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1.

 지금까지의 대학교 1년 생활을 되돌아보았을 때 나는 대부분 학교라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수동적인 소비 생활에서 벗어나 학교 안의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공연을 하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지만, 지금 나는 더 넓은 세상에서 활동하자는 영감을 받아 지난 1년이 가진 부족함을 음미하고 있다. 락과 재즈의 음악 동아리와 학부대학의 자문단, 사랑스런 학교의 많은 친구들, 그리고 학과 공부, 모두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진 것이다. 1학년이니까 일단 학교 안에서부터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해 봐야 하는 것이라고 정당화할 수도 있지만 나의 부족했던 점은 눈에 띄게 드러나 있다.


  대학생에게 체험의 기회는 매우 많이 열려 있고 사람들은 대학생들에게 호의적이고, 체험을 하기 위한 비용도 훨씬 저렴하게 대접해준다. 대학생들은 이 드넓은 세상에서 어떤 특정한 이해관계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 즉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관계를 형성할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대학생이 하는 일이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사회로 나간다는 것은 학교라는 작은 기관보다 훨씬 큰 기관, 회사, 정부와 같은 커다란 집단 그리고 그 집단 속의 사람들과 특정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더불어 더 넓은 세상에 널려있는 지식과 스타일 그리고 가치관과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적, 물적인 두 가지의 관계망을 점점 도화지에 스케치 하는 과정이 대학생의 제일 중대한 과정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당연하지만 꼭 이런 이야기들은 다시 곱씹어 보았을 때 더 명확하게 다가오고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영감을 가져다준다. 내가 만든 이야기인데도 내가 영감을 받았다.


 넓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그러한 결심은 나에게 두 단계의 과제를 제시해 주었다. 첫째는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 즉 학교 안의 단체에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제대로 일하자는 과제다. 1학년 때에는 나 혼자 무언가를 계획하여 계획대로 실행하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대표적인 것이 공부이고 그 외의 동아리에서 내가 주도해서 의견을 냈던 많은 회의다. 완벽함의 범위가 나 자신으로 한정되어 있어도 나는 내가 한 일들을 완벽하다고 속으로 칭찬했다. 공부에 대해서는 학교가 나름의 칭찬을 했고, 학교 안에서 내가 활동하는 단체에서도 나 혼자 계획한 일들에 묵묵히 찬성하며 따라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 중에서는 예전의 내가 보여주었던 독단적인 활동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다만 내 귀에 그 불만이 들어오지 않아서, 혹은 내가 그 불만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 밖에서 불만과 지적이 있는데 내가 한 활동들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는가. 내가 칭찬하고 나 밖의 사람들도 칭찬해야 완벽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은 내 스스로 계획을 많이 하지 않고, 무엇이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천천히 계획해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내 능력이 절대적으로 더 뛰어나도 사회의 어느 곳이든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모든 단체 안에서는 그런 나의 능력을 일단 숨기고 있어야 한다. 독단적인 나에 대해 다시 한번 크게 반성한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내가 독단적이지 않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두 번째 과제는 학교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기관에 나 또한 관계를 맺고 참여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매우 두려웠다. 그 사람들은 무조건 나를 적대적으로 여기고 면접에서 무조건 떨어뜨릴 것이라고 과장해서 두려워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한 두려움은 어쩌면 이 사회에서는 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 나의 치밀한 계획만 있다면 나는 이 사회 안에서 충분히 입지를 잡고 살아갈 수 있다는 나의 오만한 속 생각에서 유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즉 나는 이 사회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일단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자연스러운 관계망 형성의 원리에 대해 무감각했다.


  요즘 들어 나의 정체성이 점차 명확해지고 내가 무엇을 잘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고 또 무엇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에 따라 더 넓은 세상에서 나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놀고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물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회 속에서의 나에 대한 인식과 끊임없는 노력이다.


  이제 나는 대학교 2학년이고, 나를 벗어나고 학교를 벗어나 세상 속으로 조금씩 얼굴을 비추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혼자서만 계획하고 성취하고 만족하는 모습은 새내기의 기대수준을 만족시켜주는 데 불과하다. 이 세상 속에 있는 많은 사람, 단체, 지식, 스타일, 그리고 가치관과 끊임없이 관계 맺기를 시도해 보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도전할 때면 나는 그렇게 즐겁지 않을 수 없고 또 피로함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사회와의 관계 맺기는 이미 내가 계획했던 내면을 완성함과 동시에 새로운 나의 모습을 그려나가기 때문이다. 나는 보다 멀리 보아야 한다.



