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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현 선생님께서 가장 경계하시는 취두한화 입니다. 별다른 주제 없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을 선생님은 무척 꺼려하십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요. 공부 할 때에는 공부를 해야지 쓸데없이 시간을 잡담에 흘려보내면 안 된다. 동의합니다. 근데 한편으로 너무 없는 일상 대화는 친구간의 사이를 점점 벌어지게 합니다. 이 사실이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요.

  저는 소심한 성격인지, 친구들과 재미있는 대화를 하는 능력이 부족한 건지 이 취두한화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서 본 적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입니다. 다른 친구들이 싸이월드를 하며 친구들(일촌) 미니홈피에 파도타기를 합니다. 글을 남기고 다음날에 답장이 올라옵니다. 친구의 정은 그 때 조금씩 생긴다고 저는 믿습니다. 사소한 대화, 그러면서도 친구의 모습을 잘 관찰한 후 던지는 한마디.. 이 모두가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길임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렇게 할 말이 많은 걸까요. 제가 본 그 '친구들' 이 모두 천성이 수다쟁이인 아이들인 걸까요. 수다쟁이가 부러운 이유는 그들이 수다로 많은 친구들을 사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조용히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것이 오히려 편합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각자 낫고 못함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믿고 싶지만 항상 대세에 영합하지 않으면 열등하다는 의식을 머릿속에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 저 혼자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 블로그를 쓰고 있습니다. 혼자만 독특하게 가지고 있는 취미, 남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여가를 취하는 저의 모습이 한편으로 불쌍하기도 합니다. 언제나 군계일학같은 존재로 남고 싶은 천성이 제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의심하기도 합니다. 친구들의 미니홈피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친구들의 방명록, 방명록만이 우정의 증표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보이는 증표가 그뿐이랍니다. 우정은 표현하지 않는 내면으로서 존재할 수도 있는데, 이러면 저는 누가 저에게 '내면으로 존재하는 우정'을 가지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 안부게시판에 친구들이 꾸준히 글을 써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저의 동요한 마음이 진정될 것 같습니다. 잘못된 생각임은 알지만 지금 제가 일종의 애정결핍증을 겪고 있다고만 알아 주세요. 친구들의 한마디가 저에게 힘이 됩니다. 관심이 저를 살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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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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