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나는 정기적으로 들러야 될 것만 같은 사이트가 생겼을 때 즐겨찾기 폴더에 열심히 등록을 해놓곤 했다. 그리고는 언젠가 기회가 날 때마다 이 사이트들을 한번씩 클릭하여 방문하고 지금까지 업데이트된 정보를 가져오자고 마음을 먹었다. 사이트의 종류는 여러 가지 전문 분야를 다루고 있는 국내외 뉴스와 저널, 내가 관심갖는 사람들의 블로그, 공모전 포털과 카페, 장학재단, 음악 관련 카페와 아티스트 및 레이블 홈페이지, 음반/컴퓨터/의류/소품 쇼핑몰 등이었다. 이렇게 종류별로 나뉘는 사이트는 종류별로 폴더에 정리해 놓았다. 조금 더 정기적으로 이러한 사이트를 방문하게 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나는 RSS(Really Simple Syndication)라는 인터넷 상의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고, 바로 이 기능을 사용하였다. 한RSS(www.hanrss.com)를 휴학하기 전까지 쓰던 노트북의 IE 메인페이지로 띄워놓은 것이다. 정기적으로 들르는 곳이 비단 웹사이트 뿐이랴.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과 계속 인연을 주고받기 위해서 별 생각이 없어도 계속 만나게 되는 사람들 말고 '지인'들은 머릿속 한 그룹에 몽땅 모아놓고 윤번제로 약속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윤번제는 농담이지 절대 실제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의장 윤번제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에게 번호를 매기는 건 비인간적이다) 나는 그냥 핸드폰 주소록에 쓰인 이름들을 보고 이 사람 만난 지 좀 오래 됐네, 싶은 사람을 무작위로 집어 문자와 전화를 날렸을 뿐 정갈한 계획은 없었다. 즐겨찾기 폴더도 인터넷 익스플로러 안에 숨겨져 있고 수많은 사이트들의 목록을 마우스 포인터로 헤집고 다니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어서 내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겠다고 마음 먹은 사이트들은 단지 목록으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RSS를 열심히 보던 나는 어느새 귀찮아져서 결국 네이버를 메인 홈페이지로 바꾸고 메인에 뜬 뉴스를 충동적으로 클릭하는 우연적인 삶의 궤적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관심의 대상 중 항상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여기서 '지속적'과 '정기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지속적인 학습과 체험은 정기적인 독서나 웹사이트 방문과 동격이고 지속적인 연락은 정기적인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방문과 같은 말이다. 지속적인 관심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관심이 충분조건이어야 하는 경우가 우리 삶에 매우 빈번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나는 비정기적 관심보다 정기적인 관심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정기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들은 계속 변한다. 일정 범주 안에 있는 관심의 대상들이 변화하는 정도는 그 범주가 공유하는 주기에 따라 모두 같아서 변화를 관찰해야 하는 필요성도 같다. 즉 일정 범주 안의 대상들은 공평하게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한다. 사람은 일정 범주 안에 계속 묶여 있을 정도로 단순한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공평하고 질서 있는 관심이 힘들지만 앞서 말했던 내가 주기적으로 방문하기로 마음먹은 웹사이트 등에게는 그러한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정기적 관심은 오로지 나의 필요에 의해 수행하기 때문에 나 혼자서만 관심을 지배한다.

  관심의 대상이 여러 범주로 나뉘어 그룹화될 수 있고 관심을 갖는 행동이 정기적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내가 떠올린 이미지는 시계다. 초침과 분침과 시침이 있는 시계, 60초가 지나면 1분이 지나고, 60분이 지나면 1시간이 지난다. 24시간이 지나면 하루가 지난다. 그리고 나는 이 시계 메타포에 관심의 대상을 다음의 기준을 가지고 대입해 보았다.

  • 관심을 가져야 할 빈도: 이는 관심의 대상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와 연관된다. 단 여기서 같은 범주 안에 있는 관심의 대상은 같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관심을 가져야 할 빈도도 같다.
  • 관심의 실행 시간: 관심의 대상은 곧 내가 할 일에 대응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는 일도 있고 많이 걸리는 일도 있다.
  • 관심의 실행 가능성: 관심은 분명 가져야 하지만 그 대상을 보거나 만지거나 체험할 기회는 모두 다르다.
  • 관심의 대상이 변화하는 주기: 매일 업데이트되는 뉴스와 한달에 한번 업데이트되는 웹사이트의 차이는 분명 있다.

