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의 휴가를 받고(연가라고 아시나요)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군부대라는 공간적 한계 때문에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요, 상점들이 영업을 시작하는 9시가 되기 전에는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각종 결제를 하고 그 다음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레에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계획을 짜 보았어요. 남들이 일하지 않는 아침에 인터넷은 일하고 있다는 게 저한테는 참 고마워요.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 결제를 위해서는 수첩과 체크카드와 보안카드와 USB를 이렇게 펼쳐놓고 결제할 것들을 체크해 가면서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요. 돈 내기도 꽤나 복잡한 일인 것 같아요. 이번에는 공인인증서 재발급까지 해야 돼서 더욱 더 복잡하네요.
 
 위에 제가 쓰는 수첩 3개가 보이네요. 제일 작은 건 군부대에서 제가 건빵주머니에 넣어놓고 다니면서 선임들이나 영외자들의 말을 받아적거나 그날 할 일을 프랭클린 플래너 형식으로 정리해놓는 New PD 수첩이구요, 왼쪽 위에 있는 색깔 종이의 6공 다이어리는 일주일 단위로 1주부터 96주까지 한 장(두 페이지)씩 마련해 놓은 공군 생활 중의 장기계획 수첩이에요. 그리고 오른쪽 아래의 프랭클린 플래너는 입대 전 사회에 있을 때까지 한창 썼던 놈이구요. 이 세 가지 수첩을 번갈아 보면서 다음 휴가가 올 때까지의 한두 달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게 휴가 중에 제가 치르는 중대한 의식이에요. 

  그리고 네이버 N드라이브에 제 증명사진을 올려놓았어요. 사지방(군 PC방)에서 시험을 접수할 일이 생기더라구요, 그 때 사진이 필요하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생각난게 네이버 N드라이브였어요. 아울러 집에서 쓰던 유틸리티 몇개도 슬쩍..

  시계와 외장하드가 고장이 나서 한 9시 정도가 되면 전화해 보고 오늘 고칠 수 있는지 알아볼 거에요. 그리고 1달 동안 잠자던 제 검은색 핸드폰을 114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에게 깨워달라고 해야 돼요. 9시쯤 되면 출발해서 제가 들러야 하기로 예정된 곳을 하나하나 최소 동선으로 찍어가면서 구입을 하고 상담을 하고 그런 일들을 할 거에요. 

  마지막으로 외출을 위해서 군에서 쓰던 지갑을 사회에서 쓰던 지갑으로 바꾸고, MP3와 각종 멤버십카드/할인카드를 꺼내고 자주 가는 장소나 자주 보는 사람들을 따로 적어놓은 수첩을 꺼내고 집에 놓아둔 좋은 화장품을 쓸 거에요.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다 보면 휴가가 참 길다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군바리 기질을 잠시 전환해 놓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저 자신이 그동안의 세월에 따라 얼마나 다른 사회적 자아에 길들여져 있었는지를 느끼곤 해요.

  지금 저에게는 군 생활이 일상이고 휴가가 비일상이에요. 일상에서 비일상, 비일상에서 일상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신중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 것 같아요. 복잡하지만 언제나 저는 이 사실로 위안을 삼곤 하지요. 제게는 이곳 서울에서의 제가 현실의 자아이고, 저곳의 삶은 꿈결 속에 빠르게 흘러갈 뿐. 마치 4일 동안 깨어 있다 다시 한두 달의 긴 수면에 빠지는 겨울잠 동물처럼 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정말 시간은 금방 갑니다. 진짜 훅~ 갑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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