실제 shop 방문자 수의 간극을 보고 사기라고 한 듯 - 역주)"
 "이제 알겠어요. 그걸 아주 제대로 가르쳐 주셨네요."

 미용사 선생님은 그루폰이 영업이익은 많이 벌지만 정작 고객에게 혜택은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루폰이 상품 판매사에게 요청하는 수수료는 절대로 고객에게 상품을 넘겨주면서 깎이지 않을 것이고, 그루폰의 시스템은 광고 쪽에 더욱 가깝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루폰이 데려온 고객들은 '좋은' 고객들이 아닌데, 고객들이 서비스나 상품이 아니라 이벤트와 할인에 특별히 끌려서 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고객들에게는 다시 사이트에 찾아올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글을 마치며 저자 Capitaine은 댓글로 그루폰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이 블로그를 보는 사람은 모두 프랑스인인것 같다. 영어 댓글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의 생각을 물어본다. 그에 대한 댓글이다.

mathias: 제 의견으로는 그루폰은 거대한 조직적 사기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포럼의 몇몇 글을 읽고 충동구매를 하고 있구요, 개인적으로 저는 사진 인화권을 그루폰 프랑스에서 주문한 적이 있는데 할인코드가 동작을 안 했구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2달간 거의 열 번 독촉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 사이트를 쓰지 말라고 나무라는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Olivier: 저 또한 그루폰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많은데요, 단 그것은 마진을 많이 남기는 기업 혹은 재고 정리가 필요한 기업에게만 유용할 듯 하네요(그건 vente-privée도 마찬가지에요)

Quentin: ..미국에서 모두 대박나는 것들은 프랑스에서는 쪽박을 찬다고 말해도 될 정도인가요? 그루폰은 헬스클럽이나 네일아트나 마사지 같은 상품만 가져다 주네요. 이게 몇달에 걸쳐서 반복되다 보니 이젠 좀 실망스러워요.

Lapinlove404: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상업 전략은 강하게 작용하지 않더라도 그루폰에게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다시 인색한 소비자 문제를 생각해보죠. 이는 그루폰이 가진 약점이지만, 그루폰은 그 문제를 없애려고 강요하지는 않지요. 그런데 이는 프랑스와 벨기에와 같은 나라에서는 커다란 문제가 될 위험을 갖습니다. 프랑스에서 음료 리필을 해주는 맥도날드 체인점을 본 적이 있나요? 미국엔 있는데도 불구하고 없는 이유는 똑같습니다. 프랑스에서는 6인 가족이 음료 하나를 시켜서 같은 컵으로 모두 마실 겁니다. 미국에서 6인 가족은 6개의 음료를 주문하고 각자가 리필을 하지요.

Ludovic Passamonti(전자상거래에 관한 블로그를 쓰시는 분): ..쿠폰 할인은 매우 미국적인 문화에 기인한 개념이고 그건 프랑스의 문화와는 분명 다릅니다. 전 샌프란시스코에 98년에 있었는데요, 미국인들이 얼마나 쿠폰 할인에 열광하는지를 보고 놀랐습니다. 아시다시피 영수증 뒷면에 쿠폰 할인이 인쇄가 되곤 하죠? 미국인들은 자기 지갑에 그것이 꽉 차있는지를 보고 나서야 쇼핑과 외식을 하러 나섭니다. 이건 구두쇠 행위가 아니에요, 일종의 놀이죠. 그들에게 쿠폰은 정상 행위이고 하나의 문화입니다. 30년이나 된 문화죠. 그루폰이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그것은 종이 쿠폰 원칙의 자연스러운 연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웹을 접목시켜 대규모의 고객을 순식간에 만났다는 점이 다르죠.
 프랑스에서는 그건 다른 느낌입니다. 소비자에게 쿠폰 할인은 구두쇠, 혹은 기회주의자의 행위입니다. 그래서 할인이 '좋은 것'으로 여겨지지 않으니 충성고객을 만들 기회도 참 적죠.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상업 종사자들이 이러한 광고를 할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회원카드로 마지못해 15% DC를 해준 것도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픈데 500명이나 되는 고객들을 위해 50%나 DC를 해주라구요?
 또다른 관점은 위의 글쓴 분과 다른 댓글 다신 분들이 설명해주었듯이 그루폰의 마케팅 파워가 상품 판매자들에게 등을 돌리게 될 위험성입니다. 하루에 몇십 명의 손님만을 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번화가의 상인에게는 이 정도의 마케팅 파워를 가진 미디어에 진출하여 48시간 안에 500명의 손님을 끌어모으는 일은 일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어리석은 아이디어입니다.
 그루폰의 활용은 엄청나게 큰 마진을 남기고 짧은 시간 안에 대량의 고객 유입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업들에게는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 기업들에게도 그루폰은 분명 좋은 선택입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글쎄, 끌릴 만한 점을 못 찾겠다. 글쓴 분의 미용실 선생님이 말했듯 그루폰은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입니다.

Romain BOYER: Ludovic Passamonti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루폰은 소셜커머스가 아니에요, 우리가 향후 6달 안에 놀랄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그것은 아니죠.