멀리 보기 위한, 넓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한 나의 결심

  • 이 블로그는 나 혼자 끄적거리는 공간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와 노하우와 영감을 줄 수 있는 나의 창작 공간으로 만든다. 얼마 전 알게 된 Creative Commons (CC) License를 활용하여 나의 저작물 그리고 블로그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책임을 지고 그만큼 더 근사하고 멋진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3월 14일에는 CC Korea Conference도 가볼 생각이다. 아, 그리고 예전에 만났던 민사고 12기 후배의 아버님께서 연세대 법대의 저작권법 전문 교수님이신 게 떠오른다.
  • 어울림과 So What에서의 활동을 계속하며 물론 더 높은 수준의 공연을 위한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음악을 통한 아르바이트를 생각해 본다. 중고등학생 과외는 멀리 보는 자의 행동은 아닌 것 같다.
  • 학부대학 학생자문단에서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며 학부대학에서 직접 제도와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사람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확장한다. 지금까지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이 강했다.
  • 오늘 다큐멘터리 '대국굴기'를 봤는데(뒤늦게 본 편이지만) 참 많은 영감을 가져다주었다. 모든 나라가 제각각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개성 넘치는 대처법을 가지고 강대국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구한다. 이것이 내가 나아갈 분야인 정치경제와 무역 그리고 제도에 관한 연구일 것이다.
  • 나의 스타일 지도 만들기, 인간관계의 지도 만들기. 나는 나라는 프랑스, 네덜란드, 체코가 좋다. (체코 여자는 너무 이쁘다.) 각각의 나라들의 모든 문화를 사랑한다. 정치외교학 좋아하고 음악 좋아한다. 등등..점점 뻗어나가는 생각들.
  • 그 외의 많은 것들.....연애? ^^;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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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주관하는 '블로그 유저들의 행동 연구'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나처럼 블로그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5명의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인터뷰를 하며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생각을 주고받았다. 옆의 연구원 분은 우리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서 연구 자료로 활용한다고 하셨고, 그 점 때문인지 나는 네이버 블로그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능이나 그 기능이 가져오는 사회심리적 효과 등을 나름의 체계를 세워서 말해 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열심히 말해서 나는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다. 또 내 주위의 친구들한테는 말해도 반응이 시큰둥한 '전문적인 블로거의 일상'에 관한 지식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곳에서 블로그에 관련한 인터뷰를 끝낸 뒤 실험 참가자들은 40분 간의 창의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Torrance 창의력 검사라고 하는 주관식 심리검사인데 매우 재미있었다. 다음은 그 결과다.

이동욱 님,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HCI 연구실의 양승화 연구원입니다.

블로그 사용자 인터뷰에 참가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인터뷰 과정에서 진행했던 창의성 검사(TTCT)의 결과를 보내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검사 결과의 해석 ===============================

유창성 - 단어를 이용하여 많은 수의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능력
융통성 - 다양한 측면에서 사고하여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능력
독창성 - 생각해내기 힘든 신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능력

================================================

아래의 테이블에 창의성의 세 가지 요소인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타나 있습니다.

테이블에는 각 영역에서 획득하신 원점수와 표준점수, 백분위 점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표준점수는 각 영역별 원점수를 평균치 100, 표준편차 20의 정규분포 점수로 환산한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표준점수 100점 이상인 경우에는 평균 이상의 창의성 수준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으며
표준점수가 100점 이하인 경우에는 평균에 못미치는 창의성 수준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사람들이 각 영역에서 받는 평균점수를 100점으로 환산했기 때문에
그 점수를 기준으로 자신의 점수를 확인한다면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상대적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하여,
각 표준점수에 대한 백분위 점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창성 점수의 백분위 점수가 60이라면,
평균적으로 60%의 사람들이 자신보다 낮은 점수에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주의 -

검사 결과가 “절대적인” 창의성을 측정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스스로를 이해하시는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1. 질문하기

7

6

3

#2. 원인 추측하기

11

6

9

#3. 결과 추측하기

12

6

9

#4. 작품 향상시키기

17

9

10

#5. 독특한 용도

20

13

15

#7. 가상해 보기

13

11

9

원점수

80

51

55

평균점수

표준점수

101

116

106

107.6

백분위점수

52

79

62

66

 

 

Seunghwa Yang, Researcher

HCI Lab @ Yonsei University, Seoul, Korea

 

Phone: +822-2123-2528 / Mobile: +8211-9478~5523

leoyang@yonsei.ac.kr

http://hci.yonsei.ac.kr

http://leo.isloco.com

 

평균을 넘었다. 나도 나름 창의적이라니 기쁘다. 사소한 것에서 성취감을 맛보며 사는 즐거움이란 이런 걸까? 대학교에는 나의 잠재력을 조금씩 점진적으로 늘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가 좋다.

