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대학생 문화를 날카롭게 다룬 기사가 등장하다니, 흥미롭고 또 이런 기사를 접하니 기쁘다.

하지만 이 기사의 논지에는 몇 가지 비판을 하고 싶다.


1

.. 지금 보니 대학생 인턴기자가 쓴 기사군. 역시 대학생의 인간관계는 보통 성인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기가 퍽이나 힘든 주제다.


2

학부대학 학생자문단의 단장으로서 매우 큰 관심을 갖는다.



기차타고 MT는 옛말…‘외톨이 대학생’이 느는 이유
동아일보|기사입력 2008-01-23 18:42 
 
[동아일보]

취업난과 더불어 1994년 도입된 대학 학부제 때문에 '외톨이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대학가에서 나오고 있다.

전공에 관계없이 다양한 학과 지망생들이 모여 지내는 1, 2년간은 '반'에서, 전공이 정해진 뒤에는 뿔뿔이 흩어져 2, 3년간 '과'에서 지내기 때문에 함께 지내는 시간과 공간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

또 갈수록 취업난이 가중됨에 따라 학교 내에서도 경쟁이 심해져 '청량리에서 기차타고 대성리로 MT 가는' 모습은 옛 추억이 돼 가고 있다. <-1학년때 열심히 다녔으면 나중에 후회는 없을 거다. 우리 대학은 그래도 1학년때 열심히 논다. 난 그게 참 좋다. 특히 학부제에서는 노는 1학년은 반드시 필요하다.

●"외교학과생이 왜 경제반?"

S대 06학번 A씨(21). 서울대군요

그는 대학 입학당시 외교학과에 가고 싶어 사회과학대학에 지원해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막상 입학해 보니 그는 '외교반'이 아닌 '경제반' 소속이었다.

"외교학을 하려는데 내가 왜 경제반이냐"고 묻자 조교들은 "학부는 학과 배정을 받기 전 1년 동안 임시로 지내는 곳이기 때문에 (왜 임시로 지내는가? 학부의 1년이 그렇게 '임시'적일 정도로 하찮은 건가? 학부대학을 만든 취지는 학생들 잘 되라고 하는 것인데, 결국에는 모든 1학년생들이 언젠가는 떠나는 터미널 대합실에 앉아있도록 만들었지 않은가. 이 점에 대해 학부대학이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임시로 지내는 곳을 제도화함으로써 생기는 소속감의 급격한 저하를..)외교학과 지망생들이라도 경제반 사회반 언론반 등 다양한 학부에 전공과 관계없이 무작위로 배속된다"고 대답했다.

'학부제'와 '소속반'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A씨는 '경제반에 들어가서 외교학과로 진학하지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1994년 도입된 학부제는 과거 학과 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방식이 아닌 공통 계열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사행정제도.

가령 신입생은 '국어국문학''가 아닌 '인문대학'에서 인문대 공통 과목을 공부하면서 각 학과에 대한 기초 정보를 얻은 뒤 2, 3학년 때 '국어국문과' 등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는 식이다.

선발은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주로 원하는 학과에 3~5지망까지 지원을 한 뒤 정원에 맞춰 학점 순으로 뽑는다.

학점이 좋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전공은 외교학, 선배는 경제학, 담당교수는 심리학

A씨는 1년 동안 경제반에서 생활하면서 소속반(경제반)과 희망전공(외교학과)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는 A씨에겐 큰 부담이었다.

경제반에서는 외교학과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반 선배들은 경제학과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반 출신 외교학과 선배를 찾으려 했으나 선배들은 전공 선택 후에는 독서토론회, 세미나 등 반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담당 교수는 심리학과였다.

결국 A씨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전공 설명회에 참석한 뒤 그곳에서 얻은 정보만으로 외교학과에 지망해 합격했다.

●"학부 때 친했던 애들 모두 다른 과"

A씨는 원하던 전공을 꿰차는 데는 일단 성공했으나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A씨와 함께 외교학과를 지망했던 같은 반 소속 친한 친구가 불합격해 사회학과로 가게 된 것.

의지할 친구가 사라진 A씨는 전학 온 학생의 심정으로 첫 학기 시간표를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짜야했다.

A씨는 혼자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도 혼자 공부했다.

외로웠다. -> 동아리를 해라. 동아리에서 적극적으로 인맥을 쌓지 못한다면 자신의 무능함을 탓해라. 오늘날의 경쟁사회를 우리는 개인 간의 '매력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은 서로가 업무 능력이나 지식을 가지고 경쟁하는 사회와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저 사람 참 매력있구나, 하면 그 사람과 사귄다. 나와 같은 반에 있는 바로 위 학번 선배라도 매력이 없으면 내가 피하면 된다. 굳이 그 사람과 친해지려 노력할 필요 없고 MT에 끌려갈 필요 없다는 얘기다. 후배가 MT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언제나 선배의 부족한 매력과 능력에 있다. 그리고 능력보다는 매력이 더 큰 원인이 된다.

외톨이가 된 것 같아 우울했지만 다른 학생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A씨를 비롯한 2학년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1학년 때 반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과가 정해진 뒤로는 각자 시간표가 달라 반 친구들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 밤에 만나면 충분히 만날 수 있다. 시간표가 밤 늦게까지 짜여져 있는가? 아니다.

전공 첫 학기. 공부도 생소해서 원하는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도 많이 해야 했다.

때문에 시간이 난다고 해도 한가롭게 놀 시간은 없다.

그렇게 반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친구보단 학점"

언론정보학과 05학번 K씨(22·여·4학년)는 "A씨의 고민은 모든 2학년한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K씨도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가득 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같은 과 친구들의 얼굴을 잘 모른다.

1학년 학부 시절에는 반방이나 학생회 등에서 쉽게 동기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전공이 정해진 다음부터는 같은 과 학생끼리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아예 없었다.

또 1학년 때 '새내기' 기분에 친구 사귀기에 열중했던 동기들이 2학년부터는 본격적인 학점 따기에 몰두하면서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모이지 않았다.

K씨는 "같은 반 출신 친구와 지금도 단짝으로 지내며 함께 시간표도 짜고 수업도 듣지만 그 동안 새 친구는 거의 못 사귀었다"고 말했다.

조모임이 있는 수업이라면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 과제가 끝난 뒤에도 연락을 지속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 -> 그 연락은 하는게 이상하다. 같이 잠깐 조모임을 한 사람 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우리와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비슷한 관심사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 소중한 사람들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

K씨는 과대표가 돼 MT와 점심모임, 동아리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동기들을 초대했지만 참여율이 워낙 저조해 이제는 포기했다.

●"졸업반 되니 취업걱정…눈에 뵈는 거 없어"

이 과 조교 C씨(24·03학번)는 "단합을 위해 MT를 계획하고 과 사무실에 비치된 연락처를 통해 학생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도 답장은 50% 정도 밖에 안 오고 이 중 20% 정도는 불참한다는 거절 문자"라고 말했다.

