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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 일을 계획하여 실천하고 그만큼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아야 하는 현대인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역할과 책무로부터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가지 일에 착수한 후 그것에 엄청나게 집중하다가 막상 그 일이 다 끝나고 곧바로 또다른 종류의 일이 그 사람 앞에 다가왔을 때, 그 사람은 이전에 하던 일에서 뭔가 부족한 것은 없었는지, 혹은 이전에 만났던 사람에게 오해의 소지를 던져주지는 않았는지와 같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러한 고민은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러한 부조화가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한 가지 일만 줄기차게 하여 아무런 걱정 없이 즐겁게 그 일만 할 수 없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마음가짐과 생각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야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과거에는 오늘날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만큼 시공간의 제약이 있었고, 그에 따라 한 사람은 어떤 특정한 하나의 일만 했고 하나의 주된 관심사만 가지고 있었다. 중세시대 유럽의 알자스 지방에서 포도 농사를 하는 농부, 서울의 변두리 골목에서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이발소 아저씨와 같은 사람들은 몇십 년 간 그 자리에 머물러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내왔다. 물론 그들에게도 부업, 또다른 취미, 그들의 집을 찾아오는 외부인, 자주 다른 곳으로 옮겨다녀야만 하는 직업적 특성 등이 존재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그들에게 많이 주어져 있다면 그들은 훨씬 다양한 일과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의 현대인에 비하면 일과 책무의 다양성 면에서 매우 뒤처진다.


  지금의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은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다양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 것처럼 간주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시공간의 제약을 허물어뜨려서 누구나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며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항상 즐거운 것일까. 만약 400년 전과 같이 마을 중심으로 삶의 영역과 일터 그리고 공동체가 제한되어 있었다면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멀리 왔다갔다하며 다양한 일에 머리를 싸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다양한 일을 떠안을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실제로도 다양한 일을 떠안는다. 대학생은 영어 실력을 쌓고 제2외국어도 공부하고 반이나 과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강남, 신촌 등지로 지하철을 타며 먼 거리를 다녀야 하고 틈이 나면 과외도 해야 하며 이성 친구도 챙겨주어야 한다. 이렇게 여기저기를 왔다갔다하며 24시간, 낮과 밤의 개념조차 모호하게 만들어 삶을 채워가다보면 갑자기 병에 걸릴 때도 있다. 다양한 일을 떠안을 수 있는 가능성과 다양한 일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은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불행과 스트레스를 낳지만, 후자는 그와 반대로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후자보다 전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현대인은 여러 가지 일을 선택하고 그 일에 집중해야 하지만 누구나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망각이다. 하나의 일이 끝나면 더이상 그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강한 의지, 혹은 지금 하고 있지 않은 다른 일이 신경쓰일 때 그것에 대한 신경을 과감하게 없앨 수 있는 강한 의지가 망각의 힘이다. 불필요한 고민을 달고 사는 사람은 망각의 힘이 약한 사람이고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금 A에 집중하고 있는데 B를 망각하지 못한다면 A와 B의 부조화가 스트레스를 부른다. 잠을 잘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숙면을 위해 하루에 겪은 모든 일 (즐거운 일과 불행한 일에 상관없이) 들을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어야 한다. 침대 위에서 망각을 못하는 사람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힘겨운 다음날 아침을 맞이한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우리가 맡은 '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 '상태'도 있다. 밤샘 작업으로 무리하여 편도선이 부으면 2~3일간 식사를 할 때마다 편도선에 신경이 쓰인다. 멀티태스킹이 효율성을 높이므로 일하는 사람에게 미덕으로 간주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 대부분 더 큰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하나의 일이 많은 고민의 여지를 남길 경우 스트레스는 더 커진다.


  하고 있는 일, 책임을 맡은 일이 너무나 다양하고 많아서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 망각하는 선택·집중·망각의 정신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불만은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에게는 당연하다. 일을 하다보면 당연히 하루 종일 지속되는 고민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는 자신이 실제로 하는 일의 양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정신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 정신력은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완성된다. 다양한 일을 하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의 사소한 동작에도 주의를 기울여 집중하고 충분한 힘을 써서 일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간다면 망각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어차피 여러 가지 일을 해야만 하는 환경에 있다면 그 환경을 거부하려 하지 말고 그것에 가장 건강한 형태로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매 순간마다 자신이 선택과 집중과 망각의 3단계 정신작용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가 점검해보는 일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일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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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밖에 나가서 운동하는 일은 나에게는 그리 행복하지 않은 일이었다. 바람은 불고 그렇다고 두꺼운 파카를 뒤집어쓰고 운동장을 달리거나 산책길을 뛰어갈 수는 없었다. 특히 아침 기온은 너무 차가웠고 해는 빨리 졌다. 많은 의학 자료들은 사람의 수면 패턴이 여름에서 겨울로 갈수록 더욱 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으로 바뀌어간다고 했는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겨울에 사람이 운동을 덜 하고 실내에서 따뜻한 난로를 쬐며 책을 읽다 스르르 잠드는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안일한 선입견은 나로 하여금 겨울에는 더 따뜻한 난로를 찾게 하였고 바깥 바람을 최대한 피하게 했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고(나는 안 피지만) 책을 많이 읽는 학자의 모습, 따뜻한 카페 안에는 사람들이 많고 바깥에는 눈이 내리는 풍경, 나는 겨울에는 이런 모습을 동경하고 추구했다. 헬스클럽에 나올 듯한 음악을 크게 들으며 밖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씽씽 타고 다니는 영상은 내가 생각한 겨울에는 어울리지 않았으며, 난로를 켜고 두꺼운 니트를 입고 잠을 많이 자는 영상만이 떠올랐다. 니체, 사르트르, 베버, 그 외에 많은 작가와 학자들은 일년 내내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왔을 것이다라고 추측하며 그 사람들을 동경하는 나로 하여금 편안함을 추구하고 비활동적인 습관에 젖어들게 내버려두었다. 사실 만날 책만 읽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은 옛날의 학자나 수도사들도 맑은 날에는 밖에 나가 많이 일하고 운동을 했는데, 그 사실을 간과해버려서 결국에는 나의 건강을 악화시킨 것이다. 옛날에는 직접 힘을 써서 기계를 움직였고 지금처럼 자동화된 시스템이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농부든 학자든 직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적당한 운동량을 의도하지 않고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깨끗했는가. 1800년대의 학자와 지금의 대학생이 똑같이 공부하지만 공부 위주의 삶이 초래하는 건강상의 결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선입견이란 참 무섭다. 겨울에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혹은 이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거나 혹은 멋있다라는 생각이 나의 활기찬 모습을 희미하게 하고 건강을 악화시킨다. 자신의 모습을 한가지로 규정해버리면 삶은 점점 극단을 향해 나아가고, 그에 따라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성품이 나빠지거나 하는 등 어떤 문제가 반드시 생긴다. 따라서 겨울에도 여름처럼 운동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극단적인 삶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생각인 것이다.

