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뿐만 아니라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쓰는 매체는 다양하다. 포스트잇에 펜으로 쓸 수도 있고, 핸드폰 메모장에 입력할 수도, 싸이월드나 블로그에 올릴 수도, URL만 따와서 북마크로 저장할 수도, 따로 가지고 있는 종이 노트에 적을 수도, 외장하드에 파일로 저장할 수도 있다. 자료나 정보와 그것을 넣어놓는 매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자식과 수기식, 공개와 비공개, 문서와 멀티미디어로 구분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매체의 개수를 세어보면 여러 가지 수단을 써서 열심히 자료 수집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략 10~20개 정도가 될 것이다. 매체의 개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사람의 실질적인 정보의 분석, 종합 활동과 새로운 주장, 예술적 가치를 갖는 자료의 생성에 해당하는 시간은 매체를 열람하고 매체 간 내용을 이동시키는 시간에 밀려 점점 줄어들고 만다. 인간이 일을 하는 시간은 언제나 24시간 중 몇 시간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매체를 나는 'container'라고 이름 붙인다. container는 지속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전제로 삼는다. 지속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다면 정보 수집과 보관을 의도한 모든 과거의 활동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container 안에 들어갈 내용은 content라는 단어를 써서 설명하고자 한다. content는 컴퓨터에서 쓰는 파일로 비유하여 설명하자면 모든 확장자를 다 포괄한다. 즉 content는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

 container는 때로는 순환되는 content를 담는다. 용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나가는 것을 만들어야 하고 나갈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용량 제한은 지속적인 정보 습득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우리는 넉넉한 1TB 외장하드와 아무거나 다 들어가는 PMP와 스마트폰, 뒤죽박죽 그때그때 손에 잡은 노트에 익숙해져 있다. 물질적 풍요는 사람을 게으르게 만드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content와 container는 일대일, 일대다, 다대일, 다대다 대응을 하며 이는 개인의 특성과 관심사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생산을 위한 자신의 특성과 관심사를 파악하는 일은 너무나도 추상적이다. 따라서 실천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사물을 통해 특성과 관심사를 파악하자는 취지로 각자가 다음과 같은 content-container 표를 작성해보기를 바란다.

 표를 작성하기 전에는 간단하게 한 가지만 생각한다.
(content)를 (container)에 넣어놓는다

나의 content-container 표는 다음과 같다. 물론 블로그에서 말하기 곤란한 개인적인 이유로 사용하는 container는 표에서 뺐다.
content container
주변 사람들과 같이 듣거나 수시로 편하게 꺼내 들을 만한 음악 파일 MP3 플레이어 겸 전자사전 내부 메모리
다운로드하여 플레이어에 옮길 필요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듣고자 하는 음악
나중에 구입할 의향이 있는 CD
MelOn Player 앨범스크랩/사용자 추가 재생목록
나중에도 찾아갈 웹사이트 URL
나중에 인쇄할 jpg/pdf 파일 URL
네이버 북마크
장기적인 계획의 진척사항을 한눈에 보여주는 현황
진로와 개인적인 꿈에 연관된 사진, 신문기사, 휘장, 상장, 장식품
내방 Dashboard
나의 관심분야나 진로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책, 교재, 프린트물, 증서
그동안의 나의 행적을 기록하는 종이로 된 자료
내방 책꽂이
내방 책꽂이에 꽂아놓을 예정이거나 앞으로 읽을 책 목록
그동안 읽은 책 목록
스프링노트 '책' 노트
나중에 다운로드할 프로그램/음악/영화
추후에 참가할 마음이 있으나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정기적인/비정기적인 행사
향후 인생과 행보에 대한 것이나 시기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계획과 다짐
나를 설명하기 위한 프로필과 리스트
완벽하게 터득할 요리 목록
검색해야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 한 검색 키워드와 문장 형태의 질문
장기적으로 구매해 나갈 물품 목록
스프링노트 '동욱' 노트
공모전을 위한 아이디어
고민이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자유 연상 기록
네이버 공책
책이나 신문 등 아날로그 미디어를 접한 후 드는 생각과 추후의 블로그 포스팅 혹은 문서 작성을 위한 발췌문 Microtrends 공책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을 만큼 친하거나 업무상 연관이 있는 사람의 연락처 핸드폰 주소록
나와 관심사가 같은 불특정다수, 나와 오프라인 상의 친분을 갖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상의 기록 미투데이 글/내친구 목록
진로와 개인적인 꿈에 연관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진로와 개인적인 꿈에 연관된 나의 활동 기록
진로와 개인적인 꿈에 연관된 공식 인사, 유명인 및 기관
twitter 글/following 목록
오프라인 상의 친분을 갖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공유를 해야만 가치를 갖지만 반드시 공개 제한이 필요한 글/사진/동영상 facebook 글/친구 목록
나와 관심사가 같은 불특정다수, 진로와 개인적인 꿈에 연관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주제와 보충 설명을 위한 멀티미디어를 포함한 150자 이상의 글 블로그 포스트
현재 오프라인 상에서 하고 있는 일에 관련된 모든 파일
전자적인 방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갱신할 문서 파일
블로그 포스팅과 스킨 관리를 위해 제작하거나 다운로드한 모든 파일
집 데스크탑 내 문서 폴더
용량이 1GB가 넘는 설치 프로그램
한번 보고 지울 동영상 파일
나와 오프라인 상의 친분을 갖는 사람들과 주고 받을 파일 
250GB 외장하드
그 날에만 해당되며 다른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없거나 말할 가치가 없거나 말해서는 안되는 매우 개인적인 아이디어, 생각, 사건
개인적인 일기
Franklin Planner 오늘의 기록사항
순간적으로 떠올랐으며 추후 시간이 되면 구체화, 보완, 발전시킬 만한 모든 내용 Franklin Planner 줄공지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곳의 위치 정보
나중에 들러볼 곳의 위치 정보
Google My Maps
장기간(5~10년) 보관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드라마/기타 동영상 자료 96장 CD집
사진앨범의 목적에 맞는 모든 사진 파일
기존의 사진앨범에 들어있던 사진 스캔파일
영구 보관을 목적으로 하는 원본/편집 동영상 파일
20장 CD집
여러 PC에 설치하거나 여러 PC에서 열람할 필요가 있는 파일과 프로그램
나중에 인쇄할 파일
기존에 데스크탑 내 문서 폴더에 있었으나 여건상 클라우드 컴퓨팅이 필요한 자료
네이버 N드라이브

