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나는 책이 가지고 있는 글자라는 한계 때문에 불안을 느껴 왔다. 글을 읽고 작가가 의도한 영상을 완벽히 재현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핵심 인물들과 그들이 지금 처한 상황, 사건의 전개 양상을 살점이 부실한 생선 요리처럼, 다운로드를 받다 말아 깨져서 나오는 불법 영화 파일처럼 그렇게 불안전하게 되살릴 뿐이다. 물론 이러한 한계가 문학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독서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만 생각해 볼 때, 한계를 최대한 이겨내고자 하는 독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최고의 독서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환경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변에 있거나 호수를 끼고 산을 등진 곳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노벨상을 탈 만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시인들이 안개낀 곳의 정자 위에서 혹은 배를 타면서 숲과 꽃나무 사이로 시구를 지어 보냈던 것과 같이 정신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의도하고자 한 생산물에 어울리는 환경이 감싸주고 받쳐주어야 한다.

  환경은 나에게 특정한 분위기와 감정을 부여한다. 환경이 나에게 준 것들을 가슴에 품고 그것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책을 읽어보면 책의 글이 마땅히 되살려야 할 풍경을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곳의 환경의 도움을 받아 펼쳐내고 그려낼 수 있다. 무거운 분위기의 책들 -정치사의 폭풍 속에서 힘들게 이고 저곳 떠도는 망명자의 이야기, 감금과 독재 속에서 저항하는 남자의 이야기, 쓰라린 과거의 가족사를 덮기 위해 살인자로 변해 도시를 누비는 운명에 처한 사람의 이야기 등- 을 한여름 시끌벅적한 야외수영장 비치 의자에서 햇살을 받으며 몰입하여 읽을 수 있을까? 혹은 '냉정과 열정사이' 나 '도쿄 타워'같은 도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적적한 컴퓨터실 안에 앉아 급하게 시간을 내어 읽을 수 있을까? 읽는 건 가능하겠지만 상상과 현실의 불일치는 불균형감을 조장하고 정작 글이 그려내는 장면은 생생하고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지금 내가 책을 읽는 장소가 아늑한 집 거실인가, 사람 북적이는 지하철인가, 우중충한 카페인가, 단출하고 냉랭한 독서실인가, 따뜻한 조명과 수다스러운 사람들이 있는 만남의 장소인가에 따라 내가 손에 집어야 하는 책은 달라져야 한다. 책을 집은 손 말고 다른 손이 심심치 않게 건드리는 과자나 음료도 책의 분위기를 눈 앞에 잘 녹여내기 위해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낮과 밤, 더움과 추움, 햇빛과 구름 등의 주변 날씨를 보고 나서 그에 어울리는 책을 집어 읽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나는 밀란 쿤데라의 '향수'가 가진 음침하고 짙은 그리움의 정서와 조국과 타지 사이의 방황이 가져오는 권태, 주변 사람들과 동화되지 못하는 외로움,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의 집합을 잘 녹여낼 파리와 프라하라는 두 도시의 이미지 (반드시 대조를 통해서만 명확해진다. 대조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는 서방 도시의 이미지를 멋모르고 드높이고 아끼는 하찮은 사대주의 무리의 일부가 될 것 같아서 말한다) 를 농도 있게 읽어내기 위해 꼭 밤에만 커튼을 친 독서실에서 읽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인디 그룹 '페퍼톤스'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2집을 작업하면서 항상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화창한 날에만 작업실에 햇빛을 들여와 합주와 믹싱을 하고 FX를 넣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또다른 소설 작가도 서울에 사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쓰기 위해 명동의 연인들이 북적이는 거리에서 특히나 북적일 때만을 골라서 노트북을 앞에 놓고 카페의 창밖을 바라보며 글을 썼다고 한다. 이처럼 음악을 만들거나 글을 쓸 때에도 환경은 몰입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 원리가 비발디와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영감'이다. 수많은 전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농도 있게 몰입한 결과로 나온 창작물은 분명 조금 더 창의적이고 비범하다고 나는 믿는다. 아이스 와인이나 로제 와인, 코나 커피 등과 같은 독특한 음료들은 모두 제작하는 시기가 수시가 아니라 특정한 기간이며 공정 또한 독특하다. 흔해빠진 환경에서는 가치 높은 산출이 나오지 않는다. 만원짜리 공장제 와인이나 도처에 있는 자판기 커피 등은 그 만드는 방법도 흔하고 그 음료를 받아줄 분위기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에서 마실 수 도 있고 퇴근 후에 마실 수도 있다. 굳이 장식이나 음악 등을 이용하여 레스토랑이나 카페처럼 시상을 주입할 필요가 없다. 음료 중에서는 이렇게 환경과 별 관련이 없는 것들도 있겠지만, 시상과 분위기를 가득 품고 있는 책은 언제나 각각의 책 한 권이 하나 혹은 한 묶음의 환경과 연결관계를 맺고 있다. 누군가 써 놓은 한 편의 글도 각각 어떤 환경과 일대일 대응을 한다. 음료보다 책과 글을 드높이는, 물질보다 정신을 드높이는 사고방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책과 글은 그만큼 완벽히 맛볼 줄 아는 사람들이 음료를 맛볼 줄 아는 사람들보다 현저히 적다.

  그러니 책을 읽을 때 어떤 책인가에 따라 환경을 바꾸고, 혹은 지금의 환경에 따라 읽을 책을 바꾸는 유연한 습관은 어떤 책을 읽던지 그 책의 몰입도를 높이고 생생한 기억으로 간직하게끔 해준다. 마치 한식을 먹을 때에는 수저와 뚝배기를 쓰고 양식을 먹을 때에는 코스를 나누고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것처럼 책이라는 마음의 양식도 잘 먹는 법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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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 메모의 가장 좋은 환경은 단순한 '펜과 종이' 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시도해 본 환경은 여러 가지였다. 펜 한 자루와 종이, 여러 색깔의 펜과 형광펜과 종이, 핸드폰 메모장, 컴퓨터의 메모장, 인터넷 상의 스프링노트(www.springnote.com), 싸이월드 다이어리 등이었다. 하지만 가장 아이디어라는 본질에 집중하게 해주는 방법은 역시나 본질 외의 다른 것에 정신을 쏟지 않게 해주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었다.