  기준이 2개를 초과하므로 2차원 그래프로 그릴 수가 없게 되었지만 아무튼 이러한 기준을 통해 초침과 분침과 시침을 결정한다. 관심을 가져야 할 빈도가 높으면, 관심의 실행 시간이 적으면, 관심의 실행 가능성이 높으면, 관심의 대상이 변화하는 주기가 짧을수록 초침에 가깝고 그 반대면 시침에 가깝다. 어느 침인지는 여러 기준이 혼합된 결과로 나타난다.
 
  침을 가지고 열심히 설명했으나 침 3개는 초기의 이해를 위한 메타포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보다 넉넉하게 태엽 바퀴 여러 개로 생각해 본다. 태엽의 이빨이 많으면 한 바퀴 도는 데 오래 걸린다. 태엽 바퀴 하나를 관심의 대상의 하나의 범주로, 태엽의 이빨을 위에서 말한 네 가지 기준에 따라 마련한 상대적 척도로, 태엽이 한 바퀴 돌면 관심의 대상이 범주 안의 다른 것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착안한다. 이렇게 하면 마치 기계와 같이 자신의 관심을 정기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가 만들어진다. 

  나의 경우 뉴스를 가장 작은 바퀴, 음악 관련 사이트를 그 다음 큰 바퀴, 그리고 제일 큰 바퀴는 공모전이나 아르바이트나 장학금 같은 정보를 담은 사이트로 하겠다. 뉴스를 30번 보면 음악 사이트를 10번 보고 그와 동시에 능력계발 정보 사이트를 2번 본다.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그룹으로 나누어 태엽에 집어넣어 돌릴 수도 있다. 그렇고 그런 사람은 가끔 만나고, 친하고 도움 되는 사람은 자주 만나는 그런 식의 생활도 계획을 통해 가능해질 수 있다. 나는 되도록 내게 부족한 따뜻한 마음을 키우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지만.

  나아가 위에서 착안한 침 그리고 태엽은 실제 눈에 보이는 제품으로 만들어졌을 때 계획적인 삶을 돕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본다. 50cmX30cmX10cm 정도의 플라스틱 판 위에 태엽을 놓고 각 태엽은 아래에 있는 색색깔의 '행운의 바퀴'와 연결되어 있다. 행운의 바퀴 위에는 방문할 웹 사이트의 로고가 써 있다. 태엽이 한 바퀴 돌면 행운의 바퀴가 한 칸 이동하고, 한 칸 이동했을 때 행운의 바퀴 중간의 버튼에 불이 켜지면 그 버튼을 손으로 눌러 모니터에 웹사이트를 띄운다. 웹사이트를 다 봤으면 레버를 당기는데, 레버를 당기면 가장 작은 태엽을 기준으로 한 바퀴 움직인다. 레버는 한번에 1회만 당길 수 있으며 버튼에 불이 켜져 있으면 그 버튼을 누른 다음에만 레버를 당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컴퓨터 옆에 tangible user interface를 가진 기기를 놓아두면 정기적으로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은 사이트를 방문하는 고된 작업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윤번제를 잠깐 얘기했지만 윤번제는 정치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사회를 구성함으로써 방법의 실효성이 나타나는 방법이다. 개인의 습관을 혼자의 힘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 방법은 습관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관심의 대상을 정기적으로 순회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의 대상에 대한 편리한 접근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위에서 말한 관심의 실행 가능성과는 다르다. 관심의 대상을 실행할지 말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결정하는 그 단계로 나를 이끄는 힘이 접근성이다. tangible user interface는 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구상해 보았다. 무엇이든 습관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접근성, 이것만 잊지 않으면 되겠다. 그리고 관심의 대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더 개방적으로 사고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범주를 나눌 때 기준을 조금 더 신중하게 적용한다면 지속적인 관심을 잘 가질 줄 아는 멋진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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