2007. 11. 27.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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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게 푹 빠져 읽고 있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골드문트는 수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에게 있어 성자와도 같은 나르치스의 손을 뿌리치고 방랑자의 생활을 하면서부터, 그의 순수함은 여자에 대한 집착과 충동적인 살인과 화려한 언변으로 퇴색되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점점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확실히 알아나가며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중에 그의 고민 중 하나가 지금 나의 고민과도 너무 비슷하여 써 본다.


성실을 지키기 위해 관능의 쾌락을 잃지 않았던 남편이나 가장이 있었으며, 자유와 위험을 잃을 염려로 가슴을 시들도록 내버려둔 안주자가 있었을까? 아마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이 지상의 모든 존재에 관한 한 그와 같은 이원적 대립에 그 근본이 있는 것이다. 여자가 아니면 남자이고 떠돌이가 아니면 안주자며 이성적이 아니면 감정적이었다. 숨을 들이마시면서도 내뱉고, 남자이면서도 여자가 되고, 자유를 원하면서도 질서를 바라고, 충동적이면서도 정신적이 된다던가 하는 그런 이원적인 것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가지를 위해서는 다른 것을 잃어야만 하는 희생이 있으며, 또한 그 한 가지는 다른 것만큼 중요하고도 열망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나는 충동적이면서도 굳은 정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왜 이렇게 그게 힘든지 모르겠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지난 1년간 나는 '나를 놓아주는 법을 찾아서..'라는 일종의 슬로건을 내걸고 스스로를 바꾸어 왔다. 지금은 지난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방적인 사람으로 바뀌었고 말수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이 가슴 속에서 들끓는 본능, 잠을 자기 전 마음껏 상상함으로써 펼쳐지는 그 달콤한 세계를 현실 속에 실천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내 안의 초자아가 나를 억누르는 걸까? 정말로 두 가지 성격을 모두 지닌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계속 사람들과 부딪칠 것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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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의 나를 완벽주의자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들여다보면 나의 모든 생활은 계획되고 계산되어 있다. 시간 일분을 버리지 않고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일에서의 능률을 높여왔으며 의미가 있는 모임과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모임을 구분하여 적은 노력으로 많은 인간적 유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나를 디자인해 왔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계산적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흔히 대학교 1학년생들은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나 직업적 성취의 정도는 신경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노는 데에 신경쓰고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과 잘 어울리는 것에만 주력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의 완벽성에 과도한 신경을 써서인지 내 주위의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잘 못 쓰는 나의 이기적인 이야기와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나는 집안에서도 내 주위의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오늘이 누구의 생일이고, 오늘 나의 학교에서는 단체로 어떤 일을 추진하고 있는지 등을 순간 까먹어 내 방식대로 말하고 행동하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로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보이스카우트 내에서 수련회에 관해 새로 변경된 일정을 나만 기억하지 못해서 수련회 첫날 집에서 자고 있던 나를 위해 80여명의 아이들이 20분간 기다려주었다가 결국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났던 경험이 있다. 지금의 나는 물론 그러한 유치한 실수는 하지 않지만, 아직도 초등학교 때의 어리석은 모습이 남아있는 기색을 내 스스로도 엿볼 수 있다. 교수님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 일을 하라고 자신의 의도를 깔아서 나에게 이야기를 해 주시면 나는 어떤 식으로 일을 할지에 대한 방법, 즉 내가 주도하고 내가 결정하는 것에만 신경을 잘 쓰지 교수님의 의도는 완벽히 파악하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까먹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중에 교수님께서 나와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는 등의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건대 나는 나를 이해하는 데에는 필요 이상으로 완벽하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필요 이하로 무능력하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 흔히 우리가 '눈치'라고 하는 능력을 나는 정말로 결여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여러 사람들과 계속 부딪치고 끊임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하면서 눈치를 점점 쌓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서 나의 판단 착오로 사소한 실수를 범할 때가 자꾸 일어난다. 내가 아닌 남들은,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나 아닌 사람들'은 내가 필요 이상으로 완벽하다고 해서 그것을 칭찬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나의 '나를 위한 완벽성'은 나에게만 득이 될 뿐 다른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한 완벽성'을 결여할 경우 그러한 결핍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며 나는 그때그때 질책을 받는다.


