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디자인과문화 중간보고서

 

목차 Contents

1. 서론

2. 현대인의 생활양식 분석

3. '나의 집'이 가진 특징

가. 음식점과 Bar를 우리 집으로

나. 내가 만든 생산물의 특별함

다. 사람들을 끌어오는 비법

4. 지금 대학생인 나를 돌아본다

5. 결론

 

요약

현대 사회에서 점차 부족해지는 것을 두 가지 말하자면 하나는 시간이요 다른 하나는 타인을 향한 정성이다. 20,30대 젊은 세대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더욱 거대한 도시 속에서 점차 개인주의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 젊은이들의 생활공간은 집, 직장 그리고 모임 장소로 구분되는데, 그중 모임 장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이 세 가지 공간이 가진 고정적인 틀을 바꾸어보자는 것이 이 보고서의 근본적 취지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업무에 관한 보고와 회의, 인간관계 조정을 위한 대화 등이 레스토랑과 주점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임 장소가 직장이나 대학교 내의 세미나실, 그리고 대표적인 번화가인 강남역 주변과 신촌역 주변 등으로 제한되어 있고 모든 모임 장소는 사람들의 집과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다. 만약 모든 모임을 한 사람의 집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집의 주인은 먼 거리를 이동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목한 공간이 집이고, 집과 모임 장소가 하나로 합쳐진다면 한 명 이상의 시간이 절약될 것이다. 단 원룸과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20,30대 남성과 여성들이 이 아이디어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집과 모임 장소가 합쳐질 경우 집 주인은 음식점과 Bar의 시설을 집으로 가져오고 거실을 공동의 공간으로 꾸민다. 그는 같이 모인 사람들에게 직접 음식과 술을 만들어서 제공해주고,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얻고 이타적인 성격을 표출할 수 있다. 이 새로운 문화는 소비 위주의 사회가 낳은 효율성과 개인주의를 허물고 동시에 직접 음식과 술을 만드는 비효율성을 집과 모임 장소의 통일에 의해 파생된 효율성으로 보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나의 집은 더 이상 나만의 집이 아니게 되고, 나의 거실을 위주로 그 공간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에 대한 이야기와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보내는 일은 앞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더욱 많아질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일이 없지는 않지만 '나의 문화'로서의 거실은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따뜻함이 추가로 가미된 생활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모임 장소를 완벽하게 흡수한 나의 집은 개인 위주의 사회에서 단체의 결속력이 가진 아름다운 정서를 되살릴 것이고, 나의 집이 표방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나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다.

 

 

1. 서론

현대사회에서 점차 부족해지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시간이다. 시간 중 특히 장소와 장소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은 점차 많아지고 있어서 실제로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30대 젊은 세대들의 활동 범위가 도시 전체로 확대되고 주거지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바쁜 스케줄에 맞추어 분주히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곳저곳을 다닌다. 직장 동료 사이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각자 이동하는 공간이 매우 달라지고 분화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일을 하는 주중에 개인 단위로 파편화된 상태에서 움직인다.

현대사회가 결여하는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을 향한 정성이다.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지리적 여건은 포스트모던 사회의 개인주의를 더욱 촉진했다. 직장이나 대학원과 같은 곳에서는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시로 카페나 레스토랑, 와인바나 재즈바 등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기회를 자주 만들지만, 이러한 모임은 인간관계 증진을 통한 효율성 높이기를 근본 목적으로 한다. 결국 인간관계의 증진은 수단적인 가치로 전락하는 경우가 생기며, 인간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모임을 갖더라도 그 모임은 항상 돈을 내고 음식과 술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타인에게 선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소비는 곧 정성을 대신할 때가 많다. 내가 직접 만든 선물보다 더 가치 있는 선물이 있을까라고 질문을 하고 싶은 부분이다.

부족한 시간과 부족한 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 보고서는 현대 젊은이들의 생활공간 중 모임 장소가 갖는 엄청난 비중에 주목하여 방법을 찾아나가려 한다. 젊은이들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은 집과 직장 그리고 모임 장소의 세 가지 분류로 나누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 세 가지 공간은 도시 속에 넓게 분포해 있고 서로가 명확한 구별을 이루고 있지만, 세 가지 공간이 항상 나뉘어 있어야 한다는 고정적인 틀을 바꾸어본다면 현대인이 갖는 문제를 완화시키고 부족한 시간과 정성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고정적인 틀을 바꾸어보자는 것이 이 보고서의 근본적 취지이고, 사고의 전환은 모임 장소의 대표격인 음식점과 Bar를 집 안으로 옮겨놓는 데서 시작한다.