  올해 겨울이 유난히도 따뜻해서일까, 나는 어느 순간 화창한 겨울날 비록 아침에는 매서운 찬바람이 그대로 불어올지라도 오전 11시쯤 되면 기온이 영상 4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조깅하기 참 좋은 날씨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냥 막연하게 '겨울에는 운동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해야지' 라고 생각해놓으면 운동을 하려는 첫날 매서운 찬바람을 느낀 순간 바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런데 '겨울의 햇살이 많은 날이면 오전 11시 쯤부터 공원에서 조깅을 하자' 라고 생각해놓으면 기분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뛸 수 있다. 어떤 일을 즐겁게 하려면 그 일을 시작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거나 혹은 그 환경이 조성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바깥에서도 지내고 실내에서도 지내는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어렵지만, 환경을 잘 이해해 놓으면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이 하는 일을 계획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일을 성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일을 하는 동안 얻는 즐거움 또한 커진다. 나는 올 겨울에는 날씨가 추우면 평소처럼 실내에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는 순간 밖으로 나가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활기 없는 몸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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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리의 정기공연도 끝나고, 지금의 11월 중순은 마음 편히 나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차근차근 겨울을 맞이하는 시기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끌려다니지 않으면서 나의 공부와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기가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사실 일년이 끝나고 연말에 자신이 한 해 동안 한 일을 되새겨보았을 때 자기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한 일이 없으면 섭섭하고 허전하다. 나는 그런 허전함을 옛날에 느껴보았기 때문에 올해에는 느끼고 싶지 않다. 꽉 찬 한 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일년을 보내면서 항상 하루하루를 꽉 차게 모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꽉 찬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수시로 점검하면서 일분 일초를 밀도 있게 보내야 한다.


  프랭클린 플래너에는 Prioritized Daily Task List가 있다. 삶을 밀도 있게 보내고 있는지는 이곳에 써놓은 글씨의 밀도를 통해 알 수 있다. 글씨를 많이 써놓았다는 것은 하루 중의 Task를 많이 계획했다는 표시다. 하지만 그 Task를 써놓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밀도 있는 글씨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일을 최대한 자잘하게 쪼개서 한 Task의 소요시간이 10분을 넘지 않는 경우에는 Task의 실천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면서도 하루의 Task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마치 하루에 많은 일을 한 것처럼 느껴지며 실제로도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이 방법은 프랭클린 플래너 가이드가 말하는 Specific과 Realistic을 모두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오늘 12페이지짜리 소논문을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그 소논문의 4장의 1절과 2절과 3절을 인터넷 자료 조사와 도서관 논문 조사를 통해서 보완하면 소논문 쓰기가 마무리된다고 하자. 이때 Task List에 '소논문 최종 수정'이라고 간단하게 써놓으면 간략하게 기재하는 일이야 편하겠지만 나중에 되돌아보면 그 일은 잘 실천하지 못하고 중도에 끝내는 경우가 많다. 한 Task를 끝내는 데 3시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해도 그 Task를 건드리기 싫어진다. 우리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통해 일의 즐거움을 만들어내야 한다. 바로 앞의 체크포인트를 던져놓고 열심히 달려가 그 체크포인트를 획득하는 즐거움으로 하루의 레이스를 진행해야 한다. 체크포인트가 500m 앞에 있으면 조금만 달리면 된다. 하지만 체크포인트가 지도에도 보이지 않는 저 먼 곳에 있다면 그 체크포인트까지 가려는 의욕이 상당히 떨어진다. 따라서 일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소논문 최종 수정'은 몇개의 세부적인 일로 쪼갤 필요가 있다. '4장 참고자료 목록 작성' '중앙도서관 4장 1절 자료조사' '소논문 4장 1절 작성' '4장 2절' '4장 3절' 이런 식으로 쪼개면 조금 더 일을 차근차근 열심히 하게 되어 결국 목표 달성이 쉬워진다. 목표 달성은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삶을 밀도 있게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밀도 있는 삶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말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모두들 스스로의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나는 프랭클린 플래너 사용자로서 나와 친구들을 위해 개인적인 노하우를 생각날 때마다 블로그에 적어놓을 뿐이다. 아직 나는 삶을 움직이는 방법을 조리 있게 강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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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들어와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수많은 가치들이 둥둥 떠다닌다. 공부, 반 활동, 옛 친구들과의 만남, 동아리, 연애, 종교활동, 스포츠와 휴식, 문화생활, 학교와 사회에 대한 비판과 토론..... 이 많은 일을 모두 24조각의 시간 케익 속에 부어넣고 싶지만 때로는 밀려오는 과제물과 조별 모임, 친척 사이의 행사, 예상치 못했던 불상사 등으로 우리가 이미 계획했던 대로 모든 가치들을 섭렵하기 힘들 때가 있다. 하나의 가치에만 집착해도 좋을 것은 없다. 우정이 과해서 사랑이 부족해지거나, 공부가 과해서 휴식과 종교활동이 부족해질 수 있다. 매주 어느 요일 언제에는 꼭 어떤 일을 하자고 계획을 해도 내가 세워놓은 그 계획이 다른 일로 인해 무산될 때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먹을 만큼의 케익 조각만을 준비해 놓는다.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 먹을 케익은 많이 남겨놓는다. 그 케익이 딸기 케익일지 치즈 케익일지 초코 쉬폰 케익일지는 내가 결정하지 않을 때가 많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규정되는 그 시간들이 어떤 가치를 위해 소비되는지 또한 내가 관여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도 뺏어먹지 못할 나만의 케익이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나의 하루는 만족스럽고, 나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낸 다음 기분 좋게 다른 친구들과 새로운 맛의 케익을 서로 나누어 먹고 바꾸어 먹으면서 나는 다시 한 번 기뻐한다. 나는 혼자 있게 되는 시간, 즉 집에 있거나 공강이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에 나만의 시간을 마련해 두고 사람들의 만나고 헤어짐이 잦은 금요일 밤과 주말에는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주도하는 행사가 있다면 그 반대겠지만 말이다.


  공부의 경우 나는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는 긴 시간 동안 신문이나 TIME지를 읽고, 공강 시간에는 혼자 집중하여 학과공부를 할 수 있도록 조용히 연합신학대학원 도서관으로 향한다. 다른 시간에 공부 외에 다른 가치에 나를 맡기기 위하여 학생의 본분이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학문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시간대에 달성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저녁 시간의 케익도 나만 먹기 힘들 때가 많으므로 수업이 끝난 직후부터 3시간 동안에는 공부와 같은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씁쓸한 맛을 내는 '공부' 케익은 너무 써서 일정량만 먹지만 매일 꼭 먹는다. 운동과 휴식도 마찬가지다. 매주 3회 운동하고 여러 가지 영양제를 섭취하는데, 이 일은 반드시 규칙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하는 일이므로 아무도 간섭하지 못하는 저녁 9시에 배정해 놓았다.


