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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GLPS(Global Leadership Program for Students)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사람의 삶 전체를 하나의 틀 속에 가두어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기숙사 안에서 일어난 일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모든 일은 학생과 PA(Program Assistant)의 확인이 있어야만 할 수 있었으며, 모든 물건은 관리되고 학생들은 수많은 규칙에 따라야 했고, 모든 학생이나 모든 PA중 한 명이라도 예외가 발생하면 그 예외 때문에 모두가 고생해야 했다. 수만 가지의 가능성과 그에 딸려 나온 막중한 업무, 하루 24시간 동안 잠시도 놓아서는 안 되는 주변 PA와의 긴밀한 협력 등은 인간이 만든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가만히 놓아두면 알아서 균형을 찾아가는 자연과는 달리, 인간이 만든 모든 물건들은 알아서 균형을 찾아가지 않는다. 쓰레기를 누군가가 버리면 반드시 그것을 다시 치워야 균형으로 돌아간다. 또한 한 개의 무언가가 새로 생기면 그에 따른 결과가 수백 가지로 이어진다. 때문에 함부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작할 수 없었으며, 함부로 캠프생들에게 자유를 줄 수 없었다.
 
  자연은 '스스로 존재한다' '스스로 당연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스스로 움직인다. 모든 것이 자동적이며 알아서 시작과 끝을 연결시켜 하나의 고리를 만든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활동과 그에 수반되는 모든 산물은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이 없다.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으며 관리와 시스템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시작과 끝을 연결시켜 하나의 고리로 만들어 일을 처리하려면 그만큼의 계획이 필요하다. 자연 속에서는 예외가 발생해도 그 예외가 얼마 못 가 저절로 사라지거나 저절로 일반적인 주변 사물에 편입되는데, 사람 사이에는 예외가 발생하면 문제를 일으킨 그 사람을 교육하거나 혼내거나 때리거나 해서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균형은 +와 -를 함께 조작함으로써만이 유지할 수 있다. 그냥 계속 무언가를 '한다'고 나중에 균형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인공물의 관리에는 그 세부 과정이 너무 다양하다. 그리고 기획하는 사람이 정해 놓은 세부 과정은 실제로 관리 안에 있어야 할 모든 과정의 일부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예외가 많이 일어나며 원하지 않는 과정이 새로 생긴다. 마치 티끌 한 점 없으면서 언제나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방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친구들과 함께 먹던 자장면과 짬뽕을 쏟았을 때, 그 사건으로 발생하는 방 안의 균형의 파괴는 이제부터 인간이 해야 할 일의 개수로 따져 보았을 때 엄청나게 크다. 캠프를 진행하면서 기숙사에 풀어놓은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시정하고 규제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부족한 Program Assistant로 그 아이들의 수많은 싸움, 물건 분실, 질문 등을 모두 받아주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특히 아이들에게 특정 시간에 무엇을 하라고 지시를 제대로 안 했을 경우에는 한 사람 한 사람 불러가며 일을 시켜야 했는데 그 일이 엄청나게 힘들었다. 나의 관리는 절대 완벽하지 않았고, 캠프생과 나 그리고 기숙사 삶의 균형은 하루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가능성 혹은 복잡성의 범위가 상당히 좁으면서 논리에 입각한 제어가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경우 관리는 매우 쉽다.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끝까지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획한 다음 시작과 끝이 이어져 반복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기만 하면 일이 끝난다. 하지만 인간이 행동에 개입하고 관리의 대상이 프로그램이 아닌 오프라인의 '세상' 즉 '인공물의 세계'일 경우에는 관리가 엄청나게 어려워진다. 완벽한 관리는 불가능해지며,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그에 따른 결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사방에 퍼진다. 물이 엎지러지면 그 물을 어떻게 다시 컵 안에 모두 집어넣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애를 써도 바닥에 한 방울도 남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자연처럼 당연하게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모든 인간 그리고 인공물의 관리에서 그 관리와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처음과 끝을 한결같이 하는 것밖에 없는 듯하다. '시종일관(始終一貫)'이라는 말이 바로 그런 뜻이다. 사람이 어떤 시스템 하나를 계획했을 때, 그 시스템은 큰 성과를 내든 작은 성과를 내든 일단 처음과 끝이 서로 이어지는 고리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한다. 기숙사에 들여보낸 학생들의 관리, 회사나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그러한 예이다. 고리의 크기나 넓이는 상관이 없다. 즉 일을 얼마만큼 벌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며 얼마의 비용을 사용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먼저 충족해야 할 조건은 과정이 끝나고 초기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가에 관한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최대한 쉽고 편하게 실현시키기 위하여 과정 내내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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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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