 

2. 현대인의 생활양식 분석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활발한 2~30대 젊은이들의 생활 범위는 이제 한 도시 전체로 확대될 정도로 넓어졌다. 서울의 경우 하루에 들러야 할 곳이 두세 곳만 되어도 강남과 신촌을 거쳐 노원에 있는 집으로 가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중교통이 아무리 발달하여 과거에 비해 거리에서 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다녀가야 할 곳이 많아지고 다양해지면서 자동차나 버스 혹은 지하철을 타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은 꾸준히 늘어간다. 현대인은 그래서 바쁘고 시간에 쫓긴다.

서울특별시는 매우 큰 도시라는 의미에서 Seoul Metropolitan City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Metropolitan City의 지위를 가진 대도시는 그리 많지 않다. 도시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한국의 광역시들도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서울과 주변의 위성도시가 하나의 megalopolis를 형성하는 상황에서 다른 도시들은 서울에 비해 아직도 규모가 작다. 도시가 크다는 것은 곧 사람들의 집과 직장과 모임 장소가 위치한 곳이 다양하다는 것을 뜻한다.

분포가 다양해질수록 사람들이 불편하게 버스나 지하철을 오랜 시간동안 타야 하는 경우는 늘어난다. 예를 들자면 직장이 종로구에 있는 사람은 강남에서 회사 사람들을 만나 레스토랑에서 직장 업무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구로구에 있는 집에 밤늦게 돌아간다. 지도를 보면 커다란 삼각형이 그려지고, 이는 곧 공간의 이동을 통한 그 사람의 시간 손실이 많아짐을 뜻한다. 그런데 만약 구로구의 자택에서 모임을 진행한다면 어떨까. 그 사람은 하루의 비용을 강남구에서 구로구까지 가는 시간만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강남구에서 모이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송파구 주민이 모임 중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등포구 주민이 모임 중에 있다면 그 사람은 구로구의 회사원과 같이 시간적인 이득을 얻는다. 자택에서의 모임 진행은 결국 한 명 이상이 시간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업무에 관한 보고와 회의, 인간관계 조정을 위한 대화 등이 레스토랑과 주점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임 장소가 직장 내의 세미나실, 대학교의 반방, 대표적인 번화가인 강남역 주변과 신촌역 주변 등으로 제한되어 있고 모든 모임 장소는 일부 사람들의 집과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다. 모임 장소가 반드시 강남과 신촌 등의 특정 지역에만 한정되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암묵적인 합의는 일종의 헤게모니이자 지역에 따른 계급화를 낳는 근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 장소로는 번화가가 가장 적합한 곳이고 가장 '예의를 갖추어 사람들을 접대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특정 지역으로의 모임 장소 편중은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사람들은 어떤 한 사람의 집을 모임 장소로 삼자는 제안은 함부로 꺼내지 못했다. 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면 그 집 주인이나 그의 가족들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는 번화가의 음식점이나 주점에서와 같이 맛있는 음식이나 술 그리고 좋은 분위기를 곁들여 모임을 진행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만들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원룸과 오피스텔 형태의 주거 방식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 요즘에는 집안에서도 충분히 여러 사람들과 같이 모임을 가질 수 있다. 다행히도 현대의 남성과 여성들의 생활 양식과 의식 수준은 집과 모임 장소의 일체화가 현실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집이 몇십 명을 수용할 만큼 크거나 혹은 번화가의 유명한 재즈바처럼 화려한 인테리어로 그윽한 분위기를 낼 필요는 없다. 한국의 직장인의 소득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들의 인테리어 감각에도 부족한 점이 많다.

집안의 다른 사람들과 이웃집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집안에서의 모임은 언제나 가능하다. 더구나 원룸이나 오피스텔 형태의 집은 직장 근처에 있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는 사람은 공간을 이동하는 시간을 대폭 줄일 가능성도 있다.