  다양한 색깔 펜을 드는 순간 어느 펜은 어느 내용에 대응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고, 핸드폰으로 글자를 입력하는 순간 마음대로 스케치가 불가능하고 글자 수에 신경써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컴퓨터를 통해 글자를 입력할 때에는 키보드의 오타가 생기지 않을까 집중이 손으로 옮겨간다. 반면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써온 펜을 쥐고 글씨를 쓰는 데에는 아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쓰기 편한 환경,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확신 (제약의 부재) 이 두 가지가 아이디어라는 본질에 집중하게 해주는 두 가지 기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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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정도 학기를 지내고 나니 공부하는 요령에 대한 틀이 만들어지는 느낌이 든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틀을 만든 다음 이 안에서 얼마나 집중적으로 먹을 것을 구워내느냐이지만 틀 또한 공부의 시작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4학기를 보냈으니 난 벌써 대학교의 약 24개 과목을 경험한 셈이 되는데, (참 시간도 빨리 간다.!) 이 24개 과목을 종이에 적어놓고 각 과목을 예전에 공부할 때 어떤 식으로 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일정한 공부 패턴의 특성에 따라 과목들이 크게 두 가지 그룹에 들어가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Pattern 1. 수업전 예습 - 수업중 복습 - 시험공부는 3일만 팽팽하게

  최대한 성실한 대학생으로 살고자 한다면, 학교 공부 이외에도 다른 일들도 함께 잘 버무려가면서 학기를 보내고자 한다면, 시험 일주일 전부터 폐인 모습으로 등장하고 싶지 않다면 이런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방법은 충분한 예습으로 준비를 해놓고 수업이 끝나면 그날 다루고 생각한 것들은 머리에 잘 저장해 놓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부가 지연되거나 공부 외의 활동(먹기, 수다, 졸기 등)과 결합되어 비효율적으로 변할 염려가 없다. 하지만 공부 외에도 할 일이 많고 약속이 무작위로 잡히고 단기적인 건강과 심리 상태가 왔다갔다하는 대학생에게 이러한 패턴을 모든 과목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이 패턴은 적극적인 시험공부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패턴을 유지하는 과목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① 교수의 강의가 체계적이지 않다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은 학생을 배려하지 않는 교수의 강의법이라는 지적의 대상으로 볼 수도 있고 보다 교수의 재량을 확대하여 오직 대학의 그 사람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지식이 오고 간다는 칭찬의 대상으로 볼 수도 있다. 교수가 수업자료를 충분히 준비해 오지 않거나, 수업자료를 주었을 때 기호의 표시나 글씨체 등이 학생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킨다면 체계적이지 않은 강의가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교수의 이력, 대학 밖에서의 경력 등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syllabus와 그에 따라 학생들을 즐겁게 자극할 수 있는 말들로 수업을 꾸며 나간다면 그 강의는 인기 과목이 되는 것이다.

② 시험을 보기 위해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아야 한다

  이건 솔직히 대학생인 나로서 고백하자면 '조금 귀찮다'. 도서관 서가를 배회하며 눈에 띄는 책을 찾아 물색하며 멍하니 책장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뽑은 책이 수업의 내용과 별 관련이 없을 때에는 스스로의 미스에 개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교 공부가 '근사하게' 보이는 것은 바로 이렇게 혼자 지성을 찾아 헤매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③ 수업시간 중에 질문에 대답하거나 토론을 해야 한다

  첫 번째 패턴과 연관된 과목들에서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교수와의 상호작용이 매우 크고 교수는 학생들이 이미 충분히 이 내용에 대해 알고 왔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강의를 진행한다. 토플 리스닝에서 만날 법한 그 다양한 학문 분야의 교수들처럼..(절대로 학생들을 가만히 듣고 앉아있게 하지 않는다. 존경을 표한다. 미국 대학에 대한 찬사라고 하면 비약이고 사실 대부분의 수업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야 맞다고 본다.) 그리고 반짝 퀴즈를 내는 과목들도 이 특성에 속한다.

④ 시험문제는 대부분 주관식 서술형이다

  B4 갱지 두 페이지가 주어지고 나는 계속 무언가를 써야 한다. 때로는 내가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를 때도 생기고 논술이든 많은 양의 계산을 하는 문제이든 대충 끼워맞출 때도 있다. 


  첫 번째 패턴을 쓰는 과목에서 학생들은 예습을 매우 철저히 하고 수업에 들어올 때 조금은 비장한 자세로 들어오게 된다. 우리들은 교수님께 조금이라도 더 멋진 말을 해보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가 종종 생긴다. 수업을 할 때에는 우리가 미리 혼자 배운 내용과 교수님의 말을 대조해 보면서 우리에게 틀린 점이 없는지를 따져보아 틀린 점은 다시 고치고 그것을 변하지 않는 사실로 고정시켜 기억한다. 나중에 재방송 틀 일 없게 지금 할 때 다 해버리자는 생각으로 수업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 수업 전에 잠은 다 충분히 자 놓고 수업 이후에 풀어진다. 수업 때 열심히 해 놓았기 때문에 시험 공부는 시험 3일 전부터 바싹 하면 충분하다.


이 패턴에서는 이런 식으로 공부할 것이다:

  • Syllabus를 보고 다음 수업때 다룰 범위를 미리 읽는다
  • 똑같은 내용을 다르게 설명하는 부교재를 참고한다
  • 모의 답안을 작성해 본다 

 


Pattern 2. 예습 없음 - 수업 - 틈날 때 복습 및 시험공부는 2주간 느슨하게


  한국의 대학생으로서 나는 아직 이 패턴에 더 익숙하고 이것이 첫 번째 패턴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한다. 시험 기간이 아닐 때에는 널널한 중앙도서관에 시험 2주 전부터 갑자기 폭발적으로 인원이 증가하는 현상은 우리들이 모두 한국의 대학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패턴 역시 '할 때 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으나 첫 번째 패턴과 같은 '할 때 하는' 모습에 비하면 박수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대학생의 현실적 측면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예습 없이 마음 편하게 수업에 들어가서 한적하게 강의를 들은 뒤 그 뒤에 슬슬 복습을 하고 자료를 찾아보는 방식이 자연스럽고 실현 가능하다. 이 패턴은 소극적인 시험공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패턴을 유지하는 과목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① 진도에 써있는 대로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강의를 진행한다