     이제부터는 나의 완벽을 위한 노력이 다른 사람을 향하도록 나를 디자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완벽성은 나중에 슬슬 연구하기 시작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기 위한 완벽성은 지금 당장 체득해야겠다. 어떻게 보면 내가 나의 능력,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의 '눈치'를 필요 이상으로 과소평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내 자신에 대한 경멸로 가득하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나를 발전시켜왔는가? 가끔 이렇게 뉴욕의 국제무역센터가 자살 테러 비행기에 의해 폭삭 주저앉듯이 자기에 대한 존중감이 무너져내리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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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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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직업적성 검사를 해 보았다. 결과는 사무형, 조직 속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 최고의 수완을 발휘한다. 사무형은 감정에 호소할 필요가 없이 완벽히 이성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 오직 나의 직무에 충실하며 다른 사람에게 아부할 필요가 최소한으로 낮아지는 직장에 어울리는 적성이다. 옛날부터 대한민국 정부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었던 나는 나의 이상에 나의 현실이 같은 방향으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방 청소는 안 해도 정리는 반드시 했던 나였다. 옛날의 나는 평소에 어떤 일을 하며 시간을 때웠는지 생각해 보았는데, 옛날의 나는 책을 종류별로 책꽂이에 꽂아놓기, 책상 위의 물건 배치 바꾸기, 컴퓨터의 문서를 이용하기 편리하게 정리하기 등의 지극히 사무적인 일을 일종의 유흥으로 삼고 있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내 주위의 세상이 규칙과 원칙에 입각하여 아무런 실수 없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미덕은 내 주위의 세상은 물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까지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그 사람들 사이의 예절과 원칙이 있어야 나의 마음도 편안했다. 나아가 나는 단순히 말로만 이야기해서는 조직이 유지될 수가 없고 반드시 제도와 문서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나는 지금에 이르러 GLPS PA 일을 하고 있다. PA란 Program Assistant의 약자로,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초등학생/중학생 영어 캠프에 프로그램 행정 관련 조수로 참가하는 민족사관고 재학생과 졸업생을 지칭한다. 이곳에서 나는 동료 선배들과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모든 제도와 PA의 활동 지침을 문서로 작성하여 본부장 PA 선배님을 도와드리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지만, 이 일을 함으로써 PA들이 하나로 뭉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 때문에 나는 이 일에 최선을 다한다. 지금 다니는 대학교에서도 나는 나의 적성에 따라 갈 길을 결정했다. 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학부대학 학생자문단은 학부대학 행정 관련 부처와 함께 힘을 합하여 대학교 1학년생들의 수업 제도에 관한 문제점을 조사하고 보고하는 단체다. 내가 사랑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나의 적성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일을 맡게 되어서 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나는 꼼꼼한 행정가가 되기 위해 작은 조직에서부터 일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고등학교의 선배님들과 황형주 선생님, 그리고 대학교의 교수님들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조직 속에서 일을 맡아 처리하는 모든 과정을 배우는 일은 참 가치있는 일이다.


  나의 맡은 일에 충실하던 중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내가 가고 싶은 직장에서는 문서의 전달과 정보 처리, 직장 동료간의 커뮤니케이션과 논의를 통한 생산적인 제도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외교통상부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알아냈다. 그곳에 링크되어 있던 외교통상부 특별채용 설명회 동영상에서 사회자가 심층면접 이후에 있을 역량평가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역량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읽어보니 과연 조직 내에서의 사무 처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처음에 나는 이러한 꼼꼼한 성격과 어느 직장에서나 조직관리와 행정적 업무는 중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행정학과에 가려 했다. 하지만 꼭 행정학과를 가야 나의 적성에 맞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고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앞으로도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보면서 조사할 것이지만, 항상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자세로 일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그리고 작은 조직에서부터 나의 일하는 능력을 길러나가 나중에 정부기관과 같은 큰 조직에 몸을 담겠다는 꿈은 절대로 잃지 않겠다.


2007. 8. 7.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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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연애를 해라!

호랑이 눈썹을 빼고도 남을 그 아름다운 나이에 무엇보다도 연애를 해라.

네가 밤늦도록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두드리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몹시 흐뭇하면서도 한편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단다.

그동안 너에게 수없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마는,

또한 음악이 주는 그 고양된 영혼의 힘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마는,

그러나 책보다 음악보다 컴퓨터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역시 사람이 사람을 심혈을 기울여 사랑하는 연애가 아니겠느냐.

네가 허덕이는 엄마를 돕겠다는 갸륵한 마음으로 기꺼이 설거지를 하거나

분리된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갈 때면 나는 속으로 울컥 화를 내곤 한단다.




딸아! 제발 그 따위 착한 딸을 집어치워라.

그리고 정숙한 학생도 집어치워라.

너는 네 여학교 교실에 붙어 있던 신사임당의 그 우아한 팔자를 행여라도 부러워하거나

이상형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 테지.