 

 

3. '나의 집'이 가진 특징

가. 음식점과 Bar를 우리 집으로

문화를 선도하는 '나의 집'은 음식점과 Bar가 가진 시설을 집 안의 거실에 그대로 가져다 놓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실제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테이블과 테이블 위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메뉴판이나 소스 병 등을 마루의 한쪽에 자리해 놓는다. 다른 한쪽에는 실제 Bar에서 볼 수 있는 바 모양 가구와 에스프레소 기구 그리고 여러 종류의 시럽과 위스키와 칵테일용 주류를 진열한다. 실제로 이러한 시도를 한 사람 중에는 미국의 유명한 락 가수 Lenny Kravitz가 있다. 2001년 미국 최우수 Grammy Rock vocal상을 수상할 정도로 유명세와 실력을 겸비한 그는 자신이 번 돈으로 화려한 인테리어의 집을 만들어냈다. 집안에는 실제 Bar나 Nightclub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어서 마치 이곳이 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집은 많은 소득을 얻는 연예인의 특성상 일반인과는 다르게 호화롭게 꾸며놓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러한 집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2장에서 논의했듯 그와 같이 음식점이나 Bar를 집으로 가져온다는 근본적인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일반인들의 집에서 활용 가능하다.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간단한 다과 정도를 대접하는 일은 흔하지만, 직접 집 주인이 음식과 칵테일 등을 실제 음식점이나 Bar처럼 꾸며놓은 집에서 만들어 대접하는 일은 매우 획기적이다.

사람들은 같이 모여 일을 추진할 때 항상 딱딱한 직장 안에서 공식적인 태도를 취하며 회의와 브리핑 위주의 커뮤니케이션만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대화의 딱딱함을 보충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편안한 분위기의 음식점과 카페와 주점을 찾아 그곳에서 못 다한 대화를 나눈다. 오히려 그러한 비공식적인 모임 공간에서 업무상 중대한 결정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모임 공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과 술이다. 즉 음식과 술과 분위기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얼마든지 모임 장소로 적합하다는 뜻이며, 이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형태의 집이 곧 모임 장소로 적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집 주인이 직접 음식과 술을 만들어 모임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문화는 충분한 효율성을 가지고 정착할 수 있다.

나아가 현관 쪽에 카운터와 비슷한 공간을 두어 우리 집에서 먹고 가는 사람들은 나중에 집 주인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다시 사줄 것이라고 약속하고 돌아가게 한다면 아름다운 '오고가는 정'의 문화가 더욱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가게에서 지불하는 현찰은 집 안에서 '보은의 정'으로 전환된다. 또한 '나의 집'이 가지고 있는 적합한 모임 장소로서의 풍경을 여러 장의 이미지나 UCC 등으로 편집하여 자신의 블로그나 싸이월드 등에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더욱 더 많이 찾아올 것이다.

단 거실이 가지고 있는 주거 공간의 특징은 유지한 채 모임 장소의 성격을 거실로 가지고 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기능은 비록 진부하지만 거실에서는 빠질 수 없는 기능이다. 공간이 좁더라도 모임 장소를 위한 시설과 개인적인 거실을 위한 시설은 같이 놓을 수 있고 이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어 결과적으로 거실은 두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주변의 조명 등을 활용하여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거실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따로 만들어 놓아서 원래의 집이 가진 이기적인 측면을 거실의 이타적인 측면과 함께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집에서 책을 읽거나 업무 관련 자료를 읽어보면서 업무의 효율성과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공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직업의 경우 연구실은 더욱 더 필요하다. 연구실에 들어간 사람은 남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하며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있는 환경 속에 놓여야 하고 마지막으로 한 자리에서 여러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집의 공간이 남을 경우 따로 방을 만들고, 방이 없는 경우에는 거실의 구석에 책상과 서재 등을 집약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나만 쓰는 공간의 특성을 그 이외 공간의 특성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나의 집'은 남을 위해 지나치게 개방한 공간이라는 비판을 줄일 수 있으며 이기심과 이타심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공간을 확정해 낼 수 있게 된다.

 

나. 내가 만든 생산물의 특별함

산업 사회와 자본주의가 발달하여 분업과 특화가 기본적인 생산 방식과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기 전에는 우리 조상들을 비롯한 전 세계의 대다수 사람들은 집 안에서 혹은 마을의 소규모 집단 속에서 직접 생산 활동에 참여했다. 그중 집 안에서 직접 요리를 한 다음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문화는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매우 보편적인 문화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비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사랑방으로 불러서 집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자신들의 이론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고, 영국과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도 관료들은 자신들의 집에 동료 관료들을 초대하여 함께 만찬을 즐겼다. 오늘날과 같이 신촌과 강남 등 집 밖에 번화가에서 모임 장소를 정하는 일은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된 이후에 생긴 문화이다.