C씨는 "막상 MT에 가도 분위기가 어색하기 때문에 '집안 일' '선약' 등을 핑계로 그 시간에 전공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생명공학과 졸업반인 P씨(25·여)도 "그동안 MT나 과 모임에 참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친구라고 할만한 동료도 2, 3명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학부에서 학과로 넘어오는 시기에 뿔뿔이 흩어지고, 2학년부터는 전공과 취업준비에 몰두하느라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 3학년을 보내고 4학년이 된 뒤에는 과에서 인간관계 만들기를 아예 포기했다"는 게 P씨의 얘기.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4학년이 되니까 같은 과 동료들이 '친구'로 안 보이고 '경쟁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같은 과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직장에만 가는 것인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같은 과에 있더라도 사람들의 진로는 천차만별,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특성은 다양하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곳이 있는 법이다. 이 사람이 동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로의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이고,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이 좁기 때문이다.

●"실력이 우선"… "인간관계가 중요"…, 논란

학부제를 경험한 졸업생 및 현재 재학생 사이에서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과 "'인맥'이 느슨해져 사회에 진출한 뒤 불리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02학번 전재호(25)씨는 "1학년 때 반 동기들과 관계를 돈독히 해 놓은 결과 지금도 대학 때 친구가 많다"며 "학부제 하에서도 얼마든지 실력과 인간관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졸업생 김경재(26)씨는 "현행 학부제에서는 인간관계를 넓히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며 "사회생활에는 학점 못지않게 인간관계도 중요한 만큼 졸업생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보람 동아일보 인턴기자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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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제는 우리 대학에서도 실시되고 있는 제도다. 우리 학교가 학부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의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에서 연세대학교가 학부제를 처음 도입하고 개발했다는 사실은 아무런 업적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연세대학교의 학부제나 다른 학교들의 학부제나 생김새는 매한가지이며, 이 기사가 중점적으로 지적한 학부제에 따른 인간관계 고리의 약화 문제도 모든 대학에 똑같이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학부제가 도입되면서 반과 과가 완전 별개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그에 따라 학년에 따른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모습에는 극히 반대한다. 반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터미널의 대합실과 같다. 같은 계열이라 할지라도 그 계열의 범위는 학교가 임의로 정한 것이다. 학생들이 공통적인 관심사로 묶이기는 쉽지 않다. 대학교는 고등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수업이 반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학교 행정에서 반을 공식적인 단위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의 특성은 모호하다. 이러한 모호함이 반 행사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학생들에게 안겨주고, 회의적인 몇 학생들은 반 사람들과 영원히 안면을 끊고 지내고, MT 참여율은 저조해진다. 학부제가 외톨이 대학생의 증가를 가져왔다는 말은 일부 맞는다. 모든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개성에 따라 다양한 집단에 소속할 수 있다는 능력을 간과한 채 모든 대학생들은 반드시 기본적으로 '과'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는 한 맞다. 즉 내가 중요시하는 것은 대학생 자신들의 노력과 그를 통해 만들어낸 집단의 개성, 그리고 그 개성을 통해 만들어진 집단에 대한 애착이다. 이것만 있으면 학부제가 있든 없든 반, 과 모두가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다. 취업난의 폭풍이 닥쳐와도 두려울 것 없다.

  그러나, 아무튼 현재의 반은 터미널의 대합실과 같다. 이와 달리, 반이 과로 이어지면 과는 반에 비해 상당히 많은 특성과 고정된 인식 기제를 확보한다. 같은 과 학생들끼리는 같은 종류의 수업을 듣고, 거의 똑같은 시간표 분포를 이루며 같은 교수님들을 만나 서로 교류한다. 학교 행정에 관해서도 과는 행정에 필요한 단체의 단위로서 특성을 지닌다. 이 외에도 '과'라는 단어가 주는 전통적인 일체감 등이 어우러져 과에 소속한 학생들은 자신의 과에 더 많은 충성심을 보이게 된다.

  결국 반과 과가 별개로 나누어져야만 하는 학부제의 제도적 상황 아래에서 우리는 '반'이 가진 특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특성이 잘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반 학생회와 과 학생회가 연계되지 않고, 지도부가 서로 무관심하니 학생들이 반과 과를 양자택일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특성을 확보하는 일은 기존의 반 선배들이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차츰 반의 전통, 관습, 규율, 관심사 등을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학부제를 만든 주체인 학교 행정 당국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반 선배들이 그렇게 고민하게 된 이유는 저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학부제의 신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만약 미국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인간관계의 관습과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면 학부제에 따른 학생들의 고민은 없었을 것이다. 개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면 합리적으로 이런 질문을 했을 것이다. '대학생이 왜 반에 소속되어야 하지? 반이 왜 있어야 하지?' 그리고 나서 합리적 결정으로 자연스레 반을 아예 없애버릴 것이다. 결국 모든 학생들은 그냥 각자 학교에서 배정받은 계열에 소속해 있으며 반과 같은 단체에는 소속한 것이 하나도 없다. 자신이 소속할 곳은 자신이 찾아나가야만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러한 제도와 관습이 정착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무 정보를 얻을 원천(선배들)이 없는 방황하는 1학년생들에게 여러 가지 실용적인 정보를 가르쳐주는 멘토(Mentor)가 발달해 있다. 멘토와 1학년생의 관계는 서양식의 개인주의적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르다. 일단 자신이 대학교라는 집단에 들어가면 그 집단 안에는 분명 어떤 집단이 또 있다. 내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집단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한국의 풍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약간 서양식인가보다, 짐작하여 생각하고 있다) 집단을 만들어 일단 그곳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서로 알아가고 싸우기도 하고 같이 도와주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서로가 같이 발전하고 출세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의 문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문화는 1학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에 대해 소속감과 애착을 가지려는 동기를 설명해준다. 그런데 학부제에 따른 1학년 대학 생활과 2학년 이후의 대학 생활의 완전한 단절이 1학년 학생들로 하여금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따뜻한 인간관계와 그야말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온정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반에서 회장과 부회장, 서기 총무 등을 하며 자신과 친한 사람들과 나름의 세력을 형성하게 되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몇 학생들은 반을 완전히 떠난다. 학부제가 미국에서 도입된 제도인 만큼 과연 제도가 대상 집단의 문화와 잘 조우하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은 이미 늦었다. 학부제를 폐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반과 과를 연계하는 방법, 학생들이 반과 과 모두에 애착을 가지게 하는 방법은 이러한 제도 하에서도 분명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이 문화다.

2008. 1. 23.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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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 커뮤니티에 올린 글


  아무튼 합주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고쳐야 할 점, 개선해야 할 점이 묵묵히 스네어만 때리던 저에게도 하나둘씩 떠올랐습니다. 저는 밴드 생활을 몇년씩 한 어울림 형 누나같이 밴드 경험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밴드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연습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나름의 실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적어봅니다. 이 글을 적는데는 중학교 때부터 아빠 따라 갔던 합창단 연습 관람,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 4부성가대 연습 참가가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우선 저는 락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적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음악적 목표 외에도 우리 어울림을 비롯한 많은 동아리는 물론 동아리로서의 가치-친목, 화합, 이해, 도전-도 가지고 있고 그러한 가치들은 음악적인 가치들과 동등한 지위에 있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어울림과 같은 음악 동아리가 갖는 음악적인 측면에 대해서만 의견을 피력해 보려 합니다.


