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대중이 가진 폭력적 성격에 집중할 때 그러한 군중의 형성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추지 못하고 사회문제에 무관심할 때 이루어지는 반면, 지금과 같이 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대중의 공론장 참여가 열려있는 때는 군중의 형성 가능성을 낮게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나치즘 프로파간다는 1940년대 강력한 통제를 받은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에 의해 효과적으로 군중을 조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는 지금의 북한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우선 케이블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공중파에 합쳐서 매스컴을 바라보면 하나의 군중으로 모여서 이성을 상실하고 폭력적으로 변하기 전에 개인은 개인이 좋아하는 채널을 선택해 보면서 소집단으로 나뉜다. 그리고 그 소집단은 한 물리적 공간에 대량으로 모여있지 않으며 전국적으로 조금씩 퍼져 있기 때문에 온라인의 힘을 빌려서 집단 형성과 의견 취합을 한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정치 참여의 핵심 과정이 탑재되어있는 현재의 스마트 몹의 형성은 기존의 파시즘에서 나타났던 집단반지성과는 달리 지도자를 추종하는 충성파의 열정이 없다. 오히려 지도자를 비판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집단이 더 큰 목소리를 내서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 운동이나 지금의 윤창중 대변인 사건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과 비판의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두 세기의 차이점을 개략적으로 바라보면 20세기 한국은 찬성해야 힘이 세지는 사회였다면 21세기 한국은 반대해야 힘이 세지는 사회이고, 지금은 인터넷에 대한 참여가 건전한 토론을 유도하고 비폭력적이며 논리적인 정치 참여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문과와 이과를 불문하고 토론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국가의 상황은 인터넷의 발전 정도나 정치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과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적인 군중의 형성 가능성은 극도로 약화된 현대 사회이지만, 아직 무식하고 순응적인 군중의 형성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점이 지금의 인터넷에 기반한 정치활동에서 경계해야 하는 점이다. 인터넷과 정보화의 시대에 집단지성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생각 없는 대중'을 동원하는 일본 정치인과 그를 따라가는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는 소시민 B층에 대한 오마에 겐이치의 지적은 정보사회의 도구가 수단적 힘을 더욱 갖게 되면서 더욱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정치인에 의한 인터넷의 조작과 달리 사기업에 의한 인터넷 조작은 보다 더 은밀하게 이루어지지만 대중의 반발력은 두 경우에 비슷하다. 브로드밴드나 이동통신 상품과 결합한 계열사 상품 및 서비스 혜택이 한쪽으로 편중된 데 대해서는 네티즌들이 반발심을 가지고 다른 상품으로 소비 패턴을 전환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만 검색순위 조정, 소프트웨어 설치, 배너 광고나 PPL에 대한 네티즌의 반발은 소극적이다. 로렌스 레식의 말처럼 코드는 중립적이거나 투명하지 않으며 무엇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될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사기업에 의한 인터넷 조작이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다. 정치의 차원에서는 대중이 생각이 없으면 이 의견이 옳은지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경영의 차원에서는 생각이 없으면 이 제품과 서비스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독도 관련 사이버테러와 같이 우리와 그들을 나누어 그들을 공격하자는 담론이 형성되는 것은 극히 일부 관심있는 집단의 몫이지만, 이것이 좋으니 이것을 하자는 담론은 누구에게나 적용되기 쉽다.
     집단지성의 개념이 형성되는 패러다임 자체부터 과거 산업사회의 계급투쟁을 벗어났다는 점은 긍정적인 논의의 토양을 제공한다. 그 토양 위에서 인간 본성에 내재된 광기와 감성의 본능이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도록 다스리는 문화적 장치는 이미 인터넷으로 결정되어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집단반지성을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을 도입했지만 인터넷에서 다시 집단반지성이 태동하고 있다. 21세기의 대중은 20세기 국가간의 전쟁을 유발하는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모하지 않으며 오히려 서로간의 자제를 촉구하거나 말싸움으로만 그치는 수준에 머물지만, 대중의 지지를 업은 실제 행동은 대중 개인도 모르는 사이에 순응적으로 이루어지며 대중의 구성원들은 이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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