  대학에 오고 나서 으레 만나게 되는 수많은 정기모임과 뒷풀이와 MT는 나 스스로의 계획만으로 이루어진 삶을 힘들게 만들 때가 있다. 그런데 단순히 타인의 의지가 나의 계획에 간섭하는 것에 화를 낸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배려심을 발휘하는 동시에 자칫 복잡해질 수 있는 나만의 계획을 단순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너무나도 이기적이어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매주 어느 요일 몇시에 정기적으로 하는 일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모두 계획해 놓았는데, 이것이 현실성을 갖지 못하게 되면서 차츰 융통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약속을 불문하고 모든 약속은 아무리 늦게 해도 약속 날짜 5일 전에 하게 되기 마련이어서, 나는 약속을 하는 순간까지 자유롭게 남겨두었던 시간들을 그때 되어서 정리해 나가면 된다. 갑작스런 약속이 찾아온다면 그 약속은 단호하게 거절해도 된다. 약속을 그렇게 늦게 한 사람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종합하자면 '사람들과 만나는 일' 케익은 우정과 사랑을 담고 있는 매우 달콤한 케익 조각이다.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 내가 하루에 꼭 먹기로 결심한 케익 조각들을 못 먹게 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술은 과하면 안 된다.


  우정과 사랑이라는 가치가 꼭 약속을 통한 행사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 중에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은 생각해보면 참 많다. 마주치면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이라도 대화를 꼭 하기를 바란다. 특히 문자메시지의 경우는 잘게 쪼개진 시간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일이다. 작은 아이스크림 숟가락으로 케익을 떠먹는 정도지만 하루 중에 아예 '우정과 사랑' 케익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하나만 더 말하고 싶은데, 사랑이냐 우정이냐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내가 주도해서 우정과 사랑에 해당하는 케익을 하루에 일정량 항상 준비해놓고 있는 이상 그 고민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여자친구들을 만난다고 해서 내가 우정보다 사랑을 중요시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언제나 '언젠가는 끝날 가능성이 있는' 사랑보다는 '영원한' 우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정을 확인하고 쌓아갈 때는 학교나 바깥에서 친구들과 만나거나 혹은 전화나 문자 등으로 이야기할 때뿐이다. 즉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을 자신의 하루 중 일정량 준비해 놓고 그 시간에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만들거나 나만의 시간으로 채우지만 않는다면 나는 충분히 우정을 지키면서 사랑까지도 성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케익을 잘 먹는 법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여러 가치들이 서로 간섭하거나 충돌하지 않으면서 케익 안에 스며들도록 하면 되고, 그 중에서 매일 반드시 먹어야 할 케익을 따로 잘라놓으면 된다. 다채로운 가치를 추구하여도 우리 대학생들은 시간에 쪼들리지 않을 만큼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다채로운 가치의 추구는 잡다한 관심사를 만드는 일과 전혀 다르고 이 둘을 헷갈려하면 안 된다. 인생을 조금 더 풍부하게 보내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면 적은 시간에 많은 가치를 얻어내려 노력하고 자기가 감당할 만큼의 약속만 잡고 앞서 말한 다양한 가치를 포괄하는 시간 분배를 계획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의 수많은 위치 중에서도 대학생의 위치에 선 사람의 경우에는 골라 먹을 수 있는 케익의 맛이 가장 다양하고 풍부해서 다른 때보다 훨씬 신중한 가치 선택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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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도 수강신청이라는 것을 했다. 떨리는 감도 없지 않았으나 침착한 마음으로 그러나 민첩함을 가지고 진지하게 수강신청에 임했다. 모두 알다시피 연세대학교의 수강신청은 인터넷의 대학 포탈사이트에서 오전 9시 정각이 되면 일제히 시작한다. 핸드폰 시계를 기준으로 하면 된다. 나는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서 수강신청 한달 전부터 나만의 예상 시간표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학교의 제도를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 신입생들에게 주어진 책자를 열 번 정도 읽어 숙지했다. 결국 나의 노력이 조금 더 민첩하게 수강신청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래에 나의 2007년 수강신청 과정을 자세히 적어놓을 것이니 나도 다른 사람들도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Step 1 내가 들어야 하는 교과목을 알아두자

학부생인 나는 학부기초, 학부필수(이해과목), 계열기초(입문과목), 학부선택, 전공탐색 이렇게 다섯 과목을 듣고, 사회과학계열이므로 최대 18학점을 신청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제도는 숙지한다.


Step 2 같은 반 혹은 같은 친구들끼리 듣는 과목을 알아두자

나는 OT 둘째날에 주위 사람들과 같이 듣는 과목을 정했고, 우리 사과 6반의 경우 정치학입문과 통계학입문은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Step 3 timetabl.com에서 목표 시간표를 만들자

자신이 신청해야 하는 과목들이 좋은 교육과정과 좋은 교수님과 적당한 동선과 적당한 시간을 가지고 있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과목들이 겹치지 않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timetabl.com을 쓴다. 포탈사이트에 들어가 수강편람을 보면 과목에 보라색 화살표가 있는데, 그것을 꼭 보고 성적 평가 요소를 유심히 본다.


Step 4 수강신청하기 좋은 곳을 찾아보자

연세대학교와 가까운 PC방에 가자. 집에서 수강신청할 경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인터넷이 빠르다고 신뢰할 수 있는 PC방에 가자. 이러한 곳에서 자기의 개인정보를 누출하지 않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Step 5 로그인하고 준비하자

오전 7시부터 로그인할 수 있다. 이미 수강신청된 과목도 있을텐데, 그 과목이 마음에 들면 절대 그대로 놓아두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히 삭제한다. 이제 나의 희망과목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배정인원이 빨리 없어지는 과목, 즉 시간이 편하다던가 교수가 좋다던가 하는 그러한 과목, 같은 시간대라는 점에서 대안 선택의 폭이 좁은 과목, 전공신청이나 졸업요건을 고려했을 때 학점이 높거나 교과목의 측면에서 중요한 과목을 희망과목 리스트의 위에 올려놓는다. 자신이 신청할 이상적인 과목들을 앞서 말한 요소를 고려하여 순서대로 희망과목 리스트에 추가하고, 그다음 대안과목을 그 밑에 추가한다. 학부선택과 채플은 가장 밑에 놓는다. 과목을 정확히 클릭하는 연습을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미리 해놓아도 괜찮다. 메신저는 모두 끄고, 잡다한 악성코드 검사나 광고창 등이 등장하지 않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 오직 인터넷 익스플로러 3개의 창만 띄워놓는다. 포탈, 수강신청내역, 희망과목리스트. 특히 로그인을 한 뒤 희망과목리스트 창을 띄워놓고 다시 로그아웃했다 로그인하여 희망과목리스트 창과 수강신청내역 창이 서로 소통하지 않도록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은 창의 위치인데, 희망과목리스트 창과 수강신청내역 창이 겹치지 않게 놓는다.

