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성미산마을은 주민들의 친밀도, 서울시와 언론에 알려진 유명세, 지속가능성에 대한 모범 답안 제시 등으로 여러 마을공동체 중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마을은 주민의 개인적인 특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어떤 것이 좋은 마을인가에 대한 전형은 없기에 성미산마을에게도 고유의 특성을 이해한 뒤 개선점과 발전 계획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본 글은 마을복지, 마을문화, 마을경제의 세 가지로 나눈 성미산마을의 20년 장기 프로젝트의 개요를 제시하고자 한다.

     마을복지 분야에서는 점점 이 마을에서 비중이 높아지는 고령자에 대한 지원과 공동 돌봄 활동이 시작된다. 지금 성미산마을의 초창기 역사부터 죽 지켜본 사람들은 이 마을을 떠나지 않을 강력한 유인 동기를 가지고 끈끈한 유대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하다가 나중에 그 헌신을 할 수 있는 건강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 마을에서 주류로 등장한 세대가 그 1세대를 소통이 힘들다는 이유로 배제시킨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일 것이다. 성미산마을에서조차 세대간 갈등이 재현되는 것을 이 마을의 설계자들 중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세대의 요양 관련 필요성이 생기면 그에 따라 당시에 공동육아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그 노하우를 변형시켜 공동요양 활동을 기획하여 실행할 것이다. 핵가족과 맞벌이가 앞으로 더 심화되고 연금이 줄어들 것으로 가정한다면 마을공동체가 가진 사회적 자본은 더 많은 의미를 가지게 되고 마을공동체를 운영하는 제도는 점차 정교해진다. 20년 뒤의 성미산마을은 마을 사람의 인생 전 시기에 걸쳐 답을 내릴 수 있는 성숙한 협력이 가능한 곳이 되며, 그렇기 때문에 획득하는 안정성은 곧 마을의 전통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이어질 것이다.

     마을문화 분야에서는 성미산마을과 다른 마을의 교류활동을 진행한다. 단순히 한 번의 만남으로 두 개 이상의 마을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넘어서서 성미산마을 안의 숙박시설과 모임공간으로 만들어놓은 곳에 다른 마을 사람들이 몇일 동안 투숙하며 늦은 밤과 이른 아침에도 마을공동체 관련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게끔 한다. 이는 마치 국교 수립 후 대사관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마을과 마을이 서로 계약을 맺고 특정 건물은 다른 마을에게 전적으로 사용권을 이전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용권 이전은 두 마을끼리 서로 할 수도 있고, 세 개 이상의 마을끼리 고리형 네트워크를 만들어 수행할 수도 있다. 지리적 근접성이 사람들 간의 친밀도를 높인다고 한다면 이렇게 두 개의 마을을 하나의 공간에 접붙임으로써 서로의 마을문화가 전파되어 수용되고 교집합 혹은 혼합의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상대 편의 에너지 자원관리에 관한 노하우는 상대 편 마을의 집중적인 토론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인데, 이것을 성미산마을이 추가적인 노력 없이 직접 받아들일 수 있다. 상대 마을 주민이 성미산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일정 기간동안 직접 현장에서 관찰하며 자문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경제의 차원에서는 성미산마을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 수준이 보장된 정규직 일자리로 일하도록 하는 수익구조를 만든다. 이 청년들은 2명에서 5명 정도 규모로 이루어지며, 집세를 모두 면제받고 마을 안에서 먹고 마시는 비용도 면제받으면서 주변의 직장인 또래들과 같은 수준의 가처분소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청년들은 단순한 마을활동가를 넘어서서 제2외국어 능력을 이용한 해외의 마을공동체와의 교류, 강연이나 TV 및 라디오 출연, 책 출판, 회의 참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존재하는 청년마을연구소가 20년을 보고 각 마을에 별도로 들어서는 것과 같다. 이곳에서의 업무 경험은 향후 경력사원으로 이전하는 데도 도움이 되게끔 직장의 사회적 명성을 점차 드높이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 업무량이 과중해지면 마을 사람들이 파트타이머로 참가하여 수당을 받는다. 외국계 기업에 가고 싶었지만, 교수나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고위공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한 전형적인 삶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고스란히 마을공동체의 질적 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면 그보다 우아한 창직(創職)이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마을공동체 내의 이러한 청년 집단을 2012년부터 유행했던 ‘IT 기반 스타트업’과 같이 저작권과 투자금(혹은 출자금)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가진 법인으로 만들어야 하며, 그를 위한 초기 자본은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한 관계 자본이 될 것이다. 마을 차원에서 돈을 버는 것을 죄악시한다면 청년이 마을에서 일하는 것은 마을 구성원인 아주머니들이 사실 직장에서 돈을 버는 남편의 돈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나 청년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참한 일일 것이다. 마을을 설계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지속 가능한 마을에 대한 적신호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서 유리된 마을공동체가 아니라 점차 가속화되는 경쟁체제를 포용하는 마을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상 소개한 성미산마을 발전방향에 입각하여 현재의 시점을 토대로 한 상상을 20년 후 시점까지에 걸쳐 진행해보았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가 30년 전에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일부라도 지금의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예측력이 현실에 부합하도록 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이는 곧 지금 이 마을공동체를 관찰하는 우리들의 예측력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확한 미래를 짚어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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