 이런 식으로 나의 content-container 간의 대응은 모두 일대일 대응이나 다대일 대응이다. 여러 곳에 같은 종류의 내용을 저장하면 머리가 복잡해져서 일대다 대응은 없다.

 content를 표에 적어넣을 때에는 정의definition 가 핵심이다. 그냥 '사진 파일'이라고 하면 이 표를 쓰는 의미가 없다. 반드시 ~이(가), ~한, ~할, ~의, ~하거나, ~할 필요가 있는, ~적인 등의 조사와 수식어를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또한 '위치'와 '위치 정보', '파일'과 '파일 목록' 식으로 '자료'와 '자료의 자료'를 구별해야 한다.

 자신의 container가 20개를 넘어간다면 그 사람은 container를 통합시켜 총 개수를 줄이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나는 싸이월드 다이어리, HanRSS와 1GB 플래시 메모리를 뺐다. 물론 이 세 가지는 예전에 내가 썼던 것이고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지만, 쓸 필요가 없거나 대체 가능한 container가 있으면 과감히 버려야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위의 목록에 있는 container 안에 목적에 맞는 content를 잘 넣었다 뺐다 하며 자료와 정보의 순환을 이루어낼 수 있는 사람은 효율적으로 생산할 것이다. 이는 분명히 도서관에서 분류체계에 맞게 완벽하게 자료를 분류하는 분류와는 또 다른 문제다.


Posted by 마키아또
,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물건을 함부로 집 안에 들여놓지 않는다. 그들은 구입을 할 때나 주변 사람에게 선물을 받을 때에도 집 안에 물건이 들어갈 때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1.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물건의 출구가 확보되어 있는가?
  2. 저장되는 공간과 사용되는 공간을 모두 가지고 있는가?
  3. 물건의 사용과 이동을 위한 도구를 이미 가지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애초부터 물건을 함부로 반입하지 않는다. 부피가 큰 물건의 설치의 경우 더욱 그러하고, 인테리어 공사나 배선 등의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세 가지중 무시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한 후 신중히 결정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절차에 따라 생각한 후 행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물건을 가져올 줄만 알지 버리는 방법을 확보해놓지 못해 집 안을 어지럽게 채워넣거나 설치해 놓은 물건을 긴 시간 동안 애물단지로 만들어놓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내가 동네 뒷산(수락산)을 올라갔는데 해발 300m 정도 되는 곳에있는 절 옆 콘크리트 건물 안에 커다란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는 것을 보았다. 순간 나는 어떻게 이 무겁고 큰 물건을 이 곳에 가지고 왔을까 생각해보게 되었고,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소방방재용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피아노를 들어서 상공에서 운반하는 모습이었다. 분명 피아노를 가져다 놓기 위해서 그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피아노가 만약에 고장나거나 혹은 아예 못 쓰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버릴 것인가? 버릴 방법이 없다면 그 물건은 버릴 수 있는 쓰레기보다 열등한 무가치 재화에 불과하게 된다.