오전 8시 50분이 되면 정신을 집중시킨다. 8시 59분이 되면 본격적인 긴장을 시작하고, 핸드폰 시계를 기준으로 59분이 되었을 때 즉시 스톱워치를 작동시킨다. 그리고 1분을 잰다.


Step 6 누르자

오전 9시가 되면 바로 희망과목 리스트의 첫째 과목을 누른다. 이때 모든 학생들은 연세대학교 포탈 서버에 Queue되어 있을 것이고, 서버는 밀리세컨드 단위로 공정하게 배정인원을 채워나갈 것이다. 첫째로 클릭한 과목의 수강신청 인원이 초과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다. 첫째 과목을 클릭하고 나면 수강신청내역 창이 하얗게 변하는데, 밑의 게이지가 올라가는 것을 유심히 살펴본다. 게이지가 올라갈 때에는 다른 과목을 절대 누르지 않는다. 가만히 게이지를 보면서 다음 과목의 학정번호 위에 마우스를 올려놓고 있으면 된다. 게이지가 4개 정도 차면 수강신청내역에 과목이 등록된다. 등록을 본 즉시 희망과목리스트의 다음 과목을 누른다. Step 5에서 말한 희망과목리스트의 순서 결정요소를 잘 지킨다면 한번 인원초과로 인해 다른 과목들에서까지 인원초과를 겪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원초과를 비롯한 모든 메시지창이 나오면 그것을 순수하게 클릭으로 없애지 말고 엔터키로 없앤다.

가끔씩 '로그인..' 으로 시작하는 에러 메시지를 만나 강제로 로그아웃 당할 때가 있다. 이때에는 침착하게 다시 로그인을 하고 빨리 희망과목리스트를 띄워놓고 계속 일을 진행하면 된다. 또한 가끔 내가 신청해 놓은 과목들이 순간 모두 사라지면서 0학점으로 변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포탈 서버의 데이터 전송상의 문제일 뿐 행정적으로는 내가 한번 신청한 과목이 안전하게 보존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Step 7 정리

학점을 모두 채우고 과목을 올바르게 모두 등록한 뒤에는 안전하게 모든 창을 닫아야 한다. 애써 등록한 과목들 실수로 취소하지 말자. 가만히 창을 닫아주면 된다. 내가 등록한 과목이 안전하게 보존되었는지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걱정이 된다면 주위의 프린터로 시간표를 인쇄하여 물증을 확보한다. 언제나 로그인 상태에서는 자신만 컴퓨터를 다루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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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으로 나는 첫 단추를 꿰었다. 만족스러웠고 그날 나는 기분 좋은 상태로 사람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술을 과하게 마셔서 그런지 집에서 울렁임을 못 참아 분출하기는 했지만, 해독 작용을 하는 여러 건강식을 밤에 먹고 다음날 아침에도 먹으니 개운했다. 대학 생활은 항상 새로운 것으로 가득차 있다. 정말 알고 싶은 내용이 들어있는 책은 밤새 읽어도 졸리지 않듯이, 정말 익숙해지고 싶은 대학 생활은 항상 그곳에 몸을 담고 있어도 힘들지 않다.

* 전공 수강신청은 또 다르죠 ㄲㄲ
속편 출시예정?? 힘이 닿는다면 함 해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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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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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고 있다. 그의 생각에 100% 동조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주제에 대한 그의 짧은 소견에서 나의 등허리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기쁨을 샘솟듯 맛본 적이 몇 번 있다. 평소에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다 과연 이 생각이 정당한지 의심만 하고 있던 나는 히틀러를 만나 기분이 좋다. 바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든다는 삶의 원리를 나는 참으로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새로운 사회주의 노동당을 만들기 전에 점점 붕괴해가는 독일 민중의 우매함을 비판하는데, 그중에서 그가 지적한 것은 방안에만 틀어박힌 세대의 출현이었다. 신체의 발달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편한 인생을 위한 낭만에 젖어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퇴폐적인 풍속에 빠지는 모습이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 둘째로는 교육과 훈련으로 해악의 총체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은 결국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만 깃들 수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다. 개별적인 예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국민 대중에게 주목할 때, 이 명제는 특별히 전적으로 타당하다.

  전전(戰前)의 독일에서는 사람들이 신체를 부당하게 다루고, 정신의 일면적인 단련에 의해 국민이 위대해지기 위한 보다 확실한 보증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중부 독일의 작센 루르 지방에서는 이른바 지식층으로부터도 이 유태적 질병에 대한 진지한 저항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순전히 그들 자신이 곤궁해서가 아니라 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허약한 육체는 종종 인간을 비겁하게 만드는 첫째 원인이 된다.

  순수하게 정신적인 가르침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신체적 단련을 소홀히하면 젊었을 때부터 성적 관념의 싹틈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스포츠나 체조에 의하여 강철같이 단련된 청년은, 순전히 정신적인 양식만을 섭취하며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던 자보다 관능적 만족의 요구에 있어 우월하다. 합리적인 교육은 이 점을 생각해야 한다. 더욱이 건전한 청년이 여성에게 거는 기대는 젊었을 때 이미 타락해 버린 겁쟁이의 기대와는 다르다. 교육은 이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전체 교육은 청년의 자유시간을 신체의 유익한 단련에 이용하도록 하는 데에 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들은 주어진 일을 한 뒤에는 육체를 단련하거나 강건히 하고, 장래 자신의 생활상이 너무도 나약하다고 여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준비하고 인도해 주는 것이 청년 교육의 과제이며, 이른바 지식을 주입시키는 것만이 과제는 아니다. 자기의 신체를 관리하는 것이 각 개인에게만 국한된 사항이라고 믿는 관념을 제거하는 것도 교육의 과제이다. ..


