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의 거버넌스가 하나의 이슈로 첨예화되었다는 점은 온라인에서 보다 깊은 숙의에 의한 사실 중심의 토론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하나의 이슈만 가지고는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접목하여 네트워크를 보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노사모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팬클럽 차원에서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한국에 뿌리내리지 못했던 민주화운동의 권력화와 제도화라는 포괄적 이슈를 위해 만들어졌고, 중심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까지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출석하고 사적인 취미를 공유하게 하기도 하는 강력한 응집력이 유지될 수 있었다.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도 아직까지 존속하고 있으며, 이는 노사모가 단순하게 구체적인 이슈 하나에 한정된 단체가 아니라 연대적 유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약 현재 반값등록금을 위해 전국 대학생 네트워크를 조직한다 한다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서는 많은 '좋아요'와 '팔로워'를 쉽게 확보할 수 있겠지만 오프라인으로 참가를 유도하고 일방향의 토크콘서트식 행사가 아니라 작은 단위로 나뉘어 자체적으로 조직화를 통해 개별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지는 심히 의심된다.


     반값등록금 네트워크가 실제로 반값등록금이 실현된 다음에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조직의 존속을 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이 없다. 반값등록금 네트워크가 플래시몹을 기획한다면 상당히 많은 관심을 받아 흥할 것이지만 행사가 끝난 뒤에는 모두 언제 그런 행사를 했느냐는 듯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반대로 노사모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당원의 기존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보다 넓은 네트워크로 주변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당의 입지는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플래시몹과 같이 갑자기 확 사라지는 경향이 있을 수 없다.


     전국 단위로 적용되는 이슈별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은 마련되어 있는 상태다. 그것은 크게 다음 아고라와 같이 집단 정체성을 가지지 않은 자유 토론게시판 플랫폼과, 개인들의 일시적인 소통과 그에 따라 개인들의 기대에 의해 네트워크 위상이 수시로 바뀌게 해주는 SNS 플랫폼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현대의 SNS는 집단보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서구식 개인주의에 맞추어진 웹 서비스이고, 이렇게 SNS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방향은 노사모와 같은 조직이 만들어지는 방향과는 정반대이다. 노사모의 회원 계정은 블로그나 트윗 목록이나 게시물 타임라인을 많은 양의 컨텐츠로 가지고 있지 않다. 노사모 웹사이트에서 한 개인이 올린 글만을 검색하는 기능은 게시판에 존재하지만, 그 기능이 이 웹사이트의 핵심적인 기능은 아니다. 반면 SNS에서는 개인이 다양한 이슈 혹은 특정한 이슈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어떻게 관심을 가져왔는지에 대한 이력이 중요하고 그것에 따라 형성된 울타리 없는 개방적 네트워크가 개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그룹과 페이지가 있지만 이들은 노사모 홈페이지가 했던 '거대 목적 달성을 위한 광범위한 이슈의 축적'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을 집단의 구성원으로 인식한 후에 일어나는 관심이 아니라, 그저 개인이 살면서 그때그때 생겼다 사라지는 관심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빠른 정보의 유통을 이루는 이슈별 논의가 만들어질 뿐, 조금 더 나아가봤자 온오프믹스와 같은 서비스에서 SNS로 모은 사람들이 일회성 대회를 개최하는 정도이다.


     공동체의 유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금의 파편화된 인터넷에서 다시 일깨워야 하는 개념은 '길드'다. 게임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집단에 소속하여 서로 게임 안에서의 능력 향상을 도와주고, 집단으로서 성과를 올리고,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통해 사적으로도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중세의 노동자 집단과 같은 개념의 길드를 만들었다. 특히 이중에는 지리적 영역이 가까운 사람들끼리 길드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에서 길드를 형성한 사람들은 프리챌, 네이버, 다음 카페를 이용하여 길드 사람들끼리 지속적인 소속감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옮겨갔다. 이 점에 착안하여 점차 개인 계정의 자유로운 선택과 개인의 업적이 중요시되고 있는 지금의 인터넷 거버넌스를 숙의를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지속적인 공동체 형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전환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온라인 사이버공동체 운영에서 접속 속도, 사용자 인터페이스, 편의성 등의 문제는 이미 상당한 개선을 이루었다. 중요한 것은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집단이 특정 문제를 다루고 시민들의 거버넌스 참여를 이룰 수 있도록 형성되게 만드는 일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연동이 없으면 새로운 회원가입을 하기를 주저하는 게으른 지금의 네티즌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웹사이트는 적극적으로 SNS와의 연동을 추진해서 지방자치단체 웹사이트에서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참여한 글과 댓글이 SNS를 통해서도 빠르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예전에 뉴스 사이트에 개별적으로 로그인하여 다는 댓글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익명성 때문에 건전하지 못한 토론이 이어진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여러 소셜 댓글 서비스가 등장한 적이 있다. 이러한 유행이 다시 한번 불 때 목적지는 언론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이며, 이때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지금과 같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공동체에 대한 시민 참여가 이루어지기 전에, 인터넷 거버넌스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에 정치학은 정당, 선거와 정치과정을 세밀한 것까지 공부하며 보다 많은 수의 지속적인 참여가 어떻게 가능할지를 고민했다.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집중하는 정치학이 인터넷을 만난 지금, 이제 집중해야 할 것은 웹 생태계, 지배적 웹 서비스나 플랫폼과 사용자의 행동 패턴, 인터페이스와 사용 편의성 등이다. 수단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과거에 걱정하던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인터넷 상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정치적 토론,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통해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정치와 행정에 참여하는 결정자가 인터넷에 얼굴을 많이 비출수록 시민들의 반응은 더욱 더 활발해졌다. 앞으로의 숙제는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개인화와 파편화를 만들었던 웹서비스의 구조와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같은 사소해보이는 수단의 개선에 달려있다. 공동체를 만들어서 계속해서 참여하는 행태에 시민들이 소극적인 태도나 부끄러움이나 자기 시간을 버린다는 회의감 없이 동화되도록 하는 작업은 곧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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