 언제나 이 세 가지 조건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 물건의 소비는 점점 사치가 된다. 물건의 가격이 높아도 점점 사치재가 되지만 이러한 비가격 기준을 통해서도 사치의 여부를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건은 집안이나 사무실 안을 거치면서 일종의 여행을 한다. 들어오는 곳이 있으면 나가는 곳도 있어야 여행을 끝낼 수가 있다.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 아닌 이상 언젠가는 버리게 되어 있다. 산업공학에서 말하는 source node와 sink node는 사소한 집안의 물건 배치와 인테리어에도 분명 적용된다. 배수구, 접지선, 쓰레기봉투와 수거차량, 자연부패 등 무엇이든지 소멸되는 구멍을 필요로 한다. 만약 다용도실이나 화장실에 배수구가 없다면, 집안에 쓰레기통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끔찍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분리수거다.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 분리수거는 엄청나게 복잡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재질에 따른 분리를 해야 한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의 재질 종류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PP, PET, LDPE, PS.. 그냥 아무 생각없이 쓰레기통에 버리면 땡인 사람들이라면 이런 것에 아무 관심이 없겠지만 실제로 물건을 밖으로 버리는 입장에 있다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참고로 대학생 시절 편한 생활만을 영위했던 나도 군대에 와서 버리는 방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길거나 큰 물건을 비치하려면 문이나 창문이 충분히 넓어야 한다. 부피가 큰 물건이나 여러 재질이 결합한 제조품일 경우에는 다른 물건보다 더욱 더 나중에 어떻게 버릴지를 미리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무로 된 가구(대표적으로 소파)를 가져왔으면 나중에 버릴 때 통째로 버릴 수 있는지를 먼저 고려하고, 분해하고 버려야 한다면 못을 뽑을 장도리와 칼을 준비해야 한다. 무거운 고철을 버리기 위해서는 트럭의 도움이 필요하다. 작은 물건을 버리기 위해서는 쓰레기봉투만 집안에 비치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쓰레기봉투를 준비했다면 쓰레기를 버리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봉투를 묶을 투명테이프와 전화번호를 쓸 유성매직이 옆에 있어야 한다.

  정기간행물, 정기적으로 받는 사은품을 비치해 둘 것이라면 최근 몇 주 혹은 몇 달 이내의 것들만 비치한다는 규칙이 있어야 한다. 저장되는 공간에 계속해서 여유분을 남겨놓으려면 정기적으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물건들에 대해 일정 기한을 정하고 물건의 부피 한도를 정한 뒤 새것이 들어오면 헌것을 버려야 한다. 옛것을 계속 축적했을 때 가치를 갖는 재화는 생각보다 매우 적다. 대표적인 것이 문헌자료, 신문, 그리고 골동품 정도다. 그 외의 것은 굳이 축적하여 공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물건은 또한 물건 그 자체로 사용가치를 갖지만 저장과 보관을 위하여 보조적인 도구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모든 물건은 저장되는 공간과 사용되는 공간의 두 가지 공간을 파생시키고, 사용되는 공간만 있으면 당연히 집안이 어지러워진다. 집안을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두 가지 공간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사용되는 공간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러하다. 책이나 잡지나 신문을 가져왔으면 그것들을 꽂아놓을 수 있는(저장) 책장이나 잡지 스탠드나 커피테이블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버리기 위해 쓰는 노끈이 필요하다. 책장이 있다면 Bookend가 필요하다. A4 문서를 인쇄했다면 클리어파일, 낱장파일 등의 서류가 필요하다. 문구류를 가져오면 연필꽂이가 있어야 한다. 음식이 들어온다면 조금 더 복잡해진다. 음식을 추가로 조리해야 한다면 주방에 충분한 수의 도구가 있어야 하고, 배달음식이나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커피믹스를 만들기 위한 커피포트와 물통, 일회용 용기를 데우기 위한 전자레인지, 세척을 위한 세제와 수세미와 싱크대가 필요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봉투나 쓰레기통이 옆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보조적인 도구가 없다면 물건을 함부로 가져오면 안 된다. 그것은 죄악이다.

  아무 생각 없이 소비를 하다 보면, 혹은 자신의 돈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소비는 공간적으로 어떤 식의 소비를 하든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자본주의 시대의 비자본적, 비가격적 측면을 간과하는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이 된다. 계획적으로 소비하고 효용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물건을 운용하느냐 (어떻게 돈을 쓰느냐는 당연히 중요하니까)도 중요하다.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