  이런 강의는 체계적이다. 대부분 Syllabus에 기계적으로 톱니를 맞물린 것처럼 수업이 딱딱 맞추어 돌아간다. 학생들에게는 이것보다 합리적인 수업 전개가 없을 것이다. 예상한 대로,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지만 이러한 강의 중 절반은 지루하고 졸리다. 특히나 앞에 있는 사람이 교재와 똑같이 말하거나 약간의 주석 추가만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경우에는 그렇다. 교재에 스피커를 단 형상이 앞에 서 있으면 그 사람은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아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의 스파크 또한 없고, 그래서 졸린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담이나 (지금 다루는 수업 내용과 관련되었든 삼천포로 빠지는 말이든 상관없다) 유머를 섞어서 재미있게 강의를 풀어나가시는 교수님은 수업계획서도 충실히 따르시고 학생들도 즐겁게 해주셔서 존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② 시험을 보기 위해 읽어야 할 자료의 범위가 좁다

  이러한 패턴을 쓰는 과목들의 경우 수업 자료가 PPT인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혹은 PPT를 주교재로 하고 간혹 필요에 따라 학생들이 구입하고 나서 몇몇은 후회할 만한 두꺼운 책을 찾아보라고 교수님께서 짚어주신다. 자료의 범위가 좁기 때문에 수능 공부할 때 표와 글머리 기호 목록이 무성한 과목 별 요약본을 달달 외우기 잘 했던 학생들은 유리하다.

③ 교수와의 상호작용이 별 필요가 없다

  앞에서 열심히 설명하시는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일방향적인 소통만이 이루어지는 교실 안에서는 대부분이 잔다. 특히나 수업 내용이 쉬운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학생들에게 기습 질문을 하지도 않고, 반짝 퀴즈를 하지도 않으니 학생들은 수업 중에 햇살이 내려앉은 창가를 가만히 보기도 하고 앞에 앉은 이쁘장한 누군가를 몰래 응시하기도 한다. 긴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편한 점도 있지만 더 배워갈 기회를 놓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두 번째 패턴을 쓰는 과목 중에는 대형 강의가 많다.

④ 조모임/프로젝트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 수업시간 외에 학습에 할애할 시간이 생긴다

  중간/기말고사 말고 Open-book test나 조모임이나 프로젝트와 같이 장기간을 주어 서로 협력하면서 최선의 답이나 아이디어를 기획하라는 활동이 수업의 주된 내용이라면 학생들은 예습보다는 친구들과 모였을 때 그 때 비로소 열심히 복습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예습 안 한 빈 머리로 수업을 들은 같은 처지의 친구들로서 동질감도 느끼고, 사람 여러 명이 모였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사회적 촉진도 활발히 일어나게 된다. 장기간이라는 점 때문에 수업시간 외에 학생들이 유동적으로 학습 자료를 파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⑤ 시험문제는 대부분 객관식이나 주관식 단답형이다

  시험은 단순하다. 그리고 대부분 쉽다. 창의적인 생각을 표출하는 일은 그닥 필요하지 않다. 물론 중간/기말고사 말고 앞서 말한 다른 활동에서는 그 반대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 패턴을 쓰는 과목은 수업 시간을 단순히 수업으로만 활용하지 않는다. 수업의 분위기가 조금 더 느슨하고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끼리 조금 더 친해질 기회가 많이 생긴다. 오늘은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나중에라도 슬슬 수업자료를 읽어보면 그때 되면 다 이해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진행하는 여러 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하면서 수업을 슬슬 들을 수도 있게 되고, 수업의 중요성을 조금 덜어서 그것으로 번 에너지를 대학교 외의 의미있는 활동에 투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수업 2주 전부터 중도로 달려가 장시간을 앉아 슬슬 복습의 속도를 높여가기 시작한다.


이 패턴에서는 이런 식으로 공부할 것이다:

  • Syllabus를 보고 이번 수업때 다룬 범위를 나중에 읽는다
  • 손에 쥔 슬라이드 자료의 정주행 혹은 역주행을 3번 이상 반복한다
  • 수업 시간에 들었던 표제어를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구글이나 위키피디아에서 검색을 한다 (검색된 내용은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자료' '범위가 넓은 자료'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비록 과학적이지는 않아도 경험을 통해 시험공부 방법을 두 가지 패턴으로 나누고, 그를 통해 과거의 시험공부 행태를 되짚어보면서 아울러 미래의 적절한 시험공부 방법을 구상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게끔 하였다. 나는 아직 1번 패턴이 2번 패턴에 비해 더욱 학생으로서 가치가 있는 시험공부 방법이며 따라서 더욱 지향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대학 공부(학점)에만 매달리는 것은 2000년대의 나와 같은 20대에게는 그다지 지혜롭지는 못한 일이기 때문에 결국 1번 패턴과 2번 패턴을 50대 50으로 똑같게 비중을 두는 방법을 택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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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을 할 때 특히 선생님이 지정한 주교재를 가지고 계속 진도를 빼는 경우, 우리는 그 주교재만 열심히 보면 그 과목을 뗄 수 있다고 하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사실 학문의 바다는 그 주교재가 다루는 범위보다 훨씬 넓을 가능성이 99%이며, 주교재가 완벽하게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대학교에서는 특히 여러 과목을 듣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자료 찾아보기 귀찮은 그런 마음이 밀려오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뽑은 열 몇페이지짜리 PPT 슬라이드 자료만 띡 보고 공부 끝, 시험 보자 해서 시험을 보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러한 자세는 크나큰 착각이 가져온 늪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학기에 어떤 과목(내가 아주 혐오했던)에서 나는 그렇게 책 한 권만을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계속 반복해서 읽어서 망한 적이 있다.

  원래 학교의 수업자료로 활용되는 자료만을 보아서는 그 과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주교재의 인터페이스가 나의 학습 프로세스와 약간씩 어긋나 학습 효과가 반감되는데도 그 교재만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안 된다. 시험을 犬 亡하게 된다. 이때에는 그 과목을 이해하기 위한 다른 자료를 찾아보고, 그에 따라 찾은 몇 개의 자료를 이해하기 쉬운 것부터 혹은 조직이 잘 된 것부터 차례대로 읽기 시작하면 된다. 다른 자료란 인터넷 사이트 문서, 다운 받은 pdf 파일, 도서관의 다른 책, 친구의 필기노트 등을 말한다. 나의 경우 Wilcoxon Signed-rank test에 대하여 알아보기 위해 처음에는 조금 쉬운 책인 Statistics for Business & Economics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는 더 어렵게 설명된 책인 Intoduction to Probability & Statistics for Engineers & Scientists를 보고, 그 다음 수업 시간에 나누어준 뭐가 무슨 말인지 쉽게 알아볼 수 없으며 공식들이 뒤죽박죽 써 있던 필기 프린트를 보았다.