  이 대목을 읽으면서 운동의 중요성을 무시하며 내가 원하는 대로 한 달 정도 생활한 자신이 슬슬 부끄러워졌다. 겨울이라는 추운 계절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 겨울에 내가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운동을 즐겨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재즈 음악을 들으며 어두운 조명 아래 부드러운 의자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을 뿐, 신체의 건강을 위해 화창한 아침에 조깅을 한다던가 혼자 농구 연습을 한 적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그러한 모습으로 겨울을 보냈기 때문에 몸도 조금 쇠약해지고 눈도 침침해진 것 같다. 2월 초부터 열심히 드럼을 연습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음악 활동이지 운동이 아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서 하루빨리 고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공부를 잘하면서 분위기 있는 남자'가 가장 멋있는 남자라는 착각이다. 나의 이데아가 표상하는 이 남자는 운동을 잘 못하고, 운동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맹점이다. 공부도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근력을 적당히 키운 '몸짱'이 진정한 남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과 날렵한 움직임으로 경기장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나의 '분위기에 홀린 두뇌'를 깨워야겠다. 건강한 정신을 받아들이고 나의 인생에서 조금 더 진일보할 수 있도록 건강한 신체를 인생의 기반으로 다져놓자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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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다가 항상 느끼는 점은, 내가 세워놓은 계획이 항상 분에 넘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내가 쉽게 제어할 수가 없는 것이며, 나의 계획적인 삶을 향한 욕망이 과다한 것은 마치 자연스러운 듯하다. 하지만 계획이 과다하다고 그것을 모두 실현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분에 넘치는 계획은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한다. 또한 나의 계획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점은 내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독서하는 시간과 학교가 요구하는 공부를 하는 시간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여 결국 내 의무에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소속하여 움직이는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를 명확히 하고, 의무를 이행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에 힘쓰고 그에 따른 피로는 말끔히 풀기 위하여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성격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을 분류하여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파악한 다음에는 나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을 산출함으로써 수치화하여 실천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 뒤따르게 되었다.
 
시간 분류
  그래서 여느때와 같이 어떻게 하면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바로 나의 삶과 함께 운행하는 24시간 속에서 내가 속해 있는 일의 종류에 따라 시간을 분류하는 방법이다.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의무를 이행하는 시간, 자신을 발전시키는 시간, 쉬고 놀고 자고 자신의 컨디션과 주변 환경을 돌아보는 시간,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시간, 그리고 특별한 일에 참여하는 시간 이렇게 5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는 시간 속을 통과한다고 전제하였다.
 
  사소하여 하루의 계획을 세울 때 리스트에 올릴 이유가 없는 일들은 여기서의 논의에서 제외하도록 한다. 그러한 일들이 특별히 프랭클린 플래너에 의해 조직될 필요가 없는 이유는 그 일들을 하면서 다른 일들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는 데 중대한 방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들은 우리가 계획을 할 때 넉넉히 남겨둔 시간을 채워넣도록 작용한다.
 
1 의무이행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 / 학교가 주는 과제를 수행하는 시간 /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시간 / 종교활동을 하는 시간 / 혼정과 아침운동 같이 학교에 소속됨으로써 고정된 시각에 보내는 시간 / 청소검사에 대비하여 청소하는 시간
  이 시간 속에서 우선순위 A에 해당하는 일을 하라.
 
  나와 같은 고등학생에게 의무로 주어진 일은 공부이고, 그렇다고 이 공부가 모두 의무는 아니다. 나의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신문을 읽을 수 있고 책을 볼 수 있으며 연습삼아 글을 써 볼수도 있다. 이런 모든 일은 다 공부에 속하지만 내가 속한 기관인 학교에서 필수로 요구하는 일은 아니다. 직장인에게는 회사의 업무가 의무이며, 의무를 이행하는 일은 자신의 하루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중요한 일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의무, 그리고 그 의무를 이행하는 시간을 우리의 삶에서의 다섯 가지 조각 중 하나로 명명하였다.
 
 자신이 공식적으로 소속된 기관에서 하는 일을 할 때에 우리는 일종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시간도 의무 이행에 포함되며, 심지어 교회나 절 등 종교활동에 참가하는 것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의무 이행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의무 이행에 해당하는 시간은 항상 그 요일 혹은 한 달 안의 그 날에 고정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항목에 딸린 시간이 24시간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루의 계획을 세워서 의무 이행에 해당하는 시간만 충실히 보내도 당신은 그 날을 성공적으로 보냈다는 말을 할 수 있고,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안감과 불이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 특별히 자기발전 항목에 소속되지 않는 시간이 있는데, 그것은 학교에서 읽으라고 요구한 책을 읽는 시간, 학교 공부를 위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 시간 등이다. 나의 경우 학교가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아도 학교의 공부를 위해 꼭 보아야 하는 학습 자료를 읽는 일은 자기 발전을 위한 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고쳐야 할 일이다.
 
  의무를 이행하는 일은 중장기 목표설정에 포함되기 적절한 일이다. 열심히 일한 자가 목표 달성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그 열매가 눈에 명확하게 보인다는 것은 곧 그 열매의 가치가 널리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열매의 가치를 널리 인정받게 하는 일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설정한 자기 발전 관련 일이 아닌 자신이 소속한 학교 혹은 직장에서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다.
 
 
2 자기발전
독서(책, 성경, 신문, 블로그 포스트 등 모든 종류의 글)하는 시간 / 음악 감상을 비롯하여 모든 종류의 예술을 감상하는 시간 / 친구들과 모여서 또는 혼자 운동하는 시간 /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 /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시간 / 남에게 도움을 주는 시간
이 시간 속에서 우선순위 B에 해당하는 일을 하라.
 
 자기발전을 위한 시간에 소속한 일들은 불규칙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프랭클린 플래너가 지시하는 바와 같이 신체적, 사회/감정적, 정신적, 영적 심신단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시간은 마음이 정결한 인간이라면 이 시간으로 최대한 하루를 많이 채우고 싶은 욕구가 의당 들게 만드는 시간인데, 그 때 주의할 점은 하루 24시간을 편성할 때 하루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자기발전에 해당하는 일은 '반드시 몇 달 안에 이루어 내겠다' 라는 식으로의 중장기 목표설정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무가 너무나도 무겁기 때문에 자기발전을 위한 중장기목표를 완벽히 실현하려 하면 자칫 의무를 모두 이행하는데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조정래의 '태백산맥' 을 1권에서 4권까지 읽겠다는 다짐을 할 때에는 상당히 조심해야 하며, 이러한 목표의 성공은 모든 날에서 내가 열심히 책을 읽어야만 가능하다. 즉 목표의 성공을 보장하는 때는 한 주 혹은 한 달의 말일이고, 하루 안에 목표의 성공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 책을 읽겠다며 자신이 해야 할 학교 업무에 소홀해진다면 그것은 곧 독서계획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어떤 종류의 자기발전 관련 일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인가는 중장기 목표설정으로 적절하다. 예를 들어 팔굽혀펴기를 이달에는 매일 30회, 다음달에는 매일 50회 등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은 충분한 실천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하루 안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자기발전을 위한 시간은 언제든 신축적으로 바뀔 수 있는 시간이며 불규칙적이고, 목표달성의 여부는 하루 안에 알 수 있다.
  
