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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이해관계가 배제된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상대방이 나의 예상보다 계산적이어서 손해를 보는 때보다 상대방이 나의 예상보다 단순해서 손해를 보는 때가 더 많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와 대학교 친구들을 떠올려보았을 때, 그들과 만나서 하는 일들과 그들과 보낸 시간들을 떠올려보았을 때, 나는 친구들이 계산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다가 결국 무리 중에서 나 혼자 약삭빠른 게 티가 난 적이 많았다.

  누구나 계산적으로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충분히 계산적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만나는 모임과 그렇지 않은 모임을 구분할 줄 알고, 이해관계가 없는 모임과 있는 모임을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첫 번째 부류의 모임에서는 정말 멍청할 정도로 말하고 행동하며 좋아한다. 웃음과 유머를 갈망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가 와서일까, 사람들은 최대한 계산하지 않고 머리를 비워서 오직 감성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서로를 즐겁게 해준다. 모임에서 사람들은 단순하다.


  반이나 동아리에서 술을 마시러 갔을 때 나는 끝까지 모임이 수그러드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몇 번 없다. 집이 멀어서 막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집에 일찍 들어오기 위한 갖가지 말들을 생각해내곤 했고, 그와 더불어 주위에 나와 맞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가까이 갈 수 있고 나와 안 맞는 친구들과 어떻게 자리를 띄워 앉을 수 있는지를 마구 연구하곤 했다. 내 눈 앞에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속으로 계산을 하고, 그들이 몇 잔 마신 얼굴로도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판단 때문에 더욱 더 신중해졌고 더욱 더 계산적으로 행동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숨길 수는 없는 법, 몇몇 사람들은 내가 너무 계산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는지 나를 갑자기 적대적인 태도로 떠밀었다. 그동안의 내 잘못을 반추해 보면 이렇다.


 지금도 약간 그런 면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없어졌다. 속으로 나의 일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계산을 해야 할 때라면 차라리 아예 모임에 참석을 하지 않는다. 조금 더 현명해졌다. 주위 사람들이 나보다 단순하기 때문에 계산적인 나를 깔보는 일은 더이상 있지 않도록 지금의 나는 계속 자신에게 긴장을 심어주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내가 잡생각을 모두 떨쳐버리고 긴장을 모두 풀어야 단순해진다는 사실이다. 긴장을 심었는데 곧 긴장을 풀어야 하다니, 그래서 이 두 개의 모순적인 상황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난제가 등장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단순하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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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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