  대학생 아마추어 락 밴드가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목표 중 가장 정점에 위치한 것은 원곡의 음과 악상과 느낌을 그대로 재연해 내는 것, 즉 완벽한 모방입니다. 자기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연주를 따라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그때 자신들이 얻은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입힌 곡을 새로 짓고 그 곡을 무대에 올릴 수도 있겠지요. (갑자기 올해 대동제 때 어울림 전에 공연을 한 인문학부 99학번 락 밴드가 떠오르는 이유는 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 밴드의 실력은 원곡을 충실히 재연해내는 능력과 비례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끔 중간이나 절정 부분이나 후반부에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 애드립을 넣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좋다고 평가되기 이전에는 이미 밴드 전체가 원곡을 충실히 모방했다고 평가가 되어 있겠지요. 그래서 저를 비롯한 이곳 어울림 멤버들은 다함께 완벽한 카피를 위하여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우선 락 밴드의 합주를 할 때에도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한 명 이상 필요합니다. 합창단이나 성가대에는 지휘자가 있습니다. 지휘자는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각자 맡은 부분적인 음악, 그리고 음악에 대한 표현의 의지 등을 하나로 규합하여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도록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조절하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락 밴드에는 지휘자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멤버와 멤버 간의 화합이 합창단이나 성가대에 비해 신속히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우리들도 가끔 합주를 하다가 화합이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각자 악보를 숙지하고 원곡을 많이 들어본 다음 모여서 연주를 해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원곡의 느낌이 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락 밴드에는 지휘자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가끔씩 원곡의 느낌을 살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어느 정도는 맞다고 봅니다.


  제가 어느 정도는 맞다고 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험이 많은 밴드 멤버들은 각자 곡을 들어 본 다음 곡을 어떻게 재연해야 할지 생각을 해보고 충분히 연구를 한 다음에 다 함께 모여 처음 연주를 해도 어느 정도 화합이 잘 됩니다. 각자 따로 떨어져서 곡의 음악적 특성을 익혀도 각 멤버들이 익힌 음악적 특성이 일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렇게 화합이 잘 된다면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멤버들에게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것은 이렇게 고쳐야겠다' 등의 말을 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데 경험이 없는 밴드 멤버들은 각자 곡을 연구한 후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나 내용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 부분은 어떻게 연주해야겠다는 지침이나 지시는 자기가 곡을 들으면서 스스로에게 내리는데, 그러한 지침이나 지시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휘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연주를 하다가 중간에 자주 멈추어서 수시로 일관성 있는 지침이나 지시를 모든 멤버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관성 있는 지침과 지시에는 상당한 강제력이 수반되는데, 이러한 강제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지휘자의 능력에 있습니다. 지휘자가 곡을 충분히 숙지하고 음악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원곡을 최대한 그대로 옮겨오기 위한 일관된 지침과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밴드의 모든 구성원이 곡을 완벽히 숙지하여 자기 세션뿐만 아니라 다른 세션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면 합주를 하면서 연주에 대한 평가와 개선점을 말할 때 여러 명이서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질 높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한 명이었을 때 그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한 면을 다른 사람이 보충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모든 멤버들이 이러한 막중한 '지휘자'의 역할을 도맡아 하려 하지 않는다면 밴드 멤버 중 적어도 한 사람은 밴드 전체를 아우르는 수준의 능력과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연주를 하다가 잘못된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일 경우 지휘자는 바로 말을 해주어야 연주를 하는 사람이 바로 고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다들 합주실을 빠져나와 같이 저녁을 먹고 있을 때 그러한 잘못된 점을 말하는 것은 상당히 힘듭니다. 음악을 말로 설명하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다들 악기를 손에 가지고 있을 때 음악과 함께 한 설명을 통하여 문제를 바로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침의 전달을 신속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밴드 멤버들은 일정한 약속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곡의 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호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가대에서는 지휘자가 '테너, 주의 자비 부분부터 다시 합시다' 라고 말하면 바로 그 부분부터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피아노 연주자도, 베이스 알토 소프라노 파트의 단원들도 모두 똑같은 악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휘자의 말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든 사람들이 신속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락 밴드의 멤버들이 각자 맡은 세션에 해당하는 악보만 가지고 있거나 어떤 사람은 악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는 모든 멤버들이 어느 특정한 부분부터 다시 연주해 보아야 할 때 상당히 애를 먹습니다. 그래서 약속이 필요하고, 그 약속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곡의 구성을 Intro, 1절, 2절, Bridge, Ending 등으로 크게 나누고, 그 나누어진 구성에 영어 알파벳으로 기호를 붙입니다. 그리고 모든 멤버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악보에 알파벳을 써놓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지휘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우리 Letter C부터 다시 해보자'라고 했을 때 바로 문제점을 고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기호를 만들고 약속을 하기 전에 모든 멤버들이 곡의 커다란 구성을 숙지해야 함은 당연합니다.


  결론은 지휘자 혹은 음악감독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문제의 해결은 다 같이 모여서 악기를 잡고 있을 때 그때 바로바로 해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합주가 빨리 끝나고, 서로 같이 놀고 먹고 마시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밴드든 오케스트라든 사물놀이패든 합창단이든 고등학교 대취타대든, 모든 음악단은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서로를 의식하고 신경을 써주고 서로의 생각과 신호를 맞추려 노력하는 자세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 어울림도 그런 자세를 뿌리 깊게 가지고 있는 멋진 동아리가 됩시다.



 다 아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렇게 나름 논리를 갖추어 글을 써놓으면 그 '다 아는 내용' 을 함께 활용함으로써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글을 써보았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머리가 아프다. 좀 자고 다시 학교로 가야지.


2007. 8. 30.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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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경성스캔들'에서 선우완(강지환 役)과 나여경(한지민 役)의 대화를 들어본 후 완의 대사(완의 대사만 썼기 때문에 이게 무슨 말인가 할 수도 있다)와 함께 순간 순간 느낀 점을 써 보았다.

개인적으로 선우완이라는 인물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글을 써본다.

아, 나의 요지는 이것이다. 완이가 구사하는 '톡톡 쏘아붙이기'는 삶이 너무나도 단조롭고 순수하고 진지해지는 것을 막고 재미있고 유쾌하고 매력적이 되도록 만드는 방법이며, 삶 속에서 항상 쓰지는 않고 언제나 '엔진의 윤활유'나 '스테이크의 소스' 정도로만 기능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언제나 단조롭고 착하고 속마음이 뻔히 보이고 진지한 말투만 구사했던 나도 이러한 화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여기서 화자가 남자와 여자라고 해서 내가 여자들에게 잘 접근하는 법을 익히려고 한다는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그런데 남자 또한 '남자'이고 생물학적인 '반쪽'이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대상으로 한 대화에서 최적의 대화 기술과 기타 여러 가지 대인기술이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화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지금 대화 기술을 익힌다고 했는데, 대화 기술만 익히려는 교활한 심보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은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말을 해야 살아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것 같다. 말로써 분위기와 상황을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

...