 
3 정리휴식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시간 / 책꽂이와 책상과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시간 / 컴퓨터 파일과 폴더를 정리하고 유지보수하는 시간 / 밀려오는 피로를 이기기 위해 잠시 수면을 취하는 시간 / 지식의 축적이나 인생의 깨달음이 목적이 아닌, 단지 재미와 안락을 위한 독서 혹은 영화감상
이 시간의 대부분에서 우선순위 C에 해당하는 일을 할 것이다.
 
 하루를 살아가는데 의무를 이행하고 자신의 발전을 이루는 일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유희적 동물이라는 말도 있듯이 인간은 기본적으로 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또한 인간에게는 피로라는 괴물이 늘 붙어다녀 이것을 조절하기 위한 시간 또한 필요하다. 따라서 만든 카테고리가 하루 24시간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조각 중 하나인 '자신의 컨디션과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일은 피로를 풀기 위해 수면을 취하는 시간이며, 보통 20~30분이 적당하다.
 
4 기본욕구
샤워, 목욕, 세수하는 시간 / 식사하는 시간 /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 / 낮잠이 아닌 규칙적으로 수면을 취하는 시간
 때로는 기본욕구를 충족하는 것을 A로 정해 놓을 때가 생기는데, 그 경우는 대부분 꼭 한 끼 식사를 챙겨야 할 때이다.
 
5 특별행사
 A 학교 공식행사를 진행하는 시간 / 외부에서 긴급한 요청에 의하여 발령을 받고 일하는 시간
 B 아는 사람의 권유로 안 가면 안되는 영화관, 극장, 콘서트 등에서 보내는 시간
 C 나에게 매우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으나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행사
 
 특별행사는 위에서 말한 4가지 시간을 명백히 침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행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매우 불규칙적이고 또 매우 의미가 큰 이러한 행사들은 필요하다. 그리고 특별행사가 있는 날에는 대개 의무 이행과 자기 발전에 해당하는 일의 비중은 특별히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작아지기 마련이다.
 
수치화 작업
 시간 분류가 끝났으면 이제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수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1 가용 시간 산출
 위에서 말한 시간이 모두 프랭클린 플래너의 task list에 어떤 '할 일' 로서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시간은 우리 삶을 구성하는 모든 시간으로서의 시간이다. 우리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효과적인 시간 관리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그 목적에 맞게 시간 관리가 요구되는 시간만 task list에 올리면 된다. 수치화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나를 견본 모델로 삼아 알기 쉽게 하였다.
 
 수치화의 단위는 시간의 단위이므로 시간(hour)가 적당하다. 30분의 경우 0.5로 표기하면 되고, 30분 이하로 소요되는 일은 따로 수치화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실천해 낼 수 있다. 그래도 실천 가능성에 의심을 품는다면 0.5↓ 로 표시하는 등 다른 방법이 있다.
 
 보통 평일에는 내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시간'이 일정한 값으로 고정되어 있다. 평일에는 뜻밖의 일이 생겨 내가 수월하게 행해 나가기로 계획해 놓은 일을 망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계획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주말에는 의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기고, 무언가 특별한 일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가용 시간이 매우 가변적이다. 따라서 나는 평일에 해당하는 가용 시간 산출을 설명할 것이고, 주말에 해당하는 가용 시간은 자주 바뀌므로 설명하지 않는다.
 
 우선 내가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하기 위해 task list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시간을 24시간 중에서 추출해 내어야 한다. (A,B,C로 명명된 작업을 수행하는 시간이 곧 가용 시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 고정되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만을 남겨 두어야 한다. Study Planner와 같은 다른 플래너에서도 이러한 시간 값을 산출하는 일을 매우 중요시하지만 그 값을 산출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그 과정을 나를 모델로 설명해보려 한다.
 
 24시간에서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제외한다. 수면 시간은 모든 사람마다 다른데, 나의 경우 12시에서 다음날 아침 6시 30분이므로 6시간 반이다. 나중에는 조금 더 길어질 수 있겠으나 아무튼 가장 중요한 사실은 수면 시간은 매일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고정은 시간대의 고정과 소요 시간의 고정을 뜻한다.) 24-6.5 = 17.5
 
 이제 항상 고정되어 있는 시간을 마구 제외한다. 06:30~08:00 는 내가 아침 운동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등교하기까지의 시간이므로 제외한다. 17.5 - 1.5 = 16
 08:00~08:30은 어드바이저 타임으로서 (월요일은 제외하고) 내가 이 자투리 시간에 무언가를(의무 이행이 대부분. 예를 들어 단어 외우기) 할 수 있으므로 가용 시간에 포함한다. 오전 수업은 08:30~12:20인데, 이 중 쉬는 시간이 총 40분 있지만 오전 수업의 쉬는 시간에는 내가 보통 편히 쉬므로 결국 4시간에 해당하는 값을 제한다. 16 - 4 = 12

 12:20에 기숙사로 올라와 점심식사를 30분 동안 한다. 12 - 0.5 = 11.5 그럼 1시다. 13:00~13:30은 오후 수업을 준비하고 부족한 수면을 채우는 시간이므로 가용 시간에서 제외한다. 11.5 - 0.5 = 11
 13:30~17:30이 오후 수업 시간이다. 11 - 4 = 7 그러나 오후 수업의 쉬는 시간에는 내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가용 시간을 인정한다. 7 + 0.5 = 7.5 그리고 화요일 7,8교시, 수요일 8교시, 금요일 7,8교시는 내가 자습시간으로 쓰는 IR 시간이므로 화,수,금요일에는 가용 시간을 1시간 더한다. 지금은 일단 7.5로 값을 정하자.

 17:30~18:00에 저녁식사를 30분 동안 한다. 7.5 - 0.5 = 7
 그럼 이제부터 시간이 남는다. 저녁 식사 후 내가 자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이 때 나는 의무 이행에 관한 일보다는 자기 발전과 정리 휴식에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19:00~21:00는 1자습 시간으로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이다.
 21:00~22:00는 혼정과 12층에서의 휴식과 기도모임이 있는 시간이므로 가용 시간에서 제한다. 7 - 1 = 6
 22:00~24:00는 2자습 시간으로 내가 또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현실성을 높이기 위한 보너스 여유분을 마련한다. 1시간을 가용 시간에서 제하는데, 이 1시간의 의미는 나의 능력이 부족할 때/일의 예상 소요시간을 실제 소요시간이 초과했을 때/순간적으로 밀려오는 피로에 인해 행위 능력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넉넉하게 준비해 둔 시간이다. 그렇다면 결국 평일의 가용 시간은 6 - 1 = 5시간이다. 나는 5시간 안에 A,B,C에 해당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계산 과정으로 5라는 값을 산출해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웠는지 알았다. 내가 보통 하루에 계획한 일의 총 소요시간은 6~7시간이기 때문이다.
 
