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다. 이전에 잡히던 일이 갑자기 되지 않고, 생활 패턴이 불규칙적으로 변하여 먹고 자고 노는 데에 있어 내가 자율적으로 통제를 할 수 없어질 때, 할 일이 앞에 쌓여 있는데도 그것을 가열차게 돌파하며 추진하거나 혹은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우유부단하게 떠돌아다니는 자기 모습을 볼 때 등등 슬럼프가 한 번 생기면 그걸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다.

  평소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컨디션은 그동안의 기분의 변화, 놀거나 공부했던 패턴과 같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되는 여러 차원의 흐름에 의해 결정된다. 좋은 컨디션을 가지고 있으면 한 달동안 혹은 한 학기동안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컨디션이 깨지면 한 학기를 망치게 되는데 나는 지금 컨디션을 조작할 겨를이 없어 혼란스러운 상태다.

  좋은 컨디션이 나에게 가장 지속적인 만족을 가져다주는 행복과 불행의 곡선으로 결정된다면 나는 언제나 그 곡선을 구체적으로 다이어리나 메모장이나 엑셀 스프레드시트 따위로 적어놓고 싶은 욕구에 가득 찰 것이다. 일분 일초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커다란 작업을 수행하면서 텍스트 파일이나 XML 파일로 남겨주는 로그와 같이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곳에 나의 일상을 분석하기 위한 자료를 열심히 입력해 줄 것만 같다.

 

 내가 생각한 모습은 이렇게 손목시계같은 곳에 나의 기분 상태를 입력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종류와 기간을 입력(몇시 몇분 몇초에 무슨 일 시작, 몇시 몇분 몇초에 무슨 일 끝 이런 식으로)해서 나중에 이 기계 정보를 무선으로 컴퓨터에 전송하여 분석 그래프를 보여주는 식의 모습이다. 일종의 통계를 이용한 맞춤형 바이오리듬, 그런 식의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 줄 수 있겠다.

 이런 기계는 나를 사랑하고 항상 멋진 모습으로 세상 앞에 서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단 조작하기가 매우 편리해야 할텐데 그러한 점은 나중에 버튼의 배치나 디스플레이 같은 세부사항에서 논의해도 좋을 듯 싶다. 요즘 같은 시대라면 너나 할것 없이 다 필요로 하는 것이 자신의 개인적인 역량을 실현시켜주는 에너지가 아닐까 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가장 최적으로 유지해 주도록 일상을 디자인하게 도와주는 나에 대한 데이터, 다이어리가 많이 팔리고 공부하는 방법이나 성공하는 법 그리고 시간관리 등의 책들이 많이 팔리는 시대에 왜 개발하지 않는 건지 궁금해진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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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yellow47.tistory.com Silver Eun 2008.12.20 22: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깨져서 기말 잡쳤어-_-

    1분 1초를 기록하다가는 리플레이 복기에 시간이 더 걸릴지도 ㅋ
    근데 진짜 그런 건 필요한것같아
    가끔가다 보면 내가 뭘 했는지,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잊어먹을 때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