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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D 수첩에 끄적거려 놓은 글자 뭉텅이를 잠깐 꺼내어 들여다보았다. 횡설수설, 순조롭게 읽을라 치면 곧 어처구니없는 말로 뒤집히는 문장에 내 자신이 놀랐다. 이 수첩에는 정돈된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오늘의 맹세 2006년 8월 27일 작성
   나는 이제 조기졸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확고한 주관을 세우고, 그를 바탕으로 대학 입학의 목표를 성취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겠습니다. 항상 안경을 쓰고 다니며, 외모를 과시하지 않겠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ㅠㅠ)
  친구들과의 필요없는 교류를 지양하고, 내 자신에게 충실하겠습니다. MSN 메신저는 학교 생활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의 친구들과의 긴박한 모임을 제외하고는 일절 접속을 하지 않으며, 주위 친구들이 떠들 때 제가 공부하고 있다면 계속 공부하겠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겠으며, 마음의 고요를 하나님으로부터 구하고, 친구들이 공유하고 있는 '도움되지 않는 문화'로부터 저의 육체와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제 자신의 평정을 잃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에게는 호의를 보이는데, 단 제가 주도적으로 저에게 맞는 분위기를 주선해 나갈 것입니다.
  말하는 것을 꺼리고, 한편으로는 좋은 이야기를 가끔 친구들과 나누어 제 자신을 친구들과 밀접하지도, 소원하지도 않은 제 나름대로 '이상적인' 인간 관계를 추구해 나가겠습니다.
  공부하는 삶의 뒤에 자유가 찾아오니, 오늘 먹으려던 달콤한 복숭아를 내일 먹는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학문에 정진하겠습니다.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고 행정 체계를 명확히 이해하여 학교 생활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날카로운 주의력을 가지겠습니다.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가족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결핍을 채우자 2006년 8월 29일 작성
  어느 시험이던지 다 맞는 것이 목표이다. 나에게만 집중한다. 항상 결핍을 채우는 자세를 갖자. 즉 지금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가, 무엇을 부족하게 여기는가를 잘 알고 그 후 행동에 옮겨 나를 지금으로서는 가장 완벽한 상태로 만들자. 예를 들어 지금 나에게 운동이 부족하여 자세가 바르지 않고 공부하다 쉽게 피로해진다면 운동 부족을 깨달은 후 운동한다. 주 3회 몇시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운동도 있지만, 이렇게 '내가 부족할 때마다 하는 운동' 은 큰 효과를 준다. 다른 일도 때에 맞춰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유연한 모습으로 결핍을 채우는 일이 될 수 있다. 항상 자신을 점검하고 결핍을 채우는 준비를 하면서도 일정과 계획에 충실하자.

 
대학 입시철의 생각 2006년 8월 30일 작성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인간성을 드러내되 반드시 그들은 인간성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웃음 없는 얼굴로 오직 실력, 될 수 있으면 눈에 보이고 측정 가능한 실력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좋은 점은 보여주고 단점은 숨긴다.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는 풀어져서 학생이 공부를 열성적으로 하지 못하게끔 하면 안 되며, 많은 인간적인 면의 교류와 함께 학업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충고와 훈계와 칭찬이 오고가야 한다.
  내 스스로 고민을 숨기고 있으면 그것이 크나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며, 나의 발전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선생님과 모든 것을 털어놓는 상담을 하자.
  고독한 존재는 끊임없이 자기 발전에 힘을 쏟기 때문에 이성과 판단과 도덕성을 갖춘 초인이 될 수 있다. 자신감과 겸손이 공존하여 잘한 일에 대해서는 나의 지위를 높이고, 못한 일에 대해서는 나중의 발전을 기약한다.
  자신감은 중요하다. 내 실력을 보이기 위해서. 겸손도 중요하다. 항상 나의 업적이 갖는 단점과 비판을 문제없이 수용하고 그것들을 치욕이 아닌 훗날의 발전을 위한 기반으로 삼기 위해서.
  글은 천천히 씹어보아야 한다. 빠르게 많은 책을 소위 속독하였다고 내가 그 책 속의 지식을 모두 알지 못한다. 세월이 지나면 다 까먹어버린다.
  이미 있는 인문학을 배우는 단계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진정 나의 지식으로 만들어 말과 글로 다시 지식을 가공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래서 인문학은 어렵다.
  친구들에게 '나는 오직 공부만으로 인생을 평가받고 싶다' 라는 의지를 보여주면 안 된다. 만약 공부의 부족으로 나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찾아온다면 그 때 나의 치욕은 상당하다. 따라서 실력이라는 속살의 겉에는 유머와 매력으로 무장한 두툼한 껍질이 필요하다. 진지하고 고독한 존재가 나의 본질이라면, 유머 있고 매력있는 존재는 나의 외면이 되어야 한다.

2006.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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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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