혹은 장차 결혼을 생각하며 행여라도 어떤 조건을 염두에 두어

계산을 한다거나 뭔가를 두려워하며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은 아닐 테지.



딸아! 너는 결코 그 누구도 아닌 너로서 살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당당하게 필생의 연애에 빠지기 바란다.

연애를 한다고해서 누구를 카페에서 만나고 함께 극장에 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종류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리라.

그런 것은 연애가 아니란다.

사람을 진실로 사귀는 것도 아니란다.

많은 경우의 결혼이 지루하고 불행한 것은 바로 그런

건성 연애를 사랑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딸아! 진실로 자기의 일을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응석 떨지 않는

그 어른의 전 존재로서 먼저 연애를 하기를 바란다.

연애란 사람의 생명 속에 숨어 있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푸른 불꽃이 튀어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말한다.

그 에너지의 힘을 만나보지 못하고 체험해보지 못하고 어떻게 학문에 심취할 것이며

어떻게 자기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냐.

그러나 세상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깊고 뜨겁고 순수한 숨결을

내뿜는 야성의 생명성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솔직하게 말못할 것도 없다.

나는 아직도 제일의 소원의 하나로 연애를 꿈꾸고 있단다.

오랫동안 시를 써왔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수많은 덫과 타성에 걸려서

거짓 정숙성에 사로잡혀 무사하게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여성의 삶이라는 것이 그런 범주였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으리라.

.
.
.


딸아! 지금 막 코앞에 다가오는 세기는 틀림없이 여성의 세기가 될 거라고 한다.

어서 네 가슴 속 깊이 숨쉬고 있는 야성의 불인 늑대(archetype)를 깨워라.

그리고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포효하며 열정을 다해 연애를 하거라.


- 시인 문정희 -

내가 이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은 이유는

내가 내 스스로 시 속의 '딸'처럼 지금까지 나를 가꾸어 왔기 때문이다.

우선 나를 사랑하고 나부터 고양시키자는 마음으로 살아온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넋이 나가 내 할일을 "캐막장"으로 만들어본 적은 절대 없었다.

항상 내가 맡은 일은 완벽했고, 나는 다른 사람의 성과와 나의 성과를 끊임없이 비교해서 나를 성장시켜 갔다.

일할 때에는 미친 듯이 일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한낯 미미한 나부랭이가 되어버린다.

이제 나도 일로 인정받기보다 인간성으로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든다.

2007. 8. 5.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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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ersonality라는 사이트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님들이 만든 전문 성격/궁합 검사 사이트다. 상업성을 지양하고 질 높은 학문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 마음에 든다. 게다가 파스텔 톤의 이미지와 은은히 하늘거리는 인터페이스는 성격 검사를 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편안함을 준다.

 

이곳에서는 사람의 성격을 크게 외향성, 정서적 안정성, 규범성, 배려성, 개방성으로 분석하여 결과를 알려준다.

 

나의 외향성은 7점 만점에 4.83점.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38.59%다. 나는 대체로 외향적인 편이고, 모든 모임을 주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쉽다. 또한 나의 감정을 어렵지 않게 표현할 줄 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외향적이지만 지나치게 자극을 추구하지 않는 절제된 외향적 성격이다. 내가 살면서 '절제'라는 덕목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검사 결과는 나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나의 정서적 안정성은 7점 만점에 3.5점,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39.24%다. 나는 감정의 변화가 약간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슬퍼지거나 이유없이 짜증이 나기도 한다. 물론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거절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경험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대학교에 들어와서부터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나의 아픈 점을 명확히 확인시켜주어서 나는 고맙다. 검사 결과는 나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한 명쯤을 가져보도록 노력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소울 메이트를 말하는 건가.. 나에게는 아직 그런 친구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만들고 싶다.


나의 규범성은 7점 만점에 7점,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0.01%, 1번째에 해당한다. 평소에도 내가 완벽함을 추구하고 일처리에 있어서 전혀 빈틈을 남기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내가 철저한지는 몰랐다. 어쩌면 나의 철저한 성격이 나의 직업과 30대 이후의 삶에서 큰 자양분이 되어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나의 이러한 철저한 성격이 강박관념으로 작용하여 나의 피끓는 20대가 차갑게 얼어버릴까 두렵다. 나는 한마디로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다. 교통 법규를 위반하지 않고 술도 절제하는 편이다. 웬만해서는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편이고, 지나치게 폭력적인 자극물도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 성적이 좋았거나, 적어도 학교에서 품행이 바른 학생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말 나는 고등학교에서 매우 품행이 바르고 조용한 학생이었다. 나보다 4,5살 많은 우리 학교 선배들처럼 사감선생님이나 여러 담임선생님과 부딪치기도 하고 가족처럼 지내기도 하면서 살아갔으면 나의 고등학교는 훨씬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기존의 것들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나의 정치적 성향도 매우 보수적이다. 나에게는 완벽주의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에서 약간은 인색한 편이다. 회계 업무와 같은 영역에 아주 적합한 성격이다. 나중에 UN이나 정부중앙청사의 행정 관련 공무원이 되고 싶은 나에게도 정말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한다.