  교과서는 2권 이상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수업계획서에 있다. 교수님들은 따로 언급하기 귀찮아 하셔서일까 참고교재는 수업계획서에만 짧게 써놓고 수업 시간에는 설렁설렁 수업을 진행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이 할 일은 그 수업 시간에 나누어주거나 혹은 다룬 것들만 보는 일이 아니다. 다른 자료들을 함께 맛보아야 하는데, 이때 그 자료들이 알고 보면 참고교재이며 그 과목의 충실한 이해와 가장 깊은 관련이 있는 자료들이다. 수업계획서를 학기 초에만 띡 보고 그만 보지 말고 정갈하게 인쇄해서 그 학기에 해당하는 모든 과목의 수업계획서를 얇은 클리어파일에 넣어놓고 1주일마다 점검하면서 읽어보자.

  집에서 넓은 책상과 함께 공부한다면 책상 위에 이러한 자료들을 성긴 바둑판 형식으로 펼쳐놓고 이걸 봤다 저걸 봤다 아 이게 이래서 저게 저런 거구나 하고 자료 사이의 하이퍼링크를 만드는 연습을 하는 것이 참으로 큰 도움이 된다. 다르게 생겼지만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두 개 이상의 자료를 연결시킬 줄 아는 안목이 생겼다면 당신은 이미 그 내용을 뼛속까지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면 알록달록 맛좋은 과일이 널려있는 방콕이나 바르셀로나의 활기찬 시장의 모습처럼 사람의 기분도 즐거워진다. 공부는 즐겁게!!

그리고 주이 디샤넬 이쁘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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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ing Adobe Photoshop CS - Filter: Ink Outlines
2008년 10월 21일 늦은 11시 잠깐 쉬러 나왔다..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책상이 넓으면 넓을수록, 한눈 안에 들어올 물건의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효율적이다. 그만큼 더 풍부한 자료와 접한다는 뜻이고 흥미와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시험은 찾아오고, 나는 내 책상을 최대한 넓게 활용하면서 공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이 상반된 감정의 활동을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 마치 수백 개의 버튼과 레버와 스틱이 설치되어 있는 파일럿의 조종칸에 처음 탑승했을 때의 설렘과 같은 기분을 책상 위에서 간직한 채 지식을 찾아 비행기를 띄우듯 말이다. 

1 더 넓은 시야와 더 풍부한 정보를 가져다주는 인터넷 그리고 컴퓨터
  나는 수업시간에 나누어준 리딩 자료나 PPT, 교수님의 말씀 그리고 나의 필기만 가지고 공부해서는 그 과목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못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조금 더 많이 자료를 찾아보려고 한다. 때로는 수업 시간에는 언급을 하지 않은 자료를 읽어봄으로써 이미 언급한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데 도움을 받을 때가 있다. 이는 일종의 레버리지 효과와 비슷하다.
  브라우저의 여러 탭을 열 수 있는 기능은 참 편리하다. 이를 통해 내가 공부를 하는 시간 동안 항상 켜놓는 사이트는 구글과 위키피디아다. 리딩 자료나 PPT를 보면서 잘 이해가 안 되는 개념이나 용어를 검색창에 입력하여 그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읽으면 잘 이해가 안 되도록 설명해 놓은 수업 자료를 달달 외우는 것보다 훨씬 높은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과연 맞는지를 새로운 자료를 찬찬히 읽어보면서 대조하고 검사함으로써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현재 진행상황을 알게 해주는 프랭클린 플래너 데일리 속지
  하루의 공부할 범위를 여러 개의 작은 task로 나누어 하루의 업무 리스트에 적어놓은 다음 30분에서 1시간 단위의 하나의 공부 task를 끝낼 때마다 체크를 하면 성취감도 높아지고 현재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알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내일과 모레의 속지에도 이와 같은 자세한 task를 기록해 놓으면 미래에 대한 준비를 했다는 기쁨도 느낄 수 있다. 프랭클린 플래너의 나침반 마크에서도 알 수 있듯 시스템 다이어리는 사람을 한 방향으로 집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누군가에게 감독당하거나 까칠한 선임을 위에 두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철저한 방향 설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있으면서 방해받고 싶지 않아 하는 나에게는 시스템 다이어리가 참 좋다.

3 리딩 자료 / PPT
  자료는 최대한 많이 꺼내놓는다. 특정 항목에 대해 공부할 때마다 관련된 자료는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꺼내 놓아 여러 개로 펼쳐 보아야 한다. 특히 주교재를 집에서 알아서 읽어오게 하고 수업 시간에는 PPT로 계속 나가는 수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 이 두 가지 수업자료를 같이 대조해 보면서 공부하는 방법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4 쓰면서 공부하기 위한 메모장
  어디서 주워 들은 이야기 중에 혈액형 별 추천하는 공부방법이라는 내용의 작은 잡지의 한토막이 있었다. A형인 나에게는 쓰면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데, 실제로 나에게 이게 효과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쓰면서 공부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듯하다. 어차피 실제 시험은 쓰는 시험이지 말하거나 듣거나 읽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쓰면서 공부하기는 가장 실제 시험과 비슷한 형태의 경험이다.
  따라서 나는 리딩 자료나 PPT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읽은 것들을 이곳에 조직하여 풀어 써본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는 시간을 최대화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머릿속의 내용을 글로 단순히 옮겨 적는 프로세스는 최소화하여 가장 적은 시간에 가장 많은 항목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한다. 메모장으로는 이면지가 참 좋다.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도통 생각이 잘 나지 않는 이면지를 아무 생각없이 버리지 말고 이런 일에 활용하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5 필기 공책
  나는 필기 공책은 따로 만들지 않는 편이고, 리딩 자료나 PPT의 여백에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어넣는 편이다. 관련된 내용은 한자리에 모아 놓아야 한다는 나의 원칙 때문에 굳이 같은 항목에 관한 설명을 두 가지의 틀에 나누어 넣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아울러 필기 공책 위에 있는 망나뇽은 삭막한 책상 위를 귀엽게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다. 오늘은 정외과 교수님 방 서재에서 버락 오바마의 플라스틱 인형을 봤는데 무지 탐나더라. 미국에서 지금 엄청난 인기라고 한다.