현재 백화점의 지하 1층 식품매장이나 동네 베이커리 등에 가면 'Homemade Cookie'라고 쓰인 제품을 볼 수가 있다. 집에서 만든 과자라는 뜻을 가진 이 과자는 다른 사람들을 집에 초대했을 때 예쁜 그릇에 차와 함께 담아 내놓는 대표적인 과자이다. 하지만 그 Cookie가 진짜 'Homemade'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집에서 직접 만든 과자가 아니라 과자점에서 사온 과자인 만큼 정성이 덜 들어있다. 정성이 가득 담긴 과자를 직접 만들어 집에 초대한 사람들에게 대접한다면 어떨까?

하지만 혹자는 집에서 음식이나 술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제공해주는 활동을 경쟁력이 없는 활동으로 무시하기도 한다. 그들은 도시의 번화가가 가지는 자본과 기술이 워낙 우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임 장소로 멋진 맥주집이나 근사한 레스토랑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임의 목적은 본질적인 목적이든 수단적인 목적이든 상관없이 우선 '인간관계 증진'이기 때문에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문화보다 더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해주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내가 직접 만드는 생산물은 정성의 실현과 인간관계 증진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나아가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면 음식점이나 Bar를 그대로 가져온 독특한 인테리어와 타인을 향한 정성과 함께 일정 수준의 요리 솜씨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평소 요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행위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만이 이 문화를 실천할 적임자이다. 최근 젊은 남성들도 여성 못지않게 요리를 잘 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지니고 있고, 요리나 주조를 배우러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집과 모임 장소의 일체화 문화는 최근의 이러한 사회적 경향과도 자연스럽게 흐름을 같이 한다.

 

다. 사람들을 끌어오는 비법

같은 모임 장소이지만 번화가의 가게들과는 달리 인간적인 유대감을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집이라면 사람들은 집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집이 가지는 인간적인 면모이다. 집 주인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호의적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이 집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충분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필요한 조건은 번화가의 수많은 가게 못지않은 분위기 조성이다. 분위기를 조성해야 신촌의 레스토랑, 강남의 재즈바 대신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는 명목이 생긴다. Bar를 집에 설치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홍대 앞이나 삼청동 등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보여주듯 그리 많은 remodeling을 거치지 않더라도 몇몇 소품과 벽지 등을 활용하여 충분히 집을 꾸밀 수 있다. 집 주인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사람들은 즐겁게 집으로 찾아올 수 있다.

 

4. 지금 대학생인 나를 돌아본다

나는 아직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학생이기 때문에 지금 제안하고 있는 새로운 '나의 문화'를 당장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집과 모임 장소의 일체화를 통한 인간관계의 증진이라는 면은 대학교 신입생이 많이 갖는 MT에서 엿볼 수가 있었다. MT 장소는 그날의 집이자 그날의 모임 장소이기 때문이다.

여러 동아리에 소속되어 다양한 곳으로 MT에 참여했던 나는 지난 1학년 1학기에 다양한 MT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주고받고 그들과 인간적인 유대를 다졌다. 특히 연세대학교 중앙재즈동아리 So What은 용인동백지구의 한 별장에서 신입생들의 MT 시간을 가졌는데, 나는 이곳에서 동아리 구성원들과 각자의 음악 성향에 대해 토론하고 앞으로 1년간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임에 필요한 음식은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 재료를 가지고 나와 친구들과 선배들이 힘을 합하여 밖의 정원과 안의 부엌에서 직접 만들었고, 술 또한 나름의 독특한 방식으로 섞어서 같이 마셨다. 비록 초보적인 수준의 요리였지만 음식과 술 만들기는 한 공간에서 집과 모임 장소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나가는 문화가 가지는 커다란 이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

 

5. 결론

나의 문화는 점점 파편화되고 개인주의적으로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 제동을 걸고 직접 만든 음식과 술이라는 기제를 이용하여 인간적인 유대관계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집과 모임 장소가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은 집 주인에게 공간의 축소를 통한 시간의 자유를 가져다주며, 그것은 곧 집 주인의 업무의 효율성 증진에도 기여한다. 이 새로운 문화는 주거 공간의 변화를 유도하며 집을 더 이상 나만의 공간으로 유지하지 않는다는 사고방식의 전환을 이루어낸다. 또한 이 문화는 요리에 대해 관심을 더욱 가지고 있는 나를 비롯한 현대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실효성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직접 만들어 정성이 깃든 음식과 술을 통해 딱딱한 직업적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인간적인 가치를 실현한다.

머지않아 나는 사회에 진출하여 원룸이나 오피스텔 형태의 집을 구할 것이고,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여러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것이다. 그때 나의 집을 모임 장소로 활용하여 사람들과 더욱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그들에게도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젊은 층에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5년전 예나 지금이나 생각은 그대로여서 흠칫 놀랐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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