(졸린 목소리로) 이런 남자방에 튀어들어온 건 너야. 그러니까 나가야 할 사람은 너지 내가 아니라구.

 아직도 안 나갔냐 너? 그만큼 도와줬으면 됐잖아. 내 옷까지 입혀줘야 돼?

 너 혹시 지금 그걸 감사의 말이라고 하는 거냐?

집에 권총 말고 또 이상한 거 숨겨 놨구만. 거짓말 진짜 못하네. 그래가지고 독립투사 될 수 있겠어?

실패한다고 누가 그래. 걔 이름이 뭐야, 조마자?

조마자씨. 조마자씨~ 조~마~자~씨~

천하의 차송주를 누가?

선우완의 영원한 디바를 무시하는 그 개자식이 누군데?

여기서는 가장 높은 사람과 가장 낮은 사람이 나누어졌다. 말 한마디를 통해 성주는 선우완의 영원한 디바가 되었고, 저편에는 선우완이 짓밟은 '개자식'이 있다. 자신과 대화하는 사람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기술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걸면 넘어올래?

잊을 리가 있나.

아니 이런 우연이. 여기가 마자씨 서점이었어?

아니 이런! 이런 우연이 있나~

아니 나는 한복 명인에게 한복을 맞추러 왔을 뿐인데 왜이러시냐고 물으시냐면 한복을 맞추러 왔다고 말할 수밖에.

아니 세상에 이런 인연이!

너무 맛있게 먹고 있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이제야 나한테 관심이 생기는 건가?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무엇을 물어보면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최소의 요구조건이며, 톡톡 쏘는 답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말 한 마디를 던져야 한다. 서로 새로운 말을 던져준다는 것은 곧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두 사람이 겉으로는 언쟁을 벌이는 것처럼 보여도 그 언쟁이 두 사람의 자존심이나 물질적 가치 등을 훼손하지 않을 때에는 언쟁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악화시킨다고 볼 수 없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 사람을 싫어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부정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언쟁이 관계 형성을 매우 많이 억제시키지만, 상대방이 마음에 들 때에도 얼마든지 언쟁은 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를 잘 살펴 보아 톡톡 쏘는 답을 던져 주어야 한다.


(어른 남자는 복싱을 할 수 있대요) 나?

(난처)꼬마야. 이건 형이..

그래도 일단 한번 복싱을 해보려는 이 자세가 필요하다.

꼬마야. 형이 고무신 하나 사줄까? 저 물 건너온 걸로?

에이 내가 얼굴 때리지 말랬지 섀키야!

다른 사람을 때리고 우리 편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의 기쁨도 즐거운 삶을 위한 순간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

(완전 좋아하는 완. 소리 지른다)


아니, 결승 진출했다고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한 게 누군데?

솥단지도 받았겠다, 진지하고 심각한 문제(꼬마에게 돈을 벌어다주기. 꼬마는 이제 솥뚜껑을 팔아서 엄마에게 고무신을 사주면 된다)는 해결되었다. 그러니 심각하지 않은 유쾌한 말싸움이 가능하다. 만약 솥뚜껑을 따지 못했을 때, 즉 선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완이 위의 대사를 날린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고 부정적으로 흐를 것이다. 여경씨가 진짜 화날 것이다.

황소만한 사내들하고 하루종일 주먹질한 사람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두 사람에게 모두 좋은 상황이 지금 펼쳐지고 있는데도 말은 '순진하고 긍정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여경씨는 완이의 대답이 항상 자신이 생각할 수 없는 범위에 있기 때문에 그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비록 말싸움을 할지라도 주변의 사람들이 그 말싸움을 보고 기분이 흐뭇할 때, 그 말싸움은 행복을 위한 긍정적인 말싸움이 된다.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이 흐뭇해할 수 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했을 때 대답에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 일반적인 대답과 톡톡 쏘는 대답. 일반적인 대답이라면 '에이, 이정도야 뭐 기회가 오면 없었던 힘도 막 생기고 그러는 거죠 허허'일 것이다. 어른들에게서 배운 기초적인 예절이다. 겸손한 사양. 하지만 예절보다 톡톡 쏘는 매력이 더 중요한 때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 우리의 완이는 '병주고 약주십니까 지금?' 으로 대꾸한다. 흔히 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제야 생각해보니 남자들이 이렇게 말을 톡톡 쏘아 매력적으로 보이고 결국 여자들에게 쉽게 호감을 얻는 것에서 그 말이 유래된 것 같다. 다시 예절 이야기로 돌아가자. 예절이란 그 상황에서 그 사람에게 그 예절을 표하지 않을 경우 그 사람과 심각하게 부정적인 관계에 놓이게  되는 경우에서 쓰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절을 우선적으로 표해야 한다. 나의 말이 예의없는 말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참고로 설명했다.


하긴, 나를 링 위로 끌어들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라.

대화 한 마디에서 주어를 찾아보자. '나'가 아니라 '너'다. 나는 평소에 대화를 할 때 모든 대화의 60%는 주어가 '나'였고, 20%는 주어가 '이 자리에 없는 제 3인'이었고, 나머지 20%만 주어가 '너'였다. 상대방을 꼭 기쁘게 한다기보다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상대방과 친해지기 위한 대화의 실마리이다. 그리고 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지고 있는 주어가 '너'일 때, 금상첨화로 '너'가 주어인 문장이 서너개씩 나오면서 '너'를 칭찬해주거나 놀라게 해 주거나 기쁘게 해 주거나 흥분시켜 준다면, '너'의 기분은 매우 행복할 것이다. 이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이,  말로만? 음료수 한잔 사. 너 때문에 땀을 한바가지 쏟았더니 갈증 나 죽겠어.

그리고 우리의 완이는 전체적으로 표정이 다양하고 제스처가 크고 목소리가 크다. 사람 냄새 풍기며 살아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평소에 공적인 자리에 있을 때에는 무표정이고 동작이 작고 목소리가 차분했다. 필요한 말만 하고 말을 아꼈다. 그래서 사람답지 않다, 차갑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이제 와서 무지하게 고치고 싶은 나의 고질적인 모습이나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글로나마 해결책을 찾는 일 말이다.


내여자한테 손 대지 마.

하나님 대신 내가 증명하지.

...마, 맞아. 그런 것까지 이런 사람들 앞에서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는 없잖아. 끝까지 명예를 지켜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마자.

매번 느끼는 거지만, 너는 생명의 은인을 다루는 솜씨가 참 남다르다.

이건 관심인가? 아님 질투?

(우리 둘이 입을 맞춰놔야..) 입맞추자며.

(소리를 지르겠어요!) 오바는..