 

나의 배려성은 7점 만점에 4.33점으로 전체 검사자 중에서 하위 21.97%에 해당한다. 나는 자신과 타인 사이에서 중용을 지키는 편이다. 때로는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기의 의사를 끝까지 표현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 자신의 의사를 굽히기도 한다. 검사 결과는 자신의 이런 성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유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그리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아직도 내가 헌신할 수 있는 여자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약간의 의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나의 개방성은 7점 만점에 5.67점으로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17.11%에 해당한다. 나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편이고,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통이나 규범을 따르기보다는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창의성도 높은 편이다. 나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백일몽이나 공상도 즐긴다. 때로는 위험이 따르더라도 어떤 일을 시도해보려고 하며,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영감을 얻으려고 한다. 정말로 나는 어떤 일이 내가 가지고 있는 규범에 어긋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모두 추구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개방성이 높은 규범성(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두려워한다는 말)과 충돌하지 않는 것이다.

 

나와 맞는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나와 붕어빵처럼 꼭 닮은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주기를 바란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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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는 1학년이 되고 나서 한 달 동안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중 자신과 대학생활을 함께할 사람들을 일부 찾아내고, 그 후부터는 그 사람들과의 깊은 친밀함을 위해 애쓴다. 자신의 스타일을 명확히 규정하고 끊임없이 발달시키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그 사람들과 특정 주제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하는 사람은 폭넓은 인간관계를 뻗어나가면서 다양한 관심사와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치며 모두가 새로 접하게 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주제 안에서 같이 행동한다.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이 자신의 스타일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반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은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크게 두 가지 부류로 새내기를 나눌 수 있다는 어떻게 보면 촘촘하지 못한 담론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의 경우 나만의 스타일을 규정지으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내 스타일이 있으니 나는 그 스타일을 생활 속에 실천함으로써 나를 존중하게 된다. 주위의 환경이나 주위의 사람들이 나의 스타일을 무시하거나 나의 스타일이 아닌 그 단체의 획일적인 성향을 강요한다면 나는 그 순간 자존감을 잃어 끊임없는 방황에 빠진다. 그래서 나는 동아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반에서는 나와 같은 스타일과 성격을 공유할 수 있는 소수의 친구만을 만나고 있다. 나는 항상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배타적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만난 사람이 나의 스타일을 존중해주지 않으면 나는 가차없이 그 사람으로부터 멀어진다.


  나를 보는 사람들이 흔히 나를 보고 차갑다고 할 때에는, 나를 차가운 사람으로 인식할 당시에 그 사람과 내가 공적인 자리에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양한 스타일과 성격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상당히 차가워진다. 말수가 적어지고 나를 예의로 무한히 포장한다. 그러니 남들을 즐겁게 해주며 나를 웃음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은 결코 없다.
 
  내가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가 커다란 잘못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주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을 때 그것은 인간관계가 좁고 깊어지도록 만들어주는 능력이다. 나는 이 능력을 능력으로 믿고 계속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진정으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만나면서 대학 생활을 보내려 한다. 반면, 반의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사람들은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하고, 스펙트럼의 어느 한 색깔을 각자 가지고 있는 몇십명의 사람들에게 검정색의 단일한 성격을 부여해주어 결국 그 많은 사람들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그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모든 인간은 저마다의 성향과 능력을 바탕으로 살아가며, 그것은 우위를 가릴 수 없고 모두 존중해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스스로 나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도 존중하는 의식을 명확히 마음 속에 자리잡도록 만들기를 소원한다. 추구하는 가치가 정말로 가치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확실한 긍정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다. 다만 나에게는 스타일을 끊임없이 첨예하게 가꾸어 나가는 삶의 방식이 더 이상적일 뿐이다.