 이렇게 프랑스에서는 할인의 개념을 대체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대규모의 할인이 있다면 분명 상품의 생산자나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이득을 취하는 무슨 꿍꿍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자신있게 할인을 광고하는 거겠지 하고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유럽인으로서 미국의 넓은 매장에나 이러한 할인쿠폰이 어울린다고 보고, 자신들의 소규모 가게와는 쿠폰과 인터넷 상의 광고 활동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미국에 가까울까, 프랑스에 가까울까. 우리나라 상품의 생산자들은 마진이 높을까 낮을까, 매장이 넓을까 좁을까. 소비자들은 쿠폰을 쓰는 행위를 당연하고 합리적인 소비문화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쑥스러운 구두쇠짓으로 생각할까.

 티켓몬스터가 이렇게 잘 나가는 걸 보면(엠넷에서는 왜 그리 광고를 많이 하게 된건지), 우리나라에게 미국이 전 분야에 걸쳐 끼친 막대한 영향을 생각해보면 미국에 가깝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 분명 프랑스에 가까운 문화를 가진 고객층도 존재한다는 것이 압도적인 비중의 원데이 할인쿠폰 소셜커머스가 마주하게 될 한계다.

영화 '키친'에 나오는 신민아의 양산가게와 주지훈의 퓨전한식집, '청담보살'에 나오는 박예진의 포춘카페와 그 영화 속 주된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겉모습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이 영화 속 사람들을 그러하다고 확신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만 인상이 그러하다는 뜻이다.) 명동, 신촌, 강남보다는 삼청동과 압구정동에 어울리는 사람들. 대량생산을 경멸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핸드메이드, 주인이 직접 만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는 곳보다는 조용한 곳에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찾아가고 싶은 사람들. 그들은 비슷한 모양과 맛의 음식과 음료에는 돈을 최대한 아끼지만 특이한 것들에는 아무리 비싸더라도 기꺼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기획하고 개발함에 있어 그 최종 목적이 '할인된 상품의 제공'일 필요는 없다. 목적은 충분히 다양한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위에서 말한 '한계'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숨어있는 명소를 찾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광고의 선에서 소셜커머스 사이트의 역할이 끝나게 되는데, 사이트가 광고까지만 해도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사이트는 광고비만 가지고도 잘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할인을 유도하지 않고 단순히 광고만 하고 끝난다면 그게 소규모 회원들이 모인 맛집탐방 네이버/다음 카페와 뭐가 다르냐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즉 무보수의 자발적인 소비자 리뷰만으로도 충분히 광고 매체의 생산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이 이미 있다는 반박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셜커머스 사이트는 카페의 단순한 게시판 모듈의 집합과 비동기적 의견공유라는 기능을 뛰어넘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카페와는 다른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광고 이후의 쿠폰 판매에 대해 프랑스에서처럼 몰매를 맞고 싶지 않다면 쿠폰 판매가 아닌 다른 상호작용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소셜커머스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이트는 프랑스의 vente-privée라고 여겨진다. 이 사이트가 2001년 회사를 설립하고(출처: Wikipedia) 2005년 런칭하여 그루폰의 전신이라고 여겨지는 공동구매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소개 페이지(Qui sommes-nous?)에 들어가면 20년 이상의 재고관리(déstockage)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사이트 연구에 착수하여 지금의 vente-privée가 만들어졌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 사이트에서 파는 것들은 모두가 패션에 관련된 옷과 악세사리류이다. 이 사이트는 여전히 프랑스에서 건재하며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도 진출한 상태다. 여기서 나는 프랑스 사람들의 할인에 관한 이중적인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가게로 찾아가서 먹고 마시고 케어를 받는 등의 일에 대해서는 쿠폰을 쓰는 것을 경멸하지만,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쇼핑을 하는 일은 단순히 싸니까 좋아한다. vente-privée에 상품을 광고하는 상품 생산자(인터넷 쇼핑몰과 아울렛 브랜드와 멀티숍이 vente-privée의 주 고객이다)들은 그루폰의 고객들처럼 비판을 쏟아내거나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내 생각에는 소비자들은 쿠폰을 출력해서 직원에게 내미는 일을 부끄러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고, 생산자들은 자기들이 손해만 안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나니 갑자기 소셜커머스 사이트라 부르는 곳에서 본 놀랄 만한 대규모 할인이 동네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아울렛 창고대방출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된 것은 왜일까? 위메이크프라이스의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이나 글을 쓴 오늘 올라온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 달력 만들기 쿠폰'을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포스터에 그대로 옮겨와도 그리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글은 솟아오르는 원데이 할인쿠폰 소셜커머스에 취해 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마신 숙취해소음료과도 같은 글이었다.
 나는 소셜커머스 사이트 서비스의 소비자(=상품의 생산자)가 새로 생겨 광고가 절실한 업소, 매우 높은 마진을 가진 업소, 재고정리가 필요한 업소의 세 가지로 정리되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이 3가지 업소에서 소비를 하고 만족을 얻고 싶은 사람들의 집단이 있는 한편 소셜커머스 사이트의 실체를 비판하는 상품 생산자들의 집단도 있음을 보게 되었다. GILT나 vente-privée와 같은 '소셜쇼핑 사이트'가 아닌 그루폰과 같은 '원데이 할인쿠폰 사이트'에 대해 사람들이 두 파벌로 나뉜다는 뜻이다. 전자의 소셜쇼핑 사이트에 대해서는 큰 논란이 없는데 후자에 대해서는 이렇게 논란이 많은 것을 보니 괜히 후자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동정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미 잘 나가고 있으니까, 찬성파가 반대파보다 우월한 세력을 확보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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