6 다양한 색깔 펜
  여러 가지 색의 펜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이렇게 나의 공간인 집에서 여유롭게 물건들을 펼쳐놓는 경우밖에 없다. 1시간짜리 수업을 듣는 와중에 다양한 색깔 펜까지 꺼내놓기란 가능은 하지만 그리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차라리 검정 펜만 가지고 줄기차게 필기를 해대는 것이 한가롭게 펜 색깔을 바꾸는 것보다 낫다. 그래서 나는 여유롭게 공부할 때에는 다양한 색깔 펜을 이용해서 많이 밑줄을 쳐보고 다이어그램도 그려보면서 이미 있는 자료의 조직에 힘을 쏟는다.

7 우유
  한달 전부터 나는 밤에 공부할 때마다 우유를 한 컵 마신다. 우유 안의 세로토닌 성분이 숙면을 촉진시켜 밤늦게까지 피말리며 공부를 해도 침대에 누웠을 때에는 잡생각 없이 바로 노곤함을 느끼게 해주고 숙면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준다. 매스컴이 만들어낸 이미지인 스니커즈나 콜라보다는 몸에 좋은 우유가 백배 좋다. 아! 나는 우유는 냉장고에서 꺼내서 바로 마시지 않고 책상 위에 15분 정도 올려놓았다가 적당한 온도(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기에 적합한 물의 온도 정도)가 되면 컵에 따라 마신다.


  대학교에서 시험을 하도 많이 쳐봤기 때문에 (이번이 무려 7번째이고 과목 수로 따지면 지금까지 나는 35개 정도의 시험을 쳤다)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하는 법이 무엇인지 나만의 방도를 어느 정도 뚫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의 가장 큰 고민은 학점이 아니라 그 외의 다른 성취에 관한 것들이다. 특히 면접을 통해 들어오는 인턴십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쓰기 시작해야 하는지 하나도 잡히지 않는다. 혼자서 이렇게 판을 벌리는 일 말고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휘젓고 돌아다니는 일을 이제부터 하나씩 생각하고 연구해 볼 때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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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블로그를 못한 원인은 이중전공에 따른 부담과 동아리의 정기공연 준비 이 두 가지에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의 무서움을 파악하고 소문의 소용돌이와도 같은 괴력을 절실히 느낀 어떤 한 사건 때문에 나는 내 모습을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조심하게 되었기 때문에 블로그에 아주 직설적이라 할 수 있는 나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기를 주저했다. 그러면서도 공대와 사과대를 넘나드는 첫 학기의 첫 시험 준비는 어느 정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맨 처음 과목은 조금 망치긴 했지만 앞으로의 학기를 어떻게 버텨야 되나 하는 거대한 절망은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공부법을 연마하자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특히 이번에 언어와 수학을 병행해 가는 공부를 하다 보니 생각 할 게 훨씬 많아졌다. 그동안 쪼들리는 일정에 블로그 주제는 머리 안에 있었지만 늦은 하루의 피로감 때문에 그것을 포스팅으로 옮길 힘조차 없었는데, 오늘 아침은 참 개운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포스팅하기 좋은 것 같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내가 주의를 기울여왔던 주제는 새로운 정보다. 이는 기존의 내가 배워놓은 지식을 보존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오늘 당장 내 눈 앞에 새로 펼쳐진 정보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방법과 관련이 있다.

  새로운 정보는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교수의 말 한마디를 필기로 옮겨 적으면서 빛을 발한다. 새로운 A라는 정보가 내 머릿속에 들어왔을 때 가장 신경을 써야 되는 부분은 지금 이 정보를 저장할 때 아주 특수한 모습으로 가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책의 몇 페이지에서 이 정보를 발견했는가를 생각해보고 그 페이지를 스크린샷처럼 기억하는 방법, 이 정보가 툭 튀어나올 당시의 나의 심정이라던가 주변 사람들의 대화하는 상황 등을 연계시켜 함께 기억하는 방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전에는 글귀를 있는 그대로 단지 글의 형태로만 머리에 저장하곤 했는데, 이는 어렸을 적의 성경구절 암송처럼 10-20회의 반복적인 읽기를 통한 암기에만 적합한 방법이었다. 다행인 것은 지금 우리가 정보를 얻기 위한 소스가 글, 그림, 하이퍼텍스트 문서, 동영상, 친구나 다른 어른들의 말 등 아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특정 정보 A를 아주 독특하게 기억하기 쉬워졌다는 사실이다. 눈과 뇌만 가지고 글을 읽어 정보를 달달 외우는 것과, 여러 감각기관이 모두 열심히 가동하여 똑같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 중 무엇이 더 효율적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이 정보가 내 안에 저장된 이후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일이다. 정보를 처음에 받아들일 때 그 정보가 완전한지 혹은 올바른지에 대해 의심을 한다면 그 정보는 뒤틀리고 기억 속에서 쳇, 하며 빠져나간다. 슬롯머신의 빙빙 돌아가는 그림들처럼 어떤 형태를 취할지가 불안한 정보가 차분히 굳어진 프레스코화와 같이 뇌에 저장되도록 처음부터 정보를 받아들일 때 온 정신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을 완전히 믿지 못하면 정보가 나에게 온전히 들어올 수도 없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가 다른 정보와 아무런 의미 없는 연결관계를 가질 수 있다면 그러한 쓸데없는 연결관계를 처음 정보를 접하는 순간에 떠올리기를 삼가할 필요가 막대하다. 예를 들어 막스 베르트하이머라는 심리학자가 가현운동의 원리를 처음 제시했다는 지식을 처음 접할 때에는, 1920년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사회학자 막스 호르크하이머를 쓸데없이 떠올리면 안된다. 농담이나 유머를 위해서는 이러한 경우처럼 정연한 논리를 비틀지만, 공부를 할 때에는 진지하게 정연한 논리를 천천히 따져가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중요한 원칙은 서로 관련이 있다. 정보를 특수한 모습으로 가공해 놓으면 그 A라는 정보는 워낙 특수하기 때문에 기존에 내가 저장해 놓은 수백만 개의 단편적인 정보와 아무런 혼란을 빚지 않게 되어 불변하는 분명한 지식으로 남아 있게 된다. 관련된 두 가지 원칙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 방법과 원칙은 능력의 필수적인 지지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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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SCEM (Ecole Supérieure de Commerce et de Management) 메인 페이지 (http://www.escem.fr/)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학교!