2 task list에 있는 모든 일의 개별적인 소요시간 예상
 이 작업은 자신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내가 그 일을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잘 예상하여야 한다. 하지만 그 예상시간은 나를 압박하기보다는 나에게 넉넉한 여유를 주도록 설정하는 것이 현실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task의 내용을 한 칸에 기입한 다음 오른쪽에 예상소요시간을 적어놓는다.
 
결론 
  가용 시간을 활용하는 것, 곧 프랭클린 플래너를 활용하는 것은 내가 속한 기관, 그리고 나의 특성에 의해 그 성향과 스타일이 결정된다. 모두 다 다른 모습으로 가용 시간을 산출하고 플래너에 할 일을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프랭클린 플래너로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짧고, 짧기 때문에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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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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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Realistic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루에 얼마만큼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얼마만큼의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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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빨간 글씨로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잤는 지 쓴 것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사람은 항상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제 스스로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조사해서 그 시간들의 평균값으로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정했습니다.

  자신이 공부하는 시간은 하루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루에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최대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야 합니다. 26일 플래너의 MAX 11이라고 제가 써 놓았습니다. 이는 제가 26일에 최대 11시간 정도 공부할 거라 예상하고 적어놓은 것입니다. 제가 글씨를 조금 못 쓰지요^^ 그리고 오른쪽에 계획을 써 놓은 곳을 보면 공부에 관한 일(저에게는 A로 분류되었습니다) 옆에 예상 소요 시간을 적었어요. 그리고 이 시간을 더하면 11시간, 즉 제가 하루에 최대로 공부할 시간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지요. 이렇게 자신의 공부 시간을 예상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공부 계획의 현실성을 높일 수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공부를 단위 시간 당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겠네요. 방학 초라서 그런지 성실하게 거의 모든 계획에 체크를 남겼습니다. ('장렬히 체크를 남기고 쓰러진' 계획도 있기는 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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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제 Weekly Compass도 같이 끼워놓았습니다. 이번 방학에는 혼자 공부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목표에도 공부에 관한 것밖에 없네요. 이처럼 Weekly Compass에 일주일에 내가 할 공부의 양을 적어 놓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곧 내가 일주일에 꼭 끝내야 할 공부, 즉 목표가 됩니다. 이 목표를 성취한다고 나는 열심히 살았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충분히 더 힘을 내면 이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러면 저는 왜 목표를 이렇게 제 잠재 능력보다 낮게 설정했을까요.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자기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을 때의 70% 정도를 목표로 설정하면 좋을 듯합니다. 추가로 말하자면 저에게 일주일은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입니다.

  한약 먹고 운동 하는 것도 자잘한 것이지만 적어 놓았네요. 이때는 한자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벤트' 를 고려하여 저의 하루 공부량을 줄였습니다. 전에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계획의 현실성을 높이고 성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의 하는 일 모두를 플래너에 적어야 한다고 제가 말한 바 있습니다. 즉 저는 플래너에 쓰여 있는 task list를 보고 행동을 개시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전에 공고하였듯이 제 사적인 내용은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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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 자신이 저의 능력을 정확히 예상하지 못하였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제 8월 5일 속지를 통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때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있는 축구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7시부터 9시까지 경기가 있구요, 출발 시각은 5시, 도착 시간은 11시로 예상했고, 그에 맞추어 공부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는 공부 따로, 축구 따로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축구를 본 후에도 기운이 남아돌아서 밤까지도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9시에 축구가 끝나자 저는 기운이 빠졌고 (비록 한국 FC 서울 팀이 일본 FC 도쿄를 3:0으로 이겼지만 -지정석에서 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오세훈 서울시장과 악수도 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밤에 공부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예정된 계획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가 없었구요, 또 전날에 너무 늦게 자서 8월 5일 너무 늦게 일어났습니다. 크게 이 두가지 원인으로 저는 이날 힘들어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플래너를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제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모두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플래너가 좀 더 이뻐보이고-그 때에는 아마 플래너가 저를 발전시키는 마법같은 다이어리로 보이겠지요-더 플래너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저는 지금 바쁜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 이렇게 공부 투성이의 계획밖에 없지만, 여러분들은 공부는 물론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의미 있는 일들을 '현실성을 바탕으로' 플래너에 적어놓고 그것을 실천하였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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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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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프랭클린 플래너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알아보기 위하여 매트릭스를 하나 제공한다. 가로축에는 긴급한 일과 긴급하지 않은 일, 세로축에는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 이렇게 써 놓았다. 그리고 가장 좋은 일은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가장 나쁜 일은 긴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중요한 일' 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 중요한 일이라면 분명 플래너 사용법을 제안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도 나의 발전을 위한 일인데, 즉 내 식으로 말하자면 '한계적 발전'을 위한 일인데, 그렇다면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제시한 중요한 일은 언제까지나 내가 나의 발전을 위해 시간을 쓸 때에 대입되는 일이며, 물론 중요한 쉬는 일, 가족 혹은 친구들과 사랑을 나누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다른 매트릭스를 하나 제시한다. 일단 가로축에는 힘든 일과 힘들지 않은 일, 세로축에는 즐거운 일과 즐겁지 않은 일 이라고 표시를 한다. 이렇게 하면 4가지 경우의 수가 생긴다. 여기서 나는 가정을 몇 가지 할까 한다. 사람이 하는 일 중 그 사람을 발전시키는 일은 곧 그가 즐거워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천재 위에 노력하는 자 있고 노력하는 자 위에 즐기는 자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을 가장 발전시키는 일이 곧 중요한 일이고, 그 일은 바로 그 사람이 즐기는 일이다. 또한 이렇게 즐기는 일은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수반해야 한다. 전혀 땀이 안 나면서 즐겁기만 한 일에는 보람을 느낄 수 없고 따라서 나의 인격이나 능력의 성숙 혹은 발전 또한 없다.

1. 힘들지 않고 즐겁지도 않은 일
  한마디로 내가 실천했을 때 곧 시간낭비로 이어지는 일이며, 내가 특별히 의도해서 한 일도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대부분 남이 시킨 의무로서의 일이며 힘들지 않기 때문에 내가 노력을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

2. 힘들지 않지만 즐거운 일
  여기서 '힘들다' 라는 말은 나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말이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 골치 아픈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려 할 때가 있다. 이러한 일들은 당신의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신이 더 발전할 기회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가장 우선 선택해야 할 일은 아니다.

3. 힘들지만 즐겁지 않은 일
  선생님 등과 같이 나보다 인격적으로, 능력적으로 성숙한 분들이 나에게 부과한 중대한 업무와도 같은 일이다. 나는 분명 지금은 이 일을 하기 싫어하지만 나중에 돌이켜 보았을 때 '그때 이 일을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나게 하는 일이다.