상대방에게 말을 톡톡 쏘아붙이기 위해서는 내가 충실히 대화의 주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상대방의 발언에 응답하는 것이 대화의 주된 방법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상대방의 발언 뒤에 내가 취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앞의 발언에 논리적 연결관계를 가진 응답을 내놓기가 첫째 방법이고, 침묵으로 응대하기가 둘째 방법이고, 그리고 내 말을 새로 하는 것이 셋째 방법이다. 그리고 그중 셋째 방법을 가끔씩 써서 첫째 방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경청의 자세'에 일종의 '소스'를 가미해준다면 참 매력적인 대화의 기술이 완성되지 않을까 한다.

밥 줄 생각도 없는 주인에게 열심히 꼬리 치는 멍멍이 노릇 관두겠다고.


(독백. 톡톡 쏘아붙이기는 아니지만) 훗, 그래 내가 졌다. 잘 살아라. 죽지 말고. 배신 당하지도 말고, 변절하지도 말고, 누구처럼 밀고도 하지 말고, 너라도 조국을 위해 당당히 살아라.


깜!! 짝이야! 진작 좀..

(여경씨 풀려난 걸 알면서도)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성공은 무슨, 내기는 오늘로 끝이야! 끝! 쫑! 디 엔드!

아~~ 그놈의 쌀타령! 내가 사줄게. 그걸로 밥도 사먹고 떡도 쪄먹어. 됐냐?

역시 말을 쉽게 해야 매력이 있다.

먹은 거 다 뱃살로 가라!

이 서점은 이런 저질스러운 잡지 안 들여놓습니다. 이거 흘리지 말고 얼른 가세요. 얼른!

그리고 속삭이며 자상하게 말하는 것도 맨날 한다면 좋지많은 않은 것 같다. 너무 부드러워서 그 사람의 속마음이 솔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에 자상한 말투로 많이 속삭여보았지만 이제 와서 내가 그런 걸 느낀다니, 나의 판단에 열 명 중 일곱 명 이상은 동의할 것이다.

기억해둬. 연애는 조국해방투쟁의 가장 강력한 위장전술이라는 사실을.

탄원서요?.. 제가 탄원서를 써드릴테니까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이래뵈도 특종 전문 기잡니다. 독자들을 감동시키던 글빨로 면회 담당자를 설득해 볼게요. .. 탄원서가 이게 또 도입 부분이 중요하거든요.


......

드라마의 인물들도 진지한 모습과 이렇게 천진난만한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사람이 한 모습만, 하나의 자아만 가지고 있다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아직도 다양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는 나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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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여유로울 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유희를 향한 본능을 찾아 헤맨다. 인간은 누구나 현재와 미래를 향한 걱정 없이 삶의 순간 하나하나를 즐기며 살았던 적이 있었다. 놀이터에서 남자 친구 여자 친구 가릴 것 없이 단지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같은 순간 속의 그들과 친구가 되어 놀았다. 이러한 유희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물질적인 대가는 없었다. 친구들과 논다고 해서 떡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옷을 더럽히며 손톱 사이에 흙을 묻혀넣으며 순간의 즐거움에 충실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어른으로 성장해가면서 이러한 본능은 차츰 시간관리와 직장과 이해관계에 의해 사그라들었다. 계획적인 삶을 통해 정말로 자신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일만을 골라 취하는 사람은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의 관심은 결국 어렸을 때 가지고 있었던 '단지 놀고 싶은 본능'은 하등의 가치로 치부되어 절대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 완벽주의자 혹은 Workaholic을 만들었다. 나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내가 하루 중 아무런 걱정 없이 즐거움만을 찾아서 주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지를 되새겨보았다. 거의 없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을 손가락으로 때려주기, 공원을 돌면서 아이스크림 먹기, 주변에 핀 꽃을 유심히 관찰하며 그것을 따서(물론 환경을 보존하는 범위 내에서) 머리에 꽂고 사진 찍기, 긴 계단을 누가 먼저 올라가나 시합하기..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 시대의 시간 죽이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들이 실제로는 원자화되고 외로운 현대의 인간들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고독을 잊고 아무 준비 없이 서로 대면하고 부대끼는 일, 직업인이 아닌 순수한 인간으로 만나는 일이 순간 그리워졌다.


  어렸을 때 나는 분명 친구들과 만나고 놀고 헤어지는데 있어 매우 자연스러웠고, 나의 놀이는 대부분 놀이터와 공터에서 이루어졌다. 반면 지금의 나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그렇게 아무 걱정 없이 노는 방법과 현재를 즐기는 마음 모두를 잃어버렸다. 그것을 되찾기 위해 나는 날씨 좋은 오후 혼자서 놀이터로 갔다. 7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 대여섯 명이 시소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빨면서 끊임없이 친구들을 서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시소 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놀이를 즐기는 데에는 아이들의 동의와 합의가 필요하지 않았으며, 아이들은 일부러 시소 중간에서 위태롭게 걸어다니거나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거나 하는 등 요즘의 나처럼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려 신경쓰지 않았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사이의 대화는 아무런 논리적 연결 관계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재밌어?' '오오.. 넘어진다 넘어진다' '우리 늦게까지 놀 수 있어.' 같이 간단한 대화로만 이루어졌다. 아이들의 모습은 모든 면에서 지금의 나와 완전히 반대였다.


  조용히 놀이터 벤치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면서 내가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피곤하게 하지는 않았는가 돌아보게 되었다. 어차피 인간이라면 실수도 할 수 있고 Time Killing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장난을 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곳을 구경도 하러 간다. 일상이 있다면 비일상도 가지고 있는 것이 인간인데, 나는 극단적으로 안정 속의 개인적 성공을 이루어낼 수 있는 일상을 확립하는 데 인생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는지 반성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유희와 비일상을 위해 나의 마음 속에 여유로운 공간을 크게 만들어놓는다. 놀이터의 아이들처럼 본능적으로 원초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 그리고 일상에서 벗어나 얻을 수 있는 로맨스와 행복을 위해서 나를 스스로 묶어놓은 수많은 족쇄를 풀었다.

2007. 4. 22.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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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의 국내 NGO와 국제적으로 성공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NGO를 비교할 때 차이점은 무엇이며 한국 NGO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우선 한국의 NGO는 외국 특히 서유럽과 미국의 NGO에 비해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 NGO 중 그린피스의 경우 서유럽과 미국이 시작하여 회원의 인구 분포와 재원조달 기관의 수를 전세계적으로 확대하였는데, 환경보호 NGO가 가지는 목표를 시장의 변화나 한 국가의 정부 정책에 따라 변동되지 않게 고수해옴에 따라 지금은 정부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 않고도 충분한 재정 속에서 많은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영세성을 극복하고 있지 못한다. 하나의 NGO를 설립하기 위한 초기 재정 규모는 미국의 NGO의 10분의 1에 못 미친다. 그리고 재정 규모를 점차 증가시키기 위한 수단의 대부분은 NGO 안에서 일하는 열성회원들의 회비와 그에 추가적으로 포함된 자금 헌납이다. 단순한 재정 규모의 차이만이 있을 뿐 한국과 국제적 NGO를 비교할 때 두 기관의 활동실적이나 활동의 질-정치권력 비판과 지역공동체의 이익 옹호-등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두 기관 사이에는 또다른 차이점이 있다.

