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나는 Barry Manilow의 When October Goes를 연습하고 있다. 처음에 잠깐 A로 4마디 Intro가 있고 그 다음부터 1절이 시작할 때는 E로 진행되다가 1절이 끝난 다음 Bridge가 되면 G로 바뀌는 곡이다. 조성이 많이 바뀌고 재즈 느낌이 나는 곡의 특성상 코드가 정말 다양하다.
 F#m7     B9b5 B7b9     E7sus Emaj7      Amaj7       D#m7b5 D#m7/G#         G#7b9         C#7sus      C#7 C#7b9
and when october goes the snow begins to fly. Above the smoky roofs I watch the planes go by.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나는 그 곡의 조성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피아노를 칠 때는 내가 치는 모든 음의 '계이름'을 생각하면서 친다. 건반을 누르기 전에 내가 누를 건반의 계이름을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은 내가 그 곡을 장악하고 완전히 이해함을 뜻한다. 어떤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든 기타로 연주하든 노래를 부르든 나의 연주에 대한 계이름을 실시간으로 떠올리지 못하면 그 곡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시작부터 끝까지 해낼 수가 없다.

When October Goes의 복잡한 A minor의 4마디 Intro를 열 번이나 반복해서 연습했지만 마지막 마디에서 나는 계속 막혔다. 오선지를 뚫어져라 보면서 하나 하나 음을 짚어보기도 하고, 마지막 마디의 코드가 무엇인지 조합을 통해 알아내기도 했지만 첫마디부터 다시 치면 꼭 마지막 마디에서 막혔다. 나는 마지막 마디를 피아노로 치기 전에 그 마디의 음들을 계이름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자동적으로 실시간으로 계이름이 입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왼손은 '시 시b 라b 시 미', 오른손은 '미 (레파시b) (레파시) (시레파#솔#)' 이었는데 이 계이름들은 내가 손으로 마지막 마디의 건반을 누르기 전에 당연히 생각이 나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렇게 계이름을 실시간으로 생각해내지 못하면 막히게 된다. 조성이 A라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점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나는 매우 익숙한 흰건반 뿐이 없는 C 조성으로 이 마지막 마디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조성이 C로 바뀌어도 계이름은 그대로지만, C 조성으로 음을 하나 하나 조옮김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실시간으로 생각해내려고 훈련하는 그 계이름을 '생각의 과정과 동시간으로 보이고 들리는 C 조성의 건반'을 통해 배우기 때문에 훨씬 계이름의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 나는 어떤 조성의 곡을 연주하든 실제로 손가락으로 만지는 음은 그 조성의 음이지만 뇌 안에 그려진 계이름의 오선지는 언제나 C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첫번째 마디부터 마지막 마디까지 4마디를 A가 아닌 C로 실시간으로 연주해 보았다. 첫번째부터 세번째 마디까지는 계이름을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A인 악보를 보고 쳐도 C로 바로 바뀌었다. 네번째 마디는 하나하나 조옮김을 하는 과정을 거친 이후부터 앞의 마디처럼 실시간으로 연주가 되었다. 조성을 A에만 한정지어 연습했다면 이 마디에서 맨날 틀렸을 것인데, 틀을 깨고 곡에 다시 접근하니 해결책을 찾았다. C로 연습해서 실시간 연주가 가능해진 다음 나는 다시 A로 바꾸어서 연주를 했는데 역시나 끊김이 없었다.

이후의 마디들도 연습을 하다 보면 막히는 부분이 있을텐데 그때마다 C로 바꾸어서 연주해보는 연습 방법을 취해야겠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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