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webzer님>

    대학 생활 중에도, 그 이전에도 항상 하는 실수가 있다. 누구나 다음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자신의 의지 박약을 탓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전공 진입을 앞두고 학점을 잘 맞아 놓아야 하는 학기의 기말고사가 3주 앞으로 다가오자 하루종일 학교에서 나누어준 프린트만 계속 봤다. 방학 중에 학원을 하나 끊어 놓고 그곳만 다녀오면 그 다음은 몸이 쭉 풀려 계속 놀았다. 엄마나 여자친구가 부탁한 일을 별로 힘들지 않게 끝내놓은 다음 곧바로 내 할일 하러 도망간다. 타인에 의해 설정해 놓은 일정량의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의지를 툭 잘라내 버리는 심리, 어떻게 보면 주어진 것 만큼 하고 남은 시간은 자기가 편한 대로 쓸 수 있는 미국식 생활방식의 기본 원칙과도 같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자기계발에서의 차원이다. 남은 시간에 내가 편하다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때가 절대 좋을 수 없는 상황임을 가정하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모습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실수이지만 반드시 개선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충분히 실행 가능한 행동의 양을 20이라고 했을 때 우리에게 당장 주어진 의무는 15 정도이다. 추가로 5를 더 달성해도 내일의 일정이나 컨디션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추가적인 5는 나에게 다른 사람들을 앞서갈 엄청난 추진력을 주고, 남들의 6개월이 나의 3개월처럼 느껴지게 하는 분량이다. 하지만 15가 주어지면 우리는 15를 충족하고 만족하여 더 이상의 충족을 기피하고 혐오한다. 주어진 컵에 우유를 다 따랐으니 오늘의 분량은 이걸로 끝이다는 생각을 한다. 눈앞에 보이는 기준을 맹신하고 그것을 적극 긍정한다. 그 기준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나의 잠재력을 절대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만큼 어느 정도 쉽게 봐주고 묵인해 주는 기준이다.

  그래서일까, 자기가 주도하여 계획을 세우고 내가 추진한 일정과 내 손으로 얻어낸 정보는 대학교 학기 중에 바쁠 때에는 없다. 학기 시작으로 바쁜 3월과 시험 준비로 바쁜 시험 전 2주 동안의 프랭클린 플래너 속지를 보면 텅텅 비어 있다. 학교에서 주는 활동량이 있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내가 학업을 점층하려는 욕구보다는 주어진 것을 끝냈으니 남는 시간에 놀자는 욕구가 더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허한 하루를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자기주도적 발전의 시각에서만 공허한 페이지는 잘못되었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지를 평가하자면 주어진 것을 다 끝내는 일은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런데 적어도 시스템 다이어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공허한 페이지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의지가 약한 나의 한계를 존중하면서도 자기주도적 발전의 시각으로 계획을 멋지게 하고 싶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타인의 요구나 타인이 설정한 목표가 없는 시기를 타서 그 시기에 자발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오직 그 날의 성과는 내가 목표 설정부터 달성과 평가까지 총 책임을 지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열심히 행동하는 전략을 생각해 내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타인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기 때문에 의지가 쇠약해짐을 알기에 지금 움직인 것이다. 단지 시기만 조정했을 뿐인데 이를 통한 자기주도적 행동의 양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플래너에 나로부터 유래한 창조적인 생각이 계속 빼곡히 적혀 나가게 되었다.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 사람들은 흔히들 주변의 응원을 받거나 격려를 받거나 자신의 무능에 분노하거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한다. 짧은 시간 안에는 변할 수 없는 자신의 절대적인 능력과 잠재력을 더 높게 설정하고 무언가 더 임팩트가 큰 일을 찾아보려고 한다. 자기의 성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과 마음가짐은 모두 자기 안에서만 존재하는 허상이다. 쉽게 부풀릴 수 있지만 조직이 허약하여 금방 수그러든다. 그래서 허상을 만들지 않고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는 조건 하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중 한 방법이 위에서 말한 시기 조정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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