교환학생 가능 대학교 알아보기

1. 교환학생 프로그램 일정/가능대학 리스트 다운로드
2. 대학교 웹사이트 방문
3. 그 대학교에 관련한 뉴스, 통계 조사
4. 그 대학교의 진짜 모습 보기

  2학년이 되면 모두들 한번씩은 알아볼 만한 게 교환학생이 아닐까 합니다. 가장 확실하게 알아내는 방법은 지금의 인터넷 시대에서도 역시 실제로 교환학생 학기를 보낸 주변 선배들에게 물어서 찾아가는 방법이겠지만, 그러한 오프라인 중심의 접근법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활용해야 합니다.

1. 교환학생 프로그램 일정/가능대학 리스트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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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세대학교 학사안내-교환학생

 우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든 공지사항과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접촉하여 가장 최신의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저희 대학교는 '학사안내' 안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공지를 한데 모아놓고 있어서 편합니다. 다른 대학도 이렇게 홈페이지를 구성해 놓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6개월-1년 뒤에 교환학생 학기를 보낼 생각이라면 지금부터 신청가능한 대학 리스트를 다운로드 받습니다. 대부분 표 형식의 엑셀 스프레드시트로 만들어져 있을 것입니다.

 자기의 평소 학업 방향, 진로, 대학의 인지도와 커리큘럼 분야, 그리고 취향(그 대학에 갔을 때 내가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인가?)을 고려하여 대학을 정해 봅니다. 저의 경우 교환학생은 학부 4학년 중에 있는 것이므로 특별히 심화된 전공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 미국을 선택하지 않았고, 평소 공부하던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 그리고 생활에 대해 깊게 느끼고 싶어서 프랑스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일하거나 살고 싶은 네덜란드도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뽑아 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ESCEM (Ecole Supérieure de Commerce et de Management) (프랑스)
- INSA de Lyon (프랑스)
- ISC(Institut Supérieur de Commerce) Paris (프랑스)
- The Hague University (네덜란드)
- Tilburg University (네덜란드)




2. 대학교 웹사이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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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ilburg University (http://www.tilburguniversity.nl/)

 어느 정도 가능 대학교의 목록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그 대학교의 웹사이트를 하나씩 찾아가 봅니다. 그리고 그 대학교가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학과/분야의 과목을 제공하는지를 확인합니다.
다음의 단어가 눈에 보이면 메뉴를 클릭합니다.
departments, curriculum, faculties, exchange progr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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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NSA de Lyon (www.insa-lyon.fr)

 저는 교환학생 가능 대학교의 학과/분야 소개 페이지에서 정치외교학과 정보산업공학 둘 중에 하나에 해당하는 교과목이 있으면 바로 마음 속의 2차 통과를 시켰습니다. 사실 복수전공을 할 저에게는 경영/정보 분야, 정치/외교 분야의 큰 두 가지 갈래 중 하나만 걸린다면 상관없습니다. Facility Management, European Studies, Managemement, Systems, Strategy, Information Management......등등이 있었습니다. 확실히 경영 쪽이 많아 경영학과 애들이 부럽기는 했지만, 요즘은 꼭 경영학과라고 해서 교환학생 대학에서 경영학과 과목을 들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대학교 웹사이트의 디자인 수준을 보고 그 대학교에 대한 호감을 결정합니다. 제 신념 중 하나는 세계화에 적응하기 위해 인터넷에 신경을 많이 쓰고 집중하는 기관이 좋은 기관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음식 모형을 아름답게 꾸며놓은 레스토랑이 맛도 좋듯이, 웹사이트 디자인을 아름답게 해놓은 대학교가 미래를 향해 개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까지 고려해 보았을 때 저에게 가장 매력적인 대학교는 ESCEM이었습니다. 노란 물고기와 함께하는 심해 잠수함 탐험 느낌의 시원한 디자인은 다른 대학교보다 이곳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도록 하는 심리적 추동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3. 그 대학교에 관련한 뉴스, 통계 조사

 커리큘럼을 확인한 다음에는 조금 세속적인 면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속적인 면이란 그 대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은 어떤가, 순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에 관한 것들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 사이트와 검색 사이트를 이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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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창에 그 대학교의 이름을 쳐서 들어가 계속 링크를 클릭하고 클릭해서 여러 정보를 탐색해 갑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 대학교가 최근 어떤 실적을 거두었고, 어느 상을 받았으며, 연구기관이나 기업과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검색/미디어(기사)/미디어(영상) 이렇게 3가지 사이트의 창을 세 개의 탭으로 인터넷을 실행하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쉽게 정보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YouTube는 UCC를 보기 위해서보다는 TV 프로그램 캡쳐 동영상을 보기 위해 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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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4. 그 대학교의 진짜 모습 보기

 이건 나중에 해도 상관없기는 하지만 조금 더 미디어에서 벗어나 사용자 중심의 컨텐츠를 보면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Facebook을 통해 친구의 친구를 수소문하며 방명록으로 질문과 답변을 해도 될 것이고, 네이버/다음/싸이월드 카페 글 검색창에서 질문을 입력해 답변을 받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YouTube에 가서 그 대학교 학생들이 직접 찍어와 편집한 동영상을 즐겁게 관람해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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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역사에는 언제나 삶의 특정한 부분에서의 방식을 완전히 전환시키는 커다란 사건이 개입하였다. 그 사건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 같은 방대한 자연과학/철학 영역에서의 사고방식의 변화일 수도 있고, mass SP에서 개인 SP나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으로의 전환과 같은 경영, 정치, 심리 등에서의 방법론의 변화일 수도 있으며, 마지막으로 핸드폰, 인터넷, 자동차 등의 구체적인 기술이나 도구를 통한 변화일 수도 있다.

  모든 종류의 '창의적인 것들'은 결과로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전환시켰다. 어떤 새로운 물건, 생각, 사상 등으로 인해 기존의 것을 완전히 버리거나 역사의 박물관으로 저장해 놓고 사람들은 즉시 새로 등장한 것으로 대체하였다. 이러한 추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의 하루를 보내다가 그 하루를 보내면서 반복적으로 느꼈던 ( ) 에 대해 새로운 행동 패턴으로 '완전한 대체'를 추구하였고, 그러한 추동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상과 기술을 낳았다. ( )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겠다.