  한국의 NGO와 국제적 NGO의 또 다른 차이는 엘리트 집단이 대부분의 활동적인 회원을 이루는 한국과 일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외국에 있다. 영국의 한 도시의 경우 도시 주민인 성인 남성 중 절반 가량이 매주 1회 정도로 비영리조직인 자발적 섹터에 참가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의 도시민들은 상대적으로 권익옹호와 사회복지 지원 등에 관심을 덜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한국의 NGO로서 참여연대는 정부 고위관료 진출을 잠정적인 목표로 삼는 엘리트들에 의해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여연대 회원은 크게 직접 권익옹호와 감시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과 회비만을 지원해주는 소극적인 사람으로 구분된다. 물론 미국의 Common Cause또한 은퇴한 변호사나 외교관 혹은 정부 관료 등이 300명 정도로 집단을 이루어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의 많은 서유럽과 미국의 NGO는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많이 주고 있고 또한 실제로 그 속에서 많은 참여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한국은 동일한 목표를 가진 조직들의 연합으로 규모를 늘려 나가야 한다. 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재정의 증가와 수입원의 다양화도 의미하지만, 조직이 가지고 있는 조사와 연구 능력과 정보습득의 능력 증진도 내포하고 있다. 즉 모든 NGO의 문제이자 한국의 특별한 문제인 자원의 불충분성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NGO 담당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정부기관, 기업, 시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지역 공동체 내의 사소한 일에도 참견하고 비판하려는 시민들의 자세가 요구된다. 국가적 범위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 혹은 국가 구성원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불합리한 제도 등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한국에서의 NGO의 역할도 그만큼 축소되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문성과 지적 능력을 갖춘 엘리트만이 나서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2. 한국 NGO가 그러한 과제를 해결하고 바람직한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략과 행동방책을 1) 행정부처, 2) 의회, 3) NGO, 4) 일반시민의 관점으로 나누어 제시하기 바랍니다.

 

 우선 행정부처는 정책을 실현함에 있어서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 수정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정책에 구속되는 시민들이 의견 표출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전략을 필요로 한다. NGO의 규모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는 때이므로 정부가 만든 제도가 NGO를 향한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다른 정부 기관이나 기업 그리고 각종 재단 등에게 규제를 가하는 것은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정부가 축소하여 NGO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게끔 만들어주는 방법도 시도해 볼만 하다. 공공서비스 중 의료, 빈곤 해결, 교육 등에 정부 대신 NGO가 활동하도록 정부는 NGO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규제를 가할 수 있다. 이것은 행정부처와 NGO 사이의 일종의 협력관계를 만들어낸다.

  Almond의 정치체계론에 의하면, 의회는 NGO와 함께 이익집약의 주체로서 과거의 많은 단체들의 이익표출을 고려하여 최대한 많은 집단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의회는 NGO가 가지는 전문성을 옹호하고 그러한 시민사회 영역에서 요청하는 사항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원들이 원내가 아닌 원외에도 관심을 가지고 원외에서 가장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NGO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수용하는 일이 그것이다. 나아가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의회와 NGO의 협력과는 별개로 행정부의 정책집행과정을 감사하고 비판하는 옴부즈맨 제도의 확립은 옴부즈맨과 NGO가 함께 전략적으로 협력하여 권력비판과 시민의 이익 옹호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국의 NGO들은 조금 더 활동의 범위를 좁고 깊게 만들어야 한다. 즉 특정한 주제에 관해 설립되지 않아 국가권력을 견제하는 일에 소홀히 하는 관변단체로 전락하기보다는 마을 단위, 구 단위 정도의 작은 범위에서부터 특정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목표 설정을 해야 한다. 이것은 NGO가 가지는 정체성을 확립해줄 뿐만 아니라 재정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타당성을 만들어 준다. 그 NGO가 추구하는 이익에 같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그 NGO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또한 NGO가 특정한 분야에 치중하게 되면 시민들은 자신들이 소속한 집단의 경제 발전이나 복지 증진 등 시민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NGO의 기여와 큰 연관성을 가짐을 깨닫는다. 결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NGO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 관료적, 엘리트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비정부기구가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시민은 NGO에 대한 인식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꾸고 진보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정부가 취하는 제도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시민들은 항상 정부가 가지는 권력에 저항할 힘을 지니고 있고 실제로 이루어지는 제도에 대해 구체적인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하고 있는 시민들이 우리나라에 많다. 아직 민주주의가 모든 국민들에게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정부와 국가권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진보는 사회의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시애틀의 근린 의회의 경우 정부가 만들어준 제도의 틀 아래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도시 성장 과정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건전한 사회참여와 진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한 예가 된다. 또한 비디오에서 보여주듯 독일의 납세자연맹(Bund der Steuerzahler)은 회사원부터 정부 기관 소속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참여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이 대규모로 움직이며 부당한 과세와 재정지출의 비공개, 공공재정 낭비 등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NGO의 활동이 사회발전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회비 지원을 하거나 직접 회원으로서 활동해 본다면 시민 여러 명의 뜻이 합하여 NGO의 영세성과 엘리트성 모두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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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이 되면 연세대학교 사이버교육지원센터에 올라오는 NGO와국제행정 온라인토론 주제. 이곳에서 나는 그동안 강의 시간에 배운 내용과 추가적으로 조사해본 내용을 종합해서 실제로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한다. 논의를 최대한 구체화하기 위해 나는 많은 노력을 했다. NGO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실제 비정부기구나 비영리기관의 사이트에 방문하여 활동내역과 조직원리 등을 살펴보기도 했다.


 글을 직접 많이 써보면 주관식 서술형이 대부분인 대학교 시험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 공부하고 공부 과정에서 얻은 모든 지식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만의 언어'로 응결되었다가 풀어진다. 내가 수업 자료의 저자나 참고 자료의 저자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오직 내 힘만으로 용어를 사용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일은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2007.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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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식과 같은 곳에서 우리는 그냥 밥만 먹지 않는다. 조용히 있는 것은 암묵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악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래서 우리는 마주보는 자리에 앉은 친구, 그리고 옆에 앉은 친구를 중심으로 가까이 앉은 사람끼리 잡담을 주고받으며 인간관계를 조금씩 쌓아간다. 그런데 대화의 내용 중에서는 나의 양심에 거리낌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오가는 것 같다. 바로 회식의 자리에 없는 자기 친구를 비하의 대상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험담, 소위 '뒷땅까기'다.
 
