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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텅 빈 내 책상을 바라보았다

  이제 한 달만 이 학교에서 지내면 2006년이 저물어가는 황혼에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이곳을 떠날 것이다. 물론 2월에 다시 돌아와 약간의 시간을 보내겠지만, 내가 이곳에 의무감을 가진 학생으로 남아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나는 편히 쉬려 한다. 기존의 나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거부하고 놀기보다는, 천천히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거꾸로 산책하며 길가에 놓여 있는 꽃 한 송이, 우람한 소나무 한 그루, 발을 헛디디면 죽을 만큼 위험한 외나무다리를 차근차근 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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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아침 나의 잠을 깨워준 고마운 트위티    
          
 오늘 IR 시간을 이용하여 누나가 찾아왔다. 누나는 14일 인도로 떠나 1월 4일 오기 때문에 12월 28일 방학식에 우리 학교를 방문하여 내 기숙사 방의 짐을 싣고 집으로 보내주지 못한다. 오늘의 이 큰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추운 날씨에 미끄러운 언덕길까지 이중고가 나와 누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결국 누나는 기숙사로 올라오는 언덕길에 차를 대지 못한 채 아래의 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누나가 학교에 오기까지 내 책상의 모든 책을 상자에 담고 여러 잡다한 물건과 서랍장과 책장을 한 곳에 몰아두었던 나는 오늘 열심히 기숙사에서 주차장까지 걸어서 5분 정도 되는 거리를 짐을 들고 걸어갔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누나와 친구들도 같이 짐을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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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꼬라지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 가기 전 이 메모를 붙여놓았다

  한 시간 만에 모든 일이 끝나고 나는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누나를 보냈다. 오늘은 학교 친구들이 모두 민족교육관에 모여 그릴 위의 삼겹살을 구워먹는 날이었는데, 짐을 집에 보내는 일 때문에 35분 정도 늦어 고기를 많이 집어먹지는 못했다. 그러나 짐을 모두 집에 옮겨놓았다는 기쁨과 방금 땀흘려 일하고 돌아온 보람이 겹쳐 맛있게 먹었다. 기온 영하 4도, 체감온도 영하 12도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민족교육관의 아늑한 돌담에 둘러싸여 우리들은 화목한 점심 시간을 가졌다.

  프랭클린 플래너도 오늘은 잠시 제쳐두고, 나는 피곤해서인지 오후 내내 잤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거의 텅 빈 내 책상을 바라보았다. 묵은 배가 싹 가라앉은 느낌과 내 어깨를 누르던 커다란 짐을 덜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했다. 이제 곧 떠날 사람이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둔 채 홀로 방 안에서 짐을 챙길 때의 기분, 내가 이 집에 머물게 한 모든 나의 기억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다짐을 하는 기분이다.

  사람이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났을 때 느끼는 감정은 뿌듯함과 홀가분함, 그리고 쓸쓸함인 것 같다. 오늘은 편히 쉬며 이러한 기분을 다시 더듬어 보고 내 마음을 정결하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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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2. 2.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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