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이상

칼럼/삶 2011. 5. 18. 12:13

  이상(異想)의 사전적 정의는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각주:1] 이다. 철학에서는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상태절대적인 지성이나 감정의 최고 형태로 실현 가능한 상대적 이상과 도달 불가능한 절대적 이상으로 구별할 수 있다." 뭐 이런 식으로 말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이상이란 공부와 일에 치여 사는 대학생이 연애를 하고 싶어할 때, 그 연애에 대해서만 분야가 한정된 이상이다. 異想이라는 한자가 바뀌지는 않으며 다만 직역하면 '다른 생각'이라는 점에 미루어보아 평소의 공부와 일 중심의 라이프스타일과는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는 데 이 '이상'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소개팅을 나갈 때나 평소에 이성적으로 호감을 갖던 여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든 잘 아는 사람이든 만나러 갈 때 나는 집을 나서기 전에 나의 사상과 라이프스타일을 180도 돌려놓으려고 애썼다. 그렇게 해야 상대방을 만났을 때 평소보다 많이 웃게 만들고 남자로 느껴질 모습도 많이 보여줄 수가 있었다. 평소 집-학교-집의 경로를 밟으며 공부와 일에만 몰두하고 있을때 나의 모습은 내가 보아도 이성을 배척하고 '쟤 좀 이상해'라는 말을 들을 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굉장히 까칠한 외로운 4차원 괴짜이다. 그래서 그 모습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 나는 상당히 의도적으로 자아의 전환을 추동해야 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그 격차가 크지는 않더라도 나름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일상생활 속에서 제일로 추구하는 가치와 제일 기분 좋다고 생각하는 사물과 분위기와 태도가 연애의 이상 세계로 넘어갈 때 어떻게 바뀌어야 타당한지를 고민하였고, 그 결과 아래의 비교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얼마 전 면접 준비에 관해 고등학교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하던 도중 면접용 자아, 면접용 라이프스타일로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선배가 나에게 해준 말은 면접을 하기 이틀 전부터 그 회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고, 평소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과 논쟁의 성격을 가진 말을 많이 하고, 평소보다 옷차림과 화장품 사용에 신중을 기울이라는 조언이었다. 자연스러운 전위를 가진 나에게서 면접 합격이라는 강한 양(+)의 전위를 끌어내기 위해 그러한 사전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마음가짐의 변화가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오래 소요되지는 않는다. 선배와의 이야기가 끝난 뒤 나는 이처럼 면접용 자아도 있지만 소개팅용 자아, MT용 자아, 교수님 면담용 자아도 다양하게 산재한다고 확신했다. 사람은 겉으로 자신이 다중 자아, 다중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드러내고 말하지는 않지만 분명 속에서는 자아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혹은 의도에 의해 강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게 나에게 해당되는 일상과 이상의 비교표이다. 

  일상

 이상

 낮

 밤

 정돈됨

 흐트러짐

 클렌저

 향수

 커피

 칵테일

 지적, 묘사

 반어, 상상

 사실적

 비현실적

 플래너

 낙서

 일렉트로니카

 어쿠스틱

 자존심

 즐거움(쾌락)

 배려

 애정

 부족에 주목

 풍족에 주목

 형광등

 백열등/할로겐

 사무실, 마을

 거리, 공원, 산, 바다

 친절

 밀고 당기기

 개운함

 나른함

 연설

 속삭임

 나를 사랑, 나에게 관심

 너를 사랑, 너에게 관심

 지적 욕구

 식욕, 성욕, 美에 대한 욕구

 



이 비교표는 아직 상당히 미흡하며 더 추가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있는 항목이 삭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 여러분의 일상과 이상 비교표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평소 자신이 하던 일을 잘 하다가 갑자기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을 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렇게 굳이 표를 만들어보고 자아를 돌아볼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각자 비밀 수첩에 중앙선을 긋고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1. 네이버 국어사전 참고 [본문으로]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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