   나는 나의 성격과 양심에 비추어 보아 대화하는 곳에 없는 제3자에 대해 좋은 말을 하면 했지 놀림을 목적으로 나쁜 말을 한 적은 없다고 자신한다. 나쁜 말을 할 때에는 그 친구가 분명 도덕적으로 그릇되었다는 점을 주장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들며 차분하게 말할 때뿐이고, 그 친구를 조롱의 대상으로 나와 내 말을 듣는 사람 사이에 올려놓아 그 친구에게 침을 뱉으며 서로 깔깔댔던 적은 전혀 없다. 그런데 어제 회식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특히 여자들에게 심한 듯 보이는데, 그들은 남에 대한 험담을 하면서 서로 친해진다. 이것을 대화하는 사람들 간의 유대를 더 밀접하게 하기 위한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남에게 험담을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그릇되었다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후자의 시각을 더 존중한다.
 
  인간의 세계란 참 더럽다고 느낄 때가 요즘 여러 사람들과 더 많이 알아갈 때이다. 마음껏 그동안 보아왔던 주위 사람들의 결점을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폭포수 쏟아지듯 늘어놓는 동물이 바로 인간이다. 그리고 정치철학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공동의 적을 만들면서 두 주체는 서로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이다. 그것이 슈미트가 말한 '적대적인 것'의 요지다. 인간관계는 사람들이 종종 더럽다고 칭하는 정치보다 더 더러운 것이다. 뒷땅까기가 대화로 친해지는 데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말이 지금 우리들 사이에 나돌고 있는데, 그것을 실제로 행해보았을 때 인간관계 형성에 최고의 효과를 불러오는데 더 할말이 무엇이 있는가. 대화의 길은 여러가지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꼭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벌거벗은 몸과 마음을 불러올 필요는 전혀 없다. 모두가 서로 대화를 한 뒤에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양심의 심판을 받아보아야 할 때이다. 아무튼 회식이 많은 연말연시에 나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2006.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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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교과서를 읽다가 국가의 경쟁력에는 물론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와 같은 비가격 경쟁력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 이미지가 그 국가 내에 소속된 기업 전체의 이득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았다. 평소 물질적 이익과 손해에는 냉철하나 감정이나 아름다움에 관한 향유에 대해서는 우둔한 자들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던 나로서는 참 기분 좋은 말이었다. 국가 이미지라는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가치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니, 이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한 국가가 앞으로 경제 성장을 이룰 잠재력을 평가할 때 무조건 국가 이미지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나와 같이 디자인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이것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몇년 전부터 중국이 새로운 경제 발전 국가로 도약하고 2020년 경에는 미국만이 중국의 세력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의 경제 구조가 바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많은 인구 수와 거대한 투자 유치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루고 있는 것일 뿐 그 속에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그들이 위안화 절상으로 지나친 무역을 단속하고 경기를 연착륙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현상은 대공황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미연의 결단이지만, 연착륙을 넘어선 중국의 문제가 있다.

 중국의 소득 분배가 상당히 불균등하고, 정부의 투명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은 많이들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국가 이미지의 측면에서 중국을 이야기하고 싶다. 중국의 국가 이미지는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보아도 나의 머리로는 긍정적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거대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인지 거대 자본을 투입해놓고 정작 아름다움의 가치는 결여한 그들의 자동차, 그리고 자동차 전시장. 황금과 같은 귀중품을 좋아해서 이러한 부피가 작고 고가인 상품에는 호의적인 모습. 그래서 황금으로 도금한 호텔에서 돈 많은 화교들이 바이어들과 열심히 협상을 벌이는 멋진 광경이 펼쳐지고, 돈 많은 샹하이의 부호들은 귀금속을 전문적으로 파는 빌딩 규모의 Shop에서 물건을 사는 한편 그 주위의 서민들이 사는 환경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 연예 프로그램, 드라마, 혹은 영화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품질과 내용 면에서 질적 열세를 보이는 콘텐츠. 한마디로 '예술이 무엇인지 모르고 호화로움만 추구하는 이미지, 거대한 자본으로만 무장한 듯한 이미지' 가 나에게 박혀있다. 그들이 유럽의 다른 과거의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유별나게 특징적으로 잘 생산하는 상품이 무엇이 있는가. 그들은 모든 산업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을 뿐 특정한 국가 이미지를 추출하여 그것을 주력 상품에 주입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그와 반대로, 근면한 일본인의 모습을 대변하는 소니와 토요타, 세련된 프랑스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루이비통과 샤넬 그리고 많은 Haute Couture와 Prete a porter, 그리고 핀란드의 국제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노키아 등은 모두가 각 국가가 대변하는 이미지를 머금고 있다. 그리고 국가의 경제 정책 또한 국가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주력 상품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으로 나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이미지를 대외에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그 국가의 상품을 국가 이미지와 함께 소비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품의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무엇이 좋을까? 한국 또한 중국과 같이 특정한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내세워 놓는 작업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기에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나는 한국만이 가진 ''과 ''의 가치를 경제적인 재화나 서비스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유교의 영향으로 조선시대 때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을 듣고 600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지켜온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이 정과 효에 대해서 완벽히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미가 넘치는 한국의 이미지를 녹여낼 수 있는 국제적인 상품 혹은 서비스를 발견하고 그것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 국가의 국제 경제 발전은 환율의 날렵한 조절과 많은 투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이미지를 신중하고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꾸어서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한국은 무엇이다' 라는, 그 '무엇' 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날이 올 때 한국의 입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나아가 한국에 대해서 새발의 피만큼의 정보만 듣고 있는 저 멀리 대척점에 위치한 소시민 한 명조차도 한국 하면 '인정많은 사람들이 넘치는 곳' 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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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기념하는 선물과 함께 장미꽃 한 다발을..
 
 
  나의 부족한 안목으로 바라보는 프랑스는 그야말로 사랑의 나라다. 사랑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관대하고, 그러면서도 사랑의 의미를 너무 낭만적이거나 안락한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 어떻게 보면 가끔은 냉소적이기도 한 프랑스인들이다. 공동체 안에서의 따뜻한 인정을 중시하는 한국 사람들은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깔끔한 프랑스인들의 사랑에 진저리를 칠 수도 있다. 센 강 위의 다리에 외롭게 바람을 맞고 있는 여인이 있으면 바로 달려가는 남성들은 바람둥이로 보이고, 그들에게 붙임성 있게 응대하며 서슴없이 만나는 여성들은 요부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냉소적인 모습 속에는 온 정신을 쏟아붓는 열정이 숨어있고, 그들의 사랑은 하나의 문화로서 프랑스라는 거대한 캔버스의 한 구석을 채색하고 있는 것이다.
 
  합창곡 중에서 한글 가사로 번역되어 널리 불리는 곡 중에 '샹젤리제 거리' 가 있다. 이 곡의 진짜 가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단순히 이 곡이 드넓은 '낙원의 뜰' 이 가진 활기찬 풍경을 찬양하는 줄만 안다. 하지만 이 속에는 무릇 남성들에게 매력을 던지는 한 젊은 여성(정말로 젊은 여성인지는 잘 모르겠다. 프랑스에서 매력적인 여자들은 나이를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의 고백이 들어있다. '이쁜 빠리지엔느 여가수' Daniele Vidal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정말 듣기 좋은 이 곡은 자신이 오늘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가 한 남자를 잡았는데, 많이 말하지 않아도 곧바로 서로에게 '길들여졌다'는 가사, 그리고 같이 바에도 가고 공연도 보러 가고, 사랑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곡의 여주인공에게 Les Champs-élysées는 사랑을 찾는 장소, 곧 남자를 유혹하는 장소다.
 
