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측정'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7.08 졸지 않기 위한 점검 그래프 만들기 1

 어렸을 때 내가 즐겨 하던 게임 중 가장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 것은 심즈 2와 프린세스메이커 2였다. 사람의 체력, 근력, 지능, 기품, 매력, 도덕성, 감수성, 스트레스, 현재의 편안함, 배고픔, 위생상태 등을 막대그래프로 나타내준다는 것이 공통점인 이 두 게임은 심리측정(psychometrics)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참고: 백과사전 네이버 Wikipedia) 나는 아직 심리측정 이론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적어도 프린세스메이커 2를 만든 mantra社의 일본 사람이 이 이론을 신봉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나는 게임 속의 캐릭터가 아닌 현실 세계의 '나'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이렇게 상태의 막대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 대해 객관적인 척도의 수치화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공부에 대해서만큼은 공부를 잘 하게 만들기 위한 조건의 수치화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조건은 곧 나의 상태이다.

 공부를 잘 하려면 어떤 상태여야 할까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졸리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 상태를 갖기 위해서는 어떤 상태여야 할까 생각해보았지만 수치화할 만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둘째 상태는 곧 '욕구'인데, 이 욕구는 수치화하여도 절대로 일차적인 값이 될 수가 없으며 수백 가지의 선행하는 조건에 따라 값이 왔다갔다할 것 같아 수치화를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나는 첫째 상태, '졸리면 안된다'에 집중하였다.

 어떤 상태이면 졸지 않을까 생각해본 결과 평소 내가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취했던 행동을 바탕으로 몇 가지 수치화할 만한 상태를 찾아냈다. 물론 나는 찾아내야 할 모든 상태를 찾아내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찾아낸 상태가 수치화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상태도 아니다. (블로그에 증명 과정을 쓴다면 그 글은 심리학 논문집에 가야 할 것이다) 수치화할 만한 상태는 다음과 같았다.

수면, 물, 산소, 청결, 운동

 우선 나는 잠을 충분히 자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자주 환기를 시키고 양치와 샤워를 하고 운동을 함으로써 공부를 더 오랜 시간 동안 할 수 있게끔 하였다. 나는 위의 상태의 충족은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으라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7번째인 '자기쇄신'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위의 다섯 가지를 막대그래프로 수치화하여 그래프가 적정 수준으로 충족되어있는지를 계속해서 확인하면 된다.

 우리는 게임의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졸지 않기 위한 조건과 현재 그 조건의 충족 수준을 실시간으로 알아서 변화하는 눈에 보이는 막대그래프로 표시하기는 힘들다. (혹시 모른다. 2030년에는 자기 몸에 모니터나 LED판과 센서를 연결하여 막대그래프를 볼 수 있을지도..) 하지만 적어도 막대그래프를 '상상'하면서 공부한다면 현재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착안할 수 있게 되어 아무 이유 없이 졸릴 때 해결책을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헬스클럽에 다니는 사람들은 각 부위별 근육량, 지방량을 1주일마다 체크하여 얼마만큼 줄었고 늘었나 혹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가 여부를 알아본다. 신체적인 자기쇄신을 위해서는 계량화가 가능한(목표는 SMART하게 설정하라의 M) 방법을 사용하기가 매우 쉽고 그 방법도 과학적으로 인정을 받았으며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상태다. 근육량과 지방량을 첨단 기계로 체크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줄자로 둘레를 재 보거나 주변 친구들에게 변한 거 없냐고 물어보는 방법으로 나름의 계량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정신적인 자기쇄신, 즉 공부에 있어서는 계량화가 정말 낯설다. 주변에서 공부에 대한 계량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당연히 IQ나 시험 점수를 제외하고 말이다.

 여담으로 글을 다 쓸때 쯤 되고 나니 위에서 말한 둘째 상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선행 조건이 몇개 떠올랐다. 이 조건은 주체인 나의 상태도 포함하지만 객체인 공부 대상의 상태도 같이 포함하여 정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예를 들자면 공부 대상의 새로움, 심리적인 안정,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상태 등이다.

+ 졸게 되는 또다른 이유를 찾았다. 우선 지나치게 여러 가지 일을 같이 하면 졸리게 된다. 또한 더운 여름날 바깥에서 땀을 흘리고 실내로 들어와 에어컨을 틀어놓은 방 안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체온을 금방 뺏겨 바로 졸리게 된다. 요 상태도 점검 그래프에 맞게 추가해야겠다.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