( ) : 일상 속에서 나타나는 행동 패턴 속에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부정적인 모든 사건/현상/감정
- 불편한 사건 -  명령어를 다 외워야 했다 -> GUI
- 불가능한 사건 - 미국에서만 파는 물건은 못 사왔음->해외구매대행 사이트
- 실패한 사건 - 돈이 없어서 지식이 부족했고 그에 따른 실패->무료 인터넷강의
- 비효율적인 사건 - 너무 긴 행정 절차, 쭉 가면 될 길을 돌아서 가는 경우->키오스크, 사이버민원

기존의 생활 속의 모든 행동패턴 A1, A2, A3, A4......An
아이디어가 적용된 새로운 행동패턴 B1, B2, B3, B4....Bn
그리고 각 An과 Bn을 이어주는 방법인 아이디어 I1, I2, I3, I4....In
  A1은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 I1에 의해 새로운 행동패턴 B1로 변한다. A1과 B1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자.

이 도식에만 신경쓰고 이 세상 60억 인구가 1일 24시간 동안
24 x 6,000,000,000 개의 행동 패턴을
어떻게 진행해 나가고 있고 그중에서
부정적인 사건/현상/감정을 느끼는 행동 패턴이 무엇인지 골라낸다면
최소한 하루 동안의 생각으로 5개는 골라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잠자는 시간도 있고 몇 시간째 같은 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정도 값으로 생각)

  여기서 주장하는 창의적 사고방법은 기존의 모든 사람들이 따르도록 예상된 절차, 규범, 제도 등을 완전히 논의에서 배제한 채 오직 사람들이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만 조명한다. 사람들의 행동이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행동을 보다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아이디어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요는 많으니 아이디어를 찾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하루 동안 생활하면서 겪는 1분 1초의 사건들을 관찰해야 한다. 즉 도서관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책들을 읽어보고 기존에 다른 사람들이 주장했던 이론을 배운다고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이전 연구 결과는 효용성 있을 만한 아이디어를 찾은 후 그를 다듬어가는 과정에서만 적용될 수 있다.


  우선 사람들이 어느 때에 무슨 구체적이고 사소한 일 하나를 하다가 짜증을 내거나 피곤해하거나 불편해하거나 해결책을 찾지 못해 절망하는지, 그 부정적인 순간을 잡아 놓는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순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은 기존에 만들어진 사상/방법론/기술을 찾아본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 힘들지만,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덩어리를 재료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은 이에 비해 훨씬 쉽다. 그 다음은 부정적인 순간과 기존의 것들을 합쳐서 그 합친 결과가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이 때부터 여러 자료를 찾아서 연구한다. 아이디어를 다듬는 과정에서는 그것이 사람들이 행동 패턴을 기존의 것에서 '완전히 대체'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 즉 효용성을 최선의 가치로 생각하여 판단해야 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불편은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 말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그의 구체적 실천 방법을 조곤조곤 이야기했을 뿐이다.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나름 생각해볼 만한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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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할 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말과 글에 대한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그림이나 음악에 대한 기억이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예전에 들었던 음악이나 예전에 보았던 그림을 회상하는 것보다 열 배는 힘들다.  옛날에 수능 공부할 때에도 언어가 제일 낮게 나왔고,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길게 말하는 것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말이나 글과 같이 한 줄씩 쭉 뽑아내는 듯이 기억하지 않고 무언가를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기억해내는 매체에 대해서는 아주 또렷이 머리에 그려낸다. 생각해보니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생각해낼 수 있게 해주는 매체에는 지도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말이나 글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 그리고 한꺼번에 정보를 인출하기 쉬운 지도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적어도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을 생각해낼 때 지도를 기억해내는 것처럼 함으로써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남자들도 지도와 같은 자료는 금방 다 외워서 나중에는 지도 없이도 장소를 곧잘 찾아간다. 결국 책과 지도를 인식하는 과정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알아본다면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읽은 책의 내용을 더욱 쉽게 기억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을 기억하고 인출하는 방법 중에 '영상기억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모든 내용을 비디오와 그림으로 환원시켜 우리의 감각 중 가장 발달한 시각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실제 나도 대학교 시험을 치를 때 이 방법을 사용한다. 자료들을 3번 정도 반복해서 읽으면서 각 페이지를 눈이라는 DSLR을 통해 고화질로 한 장씩 저장해 놓은 뒤 시험 시간에는 머릿속의 사진들을 고속 인쇄기를 통해 바로 출력해내어 내 눈앞에 펼쳐 놓고 그 상상의 출력된 사진을 보고 답안을 적어나간다. 물론 프린터에 고장이 나 출력이 안 될 때도 있지만 이런 느낌으로 텍스트 자료를 영상으로 만들어 학습하면 매우 좋은 효과를 얻는 것 같다.


  내가 텍스트와 사진에 비유하여 영상기억법을 소개했지만 이러한 방법은 단순히 텍스트가 인쇄된 페이지(어떻게 보면 이것이 영상이다) 자체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지도'는 그러한 '페이지 자체'와는 다르다. 지도는 텍스트를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영상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제 더 알아보아야 할 것은 텍스트를 영상으로 환원하는 구체적인 인식론이며, 이를 위한 기본적인 단계로 책과 지도의 연관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사실 글보다 재미있는 것이 그림이고 영상이고 지도다. 무언가를 정말로 잊어버리지 않고 장기기억 속에 꽁꽁 동여매려면 재미있는 결과물'만' 가지고 학습을 해야 되는 것 같으며, 그래서 그냥 글보다는 그 글을 뒷받침해주는 여러 멀티미디어 자료를 함께 보면서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텍스트는 가장 상위의 매체이며, 텍스트에 딸린 하위 매체로 그림과 소리와 비디오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도는 텍스트를 변환한 결과물이며 하위 매체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인터넷으로 말하자면 멀티미디어에 하이퍼링크가 걸려있는) 결과물이다. 또한 지도는 학습자가 실제로 학습한 내용을 집행(기본적인 말하기, 쓰기, 그 외에도 영상 제작, 작곡, 이미지 편집,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등)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되는 매체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그림과 비디오를 많이 보았다 할지라도 나중에 그것들을 기억해내지 못하면 그러한 학습에 소모한 시간은 모두 쓸모 없이 날아가버린다. 특히 인문계열인 사람들이 이를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문과는 계속해서 지도를 그려나가야 하고, 계속해서 지식을 표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li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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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 말하기/쓰기