  곡을 들으면 참 사랑이 아름답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프랑스 사람들 또한 사랑에 온 몸을 던지는 열정을 보이는 듯하면서도, 사랑이 식으면 다시 그들의 냉철한 상태로 돌아간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날 때 절대왕정에 반감을 갖게 된 진보적인 시민들의 마음에서 유래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본다. 한편 이웃 나라 독일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처럼 사랑을 문화생활과도 같이 즐기지는 않는 듯하다. 그 대신 아늑하고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듯 보인다. 독일의 국민가수 Nena의 'Liebe Ist'를 들어보면 확실히 '샹젤리제' 와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나는 요즘 프랑스어를 혼자 배우면서 사랑 문화가 손을 닿지 못하리라 여겼던 교과서에서도 프랑스 사람들의 문화를 접할 수가 있었다. 한국어 교과서가 있다면 아래의 내용이 실릴 가능성을 다분히 갖고 있을까?
 
Attribuez à chaque signe du zodiaque des adjectifs choisis dans la liste ci-dessous.
아래의 리스트에 있는 각각의 별자리에 선택한 형용사를 기입해 보세요.
Sur le même modèle, décrivez l'homme idéal ou la femme idéale.
위와 같은 형태로, 당신의 이상형을 묘사해 보세요.
Gabriel rencontre Mathilde chez des amis. Il tombe amoureux de Mathilde immédiatement. Mathilde, qui était seule, tombe amoureuse aussi.
Gabriel은 Mathilde 친구 집에서 그녀를 만나고, 바로 사랑에 빠졌다. 혼자였던 M 또한 사랑에 빠졌다.
 
이정도면 한국어 교과서에도 충분히 실릴 수 있다. 하지만,
 
Quelques années plus tard...
몇년이 더 지난 후..
Patricia: - Tu sais, Gabriel et Mathilde ont divorcé! Mathilde a demandé le divorce. Elle a quitté Gabriel il y a six mois.
너 그거 아니? Gabriel이랑 Mathilde가 이혼했대! Mathilde가 이혼하자고 했고, 걔 Gabriel이랑 헤어진 지 6달이나 됐어.
Sandrine: - La séparation doit être difficile pour Gabriel!
결별이 Gabriel에게 힘들었겠구나.
Patricia: - Oui, peut-être, mais il est libre, maintenant...
전엔 그랬겠지. 지금 Gabriel은 홀가분해.
 
그리고
Simon et Alain sont homosexuels. Ils vivent en couple depuis cinq ans. Maintenant, en France, leur liaison peut être officielle, car il existe le pacs.
Simon과 Alain은 동성연애자입니다. 그들은 5년 동안 동거하고 있습니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그들의 결합이 pacs(동성연애자의 동거 권리)에 의거하는 한 공식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정도 예문은 한국어 교과서에 실릴 수 있을까? 처음에는 내가 교과서 예문을 보면서 다분히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는 넓은 마음을 갖자 '참 참신하고 솔직한 예문이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장미 꽃잎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사랑과 함께 이혼에 대한 너그러운 시선을 갖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반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에 더하여 동성연애자를 인정하는 자유로운 사상은 그들의 사랑 문화를 붉은 잎사귀의 장미 꽃잎만이 아니라 날카로운 가시까지 같이 갖고 있는,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문화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열정적일 때에는 열정적이고, 흔히 쓰는 'romantic' 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그들. 그러면서도 개인 각각의 자유를 존중하는 이성적인 모습은 프랑스 사람들의 보편적인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꼭 좋다고만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나쁘다고 몰아붙일 수도 없지만, 아직 사랑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는 큰 경외(敬畏)로 다가오는 듯하다. 프랑스 유학파이신 학교 물리 선생님께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한번쯤은 밤에 센 강의 Bateaux-mouches를 타 보라고 하셨다. 난 다시 지난 2월의 파리 풍경이 떠오르면서, 유람선 갑판 위에서 멋모르고 바람만 쏘였던 나를 돌아보며 웃음짓는다. 한번쯤은 프랑스의 사랑의 문화를 느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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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여권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디자인은 무엇이 있을까. 겉표지의 가운데 동그랗게 그려져 있는 무궁화 무늬가 전부이다. 색깔도 청록색이다. 청록색은 분명 우리나라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색이고, 관료적인 느낌을 준다. 무궁화 무늬는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공공디자인의 개념이 들어오기 전인 1970년대에 제정하였는데, 지금도 쓰고 있다. 아직도 한국은 경제 성장이 전부라고 여기는 것인가, 아니면 공공디자인에 신경을 꺼버린 것인가.

  위에 있는 스위스 여권은 2003년 새로 디자인되었다. 많은 유럽 디자이너들의 호평을 받으며 '나라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 는 평가를 한 몸에 받았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여권 치고는 아주 아주 이쁘다. 스위스의 십자기가 지닌 흰색과 붉은색의 대비를 잘 살렸고, 무엇보다 깔끔한 이미지가 스위스와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이쁜 디자인이 공적인 문서인 여권에까지도 쓰여야만 하는가에 대한 반발도 있다. 공적인 절차를 밟기 위해 제시하는 여권일 뿐인데 궂이 새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국가를 나타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쓰는 물건이 여권이다. 외국인들은 공항에 줄 서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는 여권을 보고 한국에 대한 인상을 각인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생각에는 한국도 이제는 과거의 실질적 부를 위한 성장 위주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이러한 작은 여권에도 한국의 문화를 깊게 뿌리박았으면 한다. 예컨대 나는 디자이너는 아니다만 이런 제안을 한다. 새 여권의 디자인은 옅은 황색 한지의 느낌을 주는 텍스쳐를 여권 표지에 입히고, 표지의 배경을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같은 수묵화로 엷게 채색할 수 있다. 그리고 경복궁의 처마를 부분적으로 여권 오른쪽 위에 선명하게 남겨두어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극찬하는 기와집 지붕의 미를 여권에 투사할 수도 있다. 뛰어난 미술적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 정부를 위해 일해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상업적인 목적을 위한 상품에만 이쁘게 디자인을 입히지 말고 이러한 국가적인 상징물에도 점차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움의 질적 가치를 따질 수만 있다면 나는 스위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판정승을 인정하겠다. 한국의 美는 어디 한번 디자인의 재료로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고목처럼 썩어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한번쯤은 칙칙한 여권의 모습을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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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 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구경하였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 많은 구경 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은 것은 거의 없다. 만약 내가 한두 곳 한두 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되새겨질 자산이 되었을 걸.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표지교(管鮑之交)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끊임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道)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리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 테고, 내가 더 예뻐 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는 얼음 풀리는 냇불이나 가을 갈대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어쩜 나랑 생각이 이리도 같을까?

2006.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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