2007.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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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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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인상에 대해서 이곳 나의 블로그에 줄기차게 늘어놓는 일은 예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앞섰던 그 때에는 내가 진정 원하는 여인상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았고, 이성의 외면적 특질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던 때였다. 이제는 나의 생각이 조금 더 깊어졌고, 나와 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그들에게 충고도 받았다.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지만, 또한 지금의 미성숙한 시기에 벌써 이상형을 확정지어서 생기는 의식의 협소함에 대해 경계하지만 일단 나의 깊은 곳으로부터 글을 쏟아볼까 한다.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외모 외의 성격을 먼저 본다는 사람은 남성의 본능을 거역하고 이성을 동성과 별반 다를 바 없게 취급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본능에 충실하되 순리를 따르자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외모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가 TV나 영화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이상형으로 꼽지는 않는다. 그저 나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모습,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면 좋겠다. 지금 나의 머리 속에는 평소에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이상형의 스케치가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나만 엄선해서 묘사해보자면 이렇다.

  우선 긴 생머리가 아니다. 많은 남성들이 긴 생머리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는 검고 빛나는 긴 생머리보다는 어깨까지 내려오면서 약간 웨이브를 가한 머리가 좋다. 비단결같이 곱다기보다는 약간 헝클어져서 너무나도 조용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풍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청순함은 나에게는 내숭이며 페르소나로 보인다. 덧붙이자면 평소에 공부와 같이 비활동적인 일을 할 때에 뒤의 머리를 틀어올려 포니테일이 아니라 삼국 시대 여인의 헤어스타일을 만들고 있으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비녀를 비스듬히 꽂는 약간 헝클어진 머리가 참 좋았고 지금도 좋다. 난 얼굴의 모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그리고 나의 이상형은 세상 뭐 있어 하며 한바탕 실없이 웃지 않고 다만 웃음을 절제할 줄 안다. 즉 사소한 일을 가지고 과장된 웃음을 터트리지 않고 좋은 일이 있을 때에도 자신감 있는 미소만을 짓고 넘어간다. 입가를 살짝 움직이는 웃음에는 항상 대상을 향한 깊은 눈맞춤이 전제된 눈웃음이 같이 따라온다. 그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아끼고 나한테만 해준다면 그때 나의 마음은 하늘을 날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나의 이상형인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때에 따라서 옷의 스타일을 잘 조절한다. 언제나 조신한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모직 양장만을 걸치고 빛나는 검은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겉만 맴도는 듯하다. 젊은 나이에는 젊은 나이에 맞게 적극적인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동아리나 학급이나 과에서 단체 행사가 있어서 밖으로 나가야 할 경우가 생겼을 때 돌아다니기 편한 복장을 하고 (대부분 밝은 색 계열일 것이다) 아침에 모두들 모이는 장소에 나타난다면 그렇게 호감을 갖게 만들 수가 없다. 그녀는 운동을 해야 할 경우에는 썬크림을 바르고 Cap을 쓴 다음 적극적으로 참여할 줄 알고, 얼굴이 타는 것을 두려워하여 저쪽 그늘에 앉아 소심하게 앉아 있지 않는다. 그녀는 한국의 전통적인 여성상에 굴복하여 남자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을 증오하지 않으며 오히려 필요할 때에는 즐긴다. 그리고 나 또한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며 기뻐할 것이다.

  잠이 많으면 미인이 된다고 다들 말하지만, 평소에까지도 저쪽 구석의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으면 나는 절대 그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공적 자리에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지 않고 공개된 자리에서는 버벅대고 말을 삼가는 한편, 친한 여자친구들과 모여서 수다를 떨 때에는 온 세상이 떠나가라 남의 뒤끝을 밟아대는 여자는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불평을 최대한 삼가되 불평을 할 때에는 공적인 자리에서 현재의 상황이 왜 불리한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불평을 제공한 사람을 굴복시킬 줄 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소속한 단체에서 누구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에는 축하의 말에 누구보다 앞장선다. 좋은 일에는 한없이 좋아해주고, 나쁜 일에는 담담하거나 혹은 평화적인 방법(언어)으로 저항한다.

  또한 그녀는 매우 솔직하다. 싫으면 싫다고 말할 줄 알고, 좋으면 좋다고 말할 줄 안다. 다만 싫은 내색과 좋은 내색이 '언어 외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상을 쓴다던가 즐거워 마냥 웃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그녀는 주위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도 매우 솔직하고 가식이 없다. 친구라고 부르고 평소에 같이 담소를 나누던 사람과는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이고, 주위의 사람과 그리 친하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친한 척 하고 호의적으로 대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나와 대화를 할 때에는 나에게 눈을 맞추고, 그 때 내가 그녀의 눈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동공이 한없이 커진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Eye Contact는 상당히 중요한 인간관계의 덕목인데 한국인들이 이를 기피해서 문제다. 그녀는 내가 유머를 의도하여 말을 하면 그것을 잘 알고 웃어주어 기대에 부응해준다. 단 이때 나의 유머는 충분히 어느 사람이라도 웃게 만드는 유머임을 내가 자신하고 있어야 하겠다.