4. 힘들고 즐거운 일
  내가 주도해서 나의 한계적 발전을 고려하여 정한 일이다. 이러한 일이 곧 나의 의무와 동일한 때가 된다면 나는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일은 보통 내가 스스로 정하는 게 대부분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나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스스로 정한다는 것은 나를 가장 잘 아는 나의 선택이 개입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각자 종이를 하나 꺼내고 매트릭스를 작성해 본다면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아는 데 이 매트릭스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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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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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면서
  오늘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당신. 한국리더십센터에서 알려준대로 전날 밤 15분 정도 시간을 내어서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다음 내일 할 일을 결정하는 일을 실천하는 당신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당신은 자부하지만, 막상 계획만 열심히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의 친구 H는 나의 권유로 플래너를 쓰기 시작했으나 3개월만에 'X표가 너무 많아서 플래너를 보면 막 화가 난다. 난 내 스타일대로 살런다' 하고 플래너를 덮어버린 적이 있다. 비단 H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등학생들은 할 일이 많다는 것에 압박을 받아 천천히 쪼개서 할 일을 내일에 잔뜩 몰아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혹은 나의 능력을 너무나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언제 갑자기 튀어나올 지 모르는 약속 등에 의해서 내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간을 빼앗기기도 한다.

  플래닝 가이드가 친절하게 제시해주는 '목표는 SMART하게 설정하라' 라는 일종의 조언이 있다. 플래너에 속지로 달려있는데, 그 안의 내용을 읽어보면 어떻게 당신이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와있다. 그 중에서 나는 나의 경험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R, 즉 Realistic하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Realistic한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플래너 가이드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못한다. 마치 유치원생에게 '한마디로 요약되는 철학적 진리' 를 짧게 말해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인생을 계획하는 법, 좁게 말하면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하는 법을 내 방식대로 자유롭게 말해 봄에 있어서 이 R에 대한 나의 사색을 먼저 말해볼까 한다. 언행일치라고 일단 말을 내뱉었으면-플래너에 계획을 적었으면- 실천하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이기에, 그리고 실천적인 자세는 곧 우리들의 발전을 가져오기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하루하루
  나는 분명히 오늘은 쌩쌩할 거라 믿었건만, 이를 어쩐담? 갑자기 졸음이 밀려온다. 비록 공적인 일, 즉 학교 숙제라던지 회사의 브리핑 같은 일에 있어서는 졸음을 꾹 참고 정신력으로 굳건히 버틸 수 있지만, 내가 나를 위해 계획한 일에 있어서는 이렇게 졸음이 밀려올 때 속수무책이다. 또한 예기치 않게 아는 선배님께서 저녁을 사주실 때가 있다. 저녁을 먹고 노래방도 가고, 오면서 크리스피 크림 1박스도 사올 정도로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이른바 회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회식은 좋다. 하지만 문제는 그 회식이 내가 세워 놓은 계획을 성취하는 시간을 빼앗는다는 데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 다른 사람에 의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하루의 연속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다. 그러니 오직 내 능력만 믿고 계획을 엄청나게 많이 세워놓지 마시길.

나를 플래너에 모두 표현하자 - 한약 챙겨먹는 일까지도
  플래너에 내가 하루동안 하는 모든 일을 다 적자. task list 칸이 빽빽한 글씨로 채워지게. 심지어 한약 챙겨먹는 일까지도 적자. 의무에 쫓겨 살다가 하루에 두 포씩 꼬박꼬박 먹어야 하는 한약을 못 먹게 될 수도 있으니. 한약 얘기는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이것이다. 플래너를 보고 내가 어느 정도로 계획 실천에 얽매여 있는가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일, 즉 '의무'라고 하는 것만 플래너에 적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의무와 싸워 이기면서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의미있는 활동을 같이 하는 '인간적인' 사람이지 기계가 아니다. 마치 니체가 '짜라투스트라' 에서 의무와 싸우는 인간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인간이 진보하면 실존을 찾아나서는 순수한 어린아이가 된다고 말했던 것처럼.

  플래너에 의무(주로 A로 표시되는 일들)는 물론, 나를 위한 중요한 일(주로 B로 표시되는
일들)도 적자. 그리고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일(C로 명명된 일들)도 적자. 나는 이제부터 플래너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플래너가 나의 할 일을 시킨다. 이러면 다시 우리가 기계가 되는 거 아니냐,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잘 따져보라. 플래너가 나에게 시킬 '내가 할 일' 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플래너의 명령을 따르도록 약속하는 과정이 지금 내가 역설하고 있는 과정이다. 이러한 작업을 거치고 나면 나는 리스트에 써 있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좀 더 현실적인 플래닝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루를 계획하는 시간은 그 전날 딱 한 번이 아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우리들이라고 말한 데 이어 우리들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도 말하고 싶다. 이 말이 무엇이냐 하면, 흔히 전날 밤에 다음날의 계획을 모두 세워놓고 실천하리라 다짐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다음날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너무 욕심내서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라는 충고를 건네고 싶다. 전날 밤에 내일 할 일의 30%만 계획해 놓고, 다음 날 아침부터 점심에 걸쳐서 조금씩 조금씩 할 일을 리스트에 추가하는 방법은 어떨까. 나의 상황을 봐 가면서 계획하니 현실성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나는 플래닝의 묘미가 '내일의 나를 예측하고 그 예측이 들어맞을 때'라고 생각한다. 즉 내일의 나의 모습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운 다음, 다음 날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계획한 모든 일을 끝냈을 때 그 쾌감,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초능력을 가진 존재, 미래를 훤히 꿰뚫고 있는 미륵과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예측 작업을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을 나는 제안한다. 다음 날을 일기예보의 1주일로 바꾸어 생각해 보았을 때 기상청이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게 정확한가, 앞으로 1주일간의 날씨를 예측하는 게 정확한가에 대한 답은 금방 나온다. 당연히 전자 쪽일 것이다. 플래닝의 현실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나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하루를 마치면서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기쁨의 한마디가 저절로 나올 때 우리는 R의 가치를 획득함과 동시에 우리를 향한 자기 존중까지도 꾀할 수 있다.


마치면서
  이렇게 여러 가지 말을 써 놓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당연한 말을 어렵게 풀어 쓴 것 같기도 하고 과연 이 '썰' 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나를 엄습하여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주눅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내가 당연한 진리를 다시 말하면 이제는 돌을 맞게 될까. 현실적인 플래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가 세운 목표를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하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 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플래너는 단순히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의 발전을 위한 일을 알려주면서 나를 점점 발전시키는 역할도 같이 한다. 플래너를 통해 발전하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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