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양미술사를 공부할 때 위키피디아를 자주 쓴다. 쓰기 편리하면서 항목들이 풍부하게 다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은 본문 항목 하이퍼링크. 기존 두산 엔싸이버나 브리태니커보다 훨씬 하이퍼링크할 수 있는 항목이 본문에 많이 들어가있다. 이를 통해 지금 22시 현재 로마 미술까지 다 끝냈다. ^^

 위키피디아의 가장 큰 강점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위키피디아 자료를 작성하여 전세계인들의 자료 공유에 헌신하도록 허용하는 공동 저술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세계화와 정보화, 그리고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라는 현대사회의 키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지식 개발방법을 뿌리박은 셈이다. 기존 백과사전에는 백과사전 회사에 고용된 집필진들만 참여했지만, 이제는 위키피디아를 통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집필진으로 확보하게 되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Creative Commons에서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의 저조한 참여 문제, 즉 부족한 참여 인센티브가 위키피디아에서는 아무 걱정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알고 보니 위키피디아에 많이 참여한 사람들은 (많이 글을 작성하여 검증을 받은 사람들) 관리자와 운영진에 출마하여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될 수도 있는 등 정치적 재화를 끌어모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하게 된다. 역시 현대 사회에서는 정치적 재산이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공유가 미덕이 되고 있는 지금은 사유재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공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맥 그리고 명예가 더 강조되고 있는 듯하다. 나는 기쁘다.

 위키피디아의 또다른 혁신적인 가능성은 '내용이 신뢰할 수 있고 찾기 쉽게 항목별로 잘 정리된, 그리고 하나의 사이트 안에 존재함으로써 통일된 형식을 갖추고 있는' 웹문서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솔직히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해서 들어간 수많은 사이트의 내용을 쉽게 신뢰하기는 힘들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웹문서는 위키피디아와 같은 하나의 웹문서 데이터베이스로 수렴할 것이고 나머지는 경쟁에서 자동적으로 패배하여 물러날 것이다. (마르크스 이론인가..)

 그나저나 위키피디아로 계속 서양미술사만 찾다 보니 심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심심해서 내가 듣고 있던 d'sound를 쳐봤는데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고 주석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실망하며 혹시 클래지콰이가 있을까 검색해 보았다. 참고로 나는 영문 위키피디아를 쓴다. 아직까지는 영문판에 항목이 훨씬 더 많고 인터페이스도 더 깔끔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언어에 따른 권력의 집중화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뭐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본다)

 결과는 대만족. 한국의 어느 이용자가 자랑스럽게 클래지콰이에 대한 백과사전 정보를 무려 d'sound보다 3배 더 풍부한 내용으로 업로드해 놓았다. 기뻐하며 글을 죽 읽어내려갔다. 글은 My Name Is Samsoon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다라는 내용을 쓰면서 한국 신문의 인터뷰 내용도 인용했다. 심지어 My Name Is Samsoon에는 하이퍼링크가 있어서 이를 눌러보니 '내이름은 김삼순' 드라마에 대한 설명이 영어로 나왔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 나라고 참여 못할까. 나에게도 미치도록 관심이 많은 항목들이 있다. 누구나 자기가 남들보다 몇배는 더 잘 안다고 자부하는 항목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러한 항목들을 약간의 글쓰기 실력과 백과사전 형식에 대한 지식을 도구로 하여 서술해나가는 작업이 위키피디아가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원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한 가지 놀란 점 : 이 글을 쓰는 데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방금 떠오른 생각을 죽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앞으로 블로그를 쓸 때에는 방금 떠오른 주제에 대해서만 써 봐야지. 그럼 모든 포스팅을 10분 내에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이런 원리는 주관식 서술형 시험문제에도 적용될 듯하다. 시험 전주라 별 생각이 다 나는구만...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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