  그녀는 나와 같이 보내는 시간 또한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 너무나 의존적이고 자신의 삶을 온통 나로 채워버려 나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나의 이상형의 여인은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그리고 일상에서의 체험과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을 섬세한 글로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안다. 단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나의 생각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추구한다. 나와 서로 의견이 대립할 때에는 정과 반의 논리가 있을 때 '합'을 찾으려 먼저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녀는 나에게 너무 쉽게 대해주지 않으며, 항상 나에게 자신을 더 알고 싶어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허황된 망상에 빠져 유치하게 허우적대지 않고, 영리한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만하지 않는다. 그녀는 여유를 가지고 있기에 나에게 당근을 부드러운 손길로 내밀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잡아뗀다. 이런 '당기기'에 능숙한 그녀도 항상 나를 끌어당기지는 않으며, 내가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곧 모든 것을 포용하는 너그러운 사람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때 나와 그녀의 본격적인 친밀함은 서서히 그 불꽃을 키워나갈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형의 모습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남들과 다르게 이성을 어떻게 보는가이며, 나의 특별한 이상을 구별짓는 과정을 통해 나의 자아를 알아가는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가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 외에도 이상형에 대해 말할 내용은 아주 많다. 다만 당장은 생각이 나지 않을 뿐이다. 이 정도만 언급해도 나의 이상형에 대한 가장 충실한 묘사에 성공한 듯싶다.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형을 이야기할 때에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허황된 망상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바로 지금 나에게 적용된다. 나의 사랑을 현실 속에서 찾고, 항상 환상의 추구 속에서 냉철한 기조를 내재하고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내 눈 앞에 곧 이상형의 그녀가 나타나기를 깊은 곳에서 내심 바라고 있다.

200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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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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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인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한 명의 열정적인 사랑을 받을 수 없는 걸까? 나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어떤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 나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런 적이 몇 번 있었지만, 나의 진짜 속마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공연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공연이 노래든 스포츠댄스든 밴드공연이든 어느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공연은 만인의 사랑을 끌어모으는 데 좋은 구실을 한다. 내가 공연을 했을 때 사람들의 호응, 그 호응이 바로 만인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적인 자리,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관심을 받으면 그것이 곧 나의 행복이 된다.

  그런데 나는 사적인 자리 즉 나와 내가 관심을 가진 한 사람 이렇게 두 사람만 있는 자리에서는 공적인 자리에 있을 때와 꼭 같게 행동한다. 나의 이런 태도 때문에 내가 자칫하면 싱거운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무릇 남자라면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의 모습이 같으면 안 되고 확연히 달라야 매력이 있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할 수 없는 온갖 둘만의 비밀의 속삭임은 둘만이 있는 자리에서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속삭임이 있을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진다. 어떻게 보면 광장과 밀실이라는 두 공간으로 나의 생각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광장에서 실현하지 못하는 열정적인 사랑이 밀실에서만 실현되는 것처럼 남자가 공과 사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여자에게 보여준다면 그 남자는 분명 멋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둘만의 비밀을 자연스레 만들어낼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나는 언제까지나 공적인 자리에만 머물러 있다. 밀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광장에서만 활동하는, 어떻게 보면 슬픈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솔직히 나도 고등학교 때 한 번쯤은 여자를 사귀어보고 싶다. 이성교제라고 무조건 비판하면 안 된다. 단순히 학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이성교제를 금지한다면 인생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랑' 을 어떻게 깊게 성취할 수 있을까.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사랑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 이 고등학교 시기를, 과거로부터 계속 전해 내려온 사회 규범에 의해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가장 큰 핸디캡이 있다. 단 둘이서만 있을 때의 사랑을 하지 못한다. 이 일이 가능해야 여자를 사귈 수 있는데 말이다. 사적인 밀실에서의 사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아직 남자도 아닌 여자를 대하는 데 있어 약간의 겁을 먹거나 뜻하지 않은 곤경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의 부족한 자기 신념 때문인가.
  한 여자만 사귀어 그 여자하고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그 여자 외의 사람들과는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단순한 대화만을 주고받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공적인 자리에서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얻는 게 나에게 있어 더 편하고 즐겁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성격은 결국 고등학생 때 아니면 겪을 수 없는 중요한 경험을 놓치도록 한다. 양자택일의 문제에 다다른 나, 그렇지만 한 쪽으로만 나의 성향이 자꾸 기운다. 두 가지 길 중에 어느 길이 더 좋은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2006.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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