- 목차

- Chapter

- Clause

- 내용


- 키워드
- 핵심 논지

- detail의 정도(이 책을 개략적으로 훑고 넘어갈 것인가, 완전히 정독하여 모든 내용을 숙지할 것인가)





지도c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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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 그리기 (백지도 완성)

- 지도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리를 파악하기

- 지역간 경계선

- 시 이름

- 지역 이름

- 지도에는 나타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그 지역 속의 수많은 건물과 자연물 그리고 지형에 관한 모든 지리의 내용

- landmark

- 여행 일정/노선 (itinerary)

- 축척




<사진 출처: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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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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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과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3분 정도의 시간 동안 특정 주제에 대해 말하거나 어떤 질문에 대해 답하거나, 혹은 2쪽 정도의 답안지에 논리적으로 생각을 배열하여 쭉 써내려 가는 능력이다. 흔히 말하는 '썰 푸는 능력'이다. 대학 시험을 볼 때에는 이 능력이 4년 내내 필요하고, 한시라도 이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예의주시해야 한다. 하지만 나도 가끔씩 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반성하면서 보다 나은 능력을 위해 어떤 학습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고민한다. 여기서 보다 나은 능력이란 내가 그 내용을 말하거나 쓰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계속 준비한 후에 바로 유창하게 말하고 쓰게 되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시간적·정신적 조건에서든 그 내용을 차근차근 생각해낼 줄 아는 능력이다. 차근차근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말로 풀어쓰는 것은 그냥 하면 된다.

 우리는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 질문을 할 때,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등 대부분의 수업 시간에 키워드 몇 개에 의존한다. 이것이 바로 speech와 writing이라는 '야간 하이킹'을 도와주는 '야광 막대기'로서의 이정표다. 이는 마치 예전의 우리가 담력훈련을 할 때 깜깜한 산길에 드문드문 놓여있는 야광 막대기를 보고 길을 찾고 걸어가는 원리와 같다. 강의노트에 있는 하나의 키워드, 하나의 이정표, 하나의 야광 막대기는 내가 이만큼의 거리를 아무런 어려움 없이 걸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파워포인트의 슬라이드에 키워드만 간략하게 써 있어도 그 자리에서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말하는 내가 키워드를 바로 참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 실제 시험이나 면접이나 교수님과의 질의응답에서 그렇게 쉽게 키워드를 참고해볼 수 있겠는가. 우리는 키워드가 쓰여 있는 그 어떠한 종이도 들고 갈 수 없다. 다만 머리 속에서 내용을 끄집어내야 할 뿐.. 몇 시간에 걸쳐 책 한 권을 다 읽어도 그 내용이 해독할 수 없는 흐름으로 뇌에 기억되어 있다면 다시 끄집어낼 수 없다. 한 권 독서의 결과로 지리산, 설악산만한 등산로를 머리 속에 그려냈지만 야광 막대기가 없으면 그 길의 입구 조차 들어갈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많이 말하는 것보다 조리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야광 막대기 3개만 가지고 여기서 저기까지 가서 찍고 다시 오는 정도의 산책만 해도 충분히 가치 있고 능력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궁극적인 목적인 '이정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멋진 말과 글을 생산하기'를 위해서는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리는 우리가 평소에 썼던 그 키워드 종이와 꼭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겉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머리 속의 눈으로는 보이는 종이 쪽지를 100장이고 200장이고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종이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길고 조리있는 말과 글에 어려움이 없게 된다.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0.3초 후에 '아,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느낌이 들어. 자신감이 생기는군! 벌써 머리 속에 3분 분량의 필름 롤이 뽑아져 나왔어. 이제 천천히 영사기를 돌리면서 차근차근 말하기만 하면 되겠구나.' 라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질문에 대해 이러한 경지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노력을 하면 반드시 이러한 경지를 달성할 수 있다.

 노력이 말이 쉽지 어떻게 하루아침에 되냐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 모든 서술형 시험문제는 정말 문제 내기 귀찮은 교수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에 대해 쓰시오. 논하시오. 이런 것들) 최소한 포괄적인 clue는 제시해 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 따른 서술형 답을 써내려가면 된다. clue의 도움으로 답을 쓰기 위한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쉽기 때문에 나는 그 가이드라인을 좀 더 쉽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보면 된다. 가이드라인 만들기가 쉽다는 말은 연상이 쉽다는 말이다.

 연상 작용이 쉬워지기 위해서는 머리에 떠올리는 내용이 쉽게 조작될 수 있어야 한다. 내용 자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어야 하고 그 내용을 머리 속에서 새롭게 조직하거나 구성 따위를 할 능력과 시간 같은 건 없다. 바로바로 그 내용을 조작할 수 있어야 하고 연상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또 다시 '흐름'이 중요하다는 얘긴데, 참 다행스럽게도 이 '흐름'이라는 것이 그리 길 수가 없다. 그건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두뇌의 능력이 가진 한계에 근거한다. 즉 누구나 하나의 speech와 writing을 풀어나갈 때 길이는 그리 길지 않으며, 생각할 내용도 그리 많지 않으며, 많은 내용을 풀어내는 것이 요구된다면 이미 누구에게나 여러 개의 speech와 writing을 풀어나갈 기회를 준다. 하나의 아주 긴 흐름은 필요하지 않고 대신 매우 다양한 짧은 흐름이 필요하다.

 따라서 키워드 종이를 만들 때에는 매우 구체적인 주제에 관하여 만들어야 한다. < > 안에 주제나 질문을 써 넣고 < > 아래의 내용을 조금 더 짧게 쓰려 해보라. 흐름을 쪼개는 것이다. 학습이나 암기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있는 것 같다. "쪼개면 쪼갤수록 더 좋다."

 나는 재즈 동아리에서 드럼을 치고 있는데, 관객들 앞에서 드럼을 치면서 리듬 패턴과 솔로를 뽑아내는 느낌은 꼭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음악에도 흐름이라는 것이 있고, 나는 그 흐름을 제대로 탔을 때 멋지고 박수 받을 만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나의 음악도 형편없이 추락하게 된다. 또한 자연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흐름을 한꺼번에 만들어내려는 욕심을 버리면 훨씬 정교한 리듬을 구사해낼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음악 연주의 매력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연주와 말하기와 글쓰기가 결국 하나에서 출발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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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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