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한동안 쓰지 못하고 주저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완벽한 정리와 독창성, 이 두 가지를 과연 내가 모두 수용하여 실천할 수 있을까. 특히 독창성을 살려 나만의 개성이 묻어난 포스트, 남들이 전혀 발견하지 못했던 소재나 문체나 멀티미디어 소스로 이루어진 포스트를 쓸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하고 평가해 보았다. 완벽히 독창적인 컨텐츠는 블로그에 생명의 피를 공급해주는 동맥 혈관과도 같다고 믿는 내가 어느 순간 아이디어의 샘이 메마름을 느낄 때면 큰 곤경에 빠진다.


 이러한 고민이 내 머리를 맴돈 배경은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널리고 널려있는 포탈 사이트, 가지런히 정리되어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여러 홈페이지, 그리고 그러한 홈페이지 못지 않게 치밀하게 구성된 카페, 미니홈피, 블로그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들이 관심 갖고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지식과 생각과 감정들은 훌륭한 사이트 속에 거의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완벽함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방문과 관심을 받는 사이트들 아래에는 그러한 멋진 사이트들이 이미 소개해놓은 자료들을 전체도 아니고 일부만 스크랩해서 어설픈 편집 기술로 짜집기해 모아놓은 수많은 개인 블로그와 미니홈피와 카페가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완벽하게 자기만의 방법으로 근사하게 써 놓은 포스트를 가지고 있고, 그 포스트가 가지는 독특한 매력은 사람들의 높은 방문수로 이어진다. 그중 몇개는 '요즘 뜨는 이야기'가 되어 네이버 이야기맨의 공식적인 관심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독창적이면서 빛나는 컨텐츠는 몇 개 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글쓴이 자신만의 쾌락을 위해 끄적거린 볼품 없는 낙서에 불과하다. (나는 나의 글이 나만의 쾌락을 위해 끄적거린 낙서가 되는 것을 무척이나 경계한다)


  나의 블로그는 완벽한 데이터베이스일까? 나는 이것은 애시당초 포기했다. 이미 멋진 데이터베이스가 외부에 많이 구축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네이버, 구글, 수많은 기업과 정부 공식 사이트, 주제어로 검색해 봤을 때 가장 회원수가 많은 1등 클럽.... 내가 새로운 자료 창고를 내 블로그 안에 들여놓는다면 분명 그 창고는 질적인 면에서 후달릴(!) 것이다. (데이터베이스 사업은 진입 장벽을 가지고 있고 자연 독과점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남은 가치는 완벽히 독창적인 포스트이다. 내가 써놓은 글 하나하나는 다른 사람이 써본 적이 없는, 다른 사람이 멋지게 써보려 했으나 실패한, 혹은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무척이나 읽고 싶어하는 글일까? 이 조건들을 완벽히 만족시키는 글을 쓰기란 엄청나게 어렵다. 나는 이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글 하나를 쓸 때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블로거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독창적인 포스트를 나 스스로 개발해내어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와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것이 블로그의 가장 큰 목적과 가치이며 블로그를 관리하고 글을 쓰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라고 믿는다.


 원래 나는 효과적인 시간 관리법과 인간관계론 그리고 처세술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인터넷에는 나보다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너무 많았고 상큼하게 요약 정리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해놓은 카페들은 넘치고 넘쳤다. 싸이월드 광장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 상황에도 나의 글이 독창적일 수 있는 희망은 있다. 인터넷에 정리되어 있거나 혹은 떠도는 글들은 요약 정리이거나 나열 위주의 글들이 많았다. 한 가지의 매우 세부적인 주제를 깊숙히 파고든 끈질긴 포스트가 눈에 띄지 않았다. 세부 주제에 대한 주관적이지만 깊은 고찰, 그것이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며 내가 더욱 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완벽히 독창적인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계속 생각하고 구상해 보겠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완벽해지려 노력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내 블로그가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블로그일 때, 그 때 비로소 사람들이 진심으로 관심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2008. 2. 11.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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