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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1 동아시아 자원 빈국의 자원 외교

     한국은 지난 5월 15일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정식 옵서버 자격을 획득하였다. 한국은 이제 북극이사회 산하 6개 위원회에 참여해 발언권을 행사하고 프로젝트나 사업구상도 제안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의존하여 그들이 만든 프로젝트에 따라 자원을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자주 개발한 자원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정책 전환 때문이다.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천연가스 개발과 확보에서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이 자원 외교에 필사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자원 빈국들은 러시아와 손을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 조건이 개선되어 재정수지 흑자와 국부펀드 운용을 누리고 있는 여유로운 러시아는 앞으로의 무역체제에서 WTO가 예외로 하고 있는 자원에 대한 패권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철광석, 구리, 원유, 석탄, 밀 등 러시아가 아직 강하게 자신의 입지를 굳히지 못하는 광물에 대해 WTO체제에 힘입어 축적한 부를 이용하여 대량 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는 대립하는 국가로 남아있게 될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가 천연가스에 대한 협력을 동아시아 국가들과 진행할 경우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북한이 수혜자가 될 뿐 중국과는 경쟁할 수밖에 없는 전망이다.


     한국, 일본, 대만은 2000년대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력을 구하기 힘들었던 나라이기도 하다. 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수출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대량생산 능력도 뒷받침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 삼국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보고 진출을 진행해왔다. 동아시아 내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노동 분업은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졌고, WTO체제와 자유무역 및 기술협력의 흐름이 이러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노동력, 설비, 금융 자본도 필요하지만 천연 자원 또한 못지 않은 비중으로 중요하다. 그 동안 천연 자원의 확보를 당연하게 여겨온 이 3국은 미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상 교통로에 의존하여 석유를 운반하였다. 그런데 미국과 중동, OPEC과 IEA가 러시아와 중국과 GECF의 등장으로 그 입지를 잃어가고 있고 석유보다 값싼 천연가스의 대량 공급이 이어질 경우 3국의 대응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자원 빈국의 자원 외교는 자원의 국가지배와 지정학화가 강화될 경우 줄타기 외교의 양상을 보일 것이며 이는 자원이 빈약한 3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협상을 진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반면 자원의 시장화와 글로벌화가 강화된다면 자원 외교의 중요성은 약화된다. 물론 자원의 수입국 입장에서는 시장화와 글로벌화를 더욱 더 환영하고 있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시장경제체제를 위해서는 그 쪽이 더 바람직하다. 이는 중국을 제외하고 현재 경제성장이 진행중인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도 같이 적용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린란드를 가지고 있는 덴마크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린란드 역시 서시베리아와 같이 천연가스가 대거 매장되어 있고, OPEC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는 석유뿐만 아니라 금, 다이아몬드, 텅스텐 또한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린란드는 따로 정부가 경제사법권을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작은 나라인 덴마크 그리고 북유럽 국가간 높은 무역 비중을 감안하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에 해당하는 지역은 러시아와 같이 자급자족이 가능한 배후 지역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놀랍게도 이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미국, 캐나다, 러시아와 함께 북극이사회 회원국이다.


     반대로 한국, 일본, 대만의 주변에는 언제나 협력적인 자세를 끊을 수 있는 강대국들만이 존재하고 있고, 이는 아시아 국가의 필사적인 해외 순방과 탐사에 대한 협력을 낳은 원인이다. 어찌 되었든 부산이나 도쿄에서 로테르담까지 이어지는 북극항로가 개척되면서 한국과 일본에게 매우 생소하기만 했던 덴마크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담론이 생긴다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그리고 오늘날 들려오는 뉴스는 강소국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국가들이 전세계적으로 협력을 시작할 수 있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얼마 전 연세대학교 글로벌라운지에 DENMARK DAY라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가했을 당시에는 덴마크와 한국이 공통점도 가지고 있지 않은 굉장히 먼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자원외교와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양국 관계를 바라보니 더욱 거리가 가까워 보였고 같은 강소국 지향 국가로서 협력의 여지가 보이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석유 매장량의 고갈이 시야에 들어오면서부터 일관된 자원외교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다른 자원 빈국에 비해 항상 대응의 속도나 규모가 떨어진다는 자기 비판을 줄곧 하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간 관계를 살펴보았을 때 러시아와 가장 쉽게 신뢰도 높은 협력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기도 하다. 북한이라는 요소만 지혜롭게 해결한다면 한국의 자원 외교는 세계 속의 강소국으로 정착하는 일을 도와줄 것이다. 이 와중에 한국에게는 천연가스에 대한 패권국가의 등장 여부가 미래 정책을 수행하는 데 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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