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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를 안 할때 우리의 마음은 풀어진다. 하지만 어떤 일에 몰두해야 되기 때문에 생기는 피로 같은 건 없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 이런 시간에는 일부러 졸지 않으려 치켜뜬 눈에 힘을 빼도 졸리지 않는다. 내가 특별히 한 곳에 온 정신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는 때, 그 때를 공부하면서 돌이켜 보았을 때 공부하는 나는 얼마나 괴로웠는가?

  이제 다시 공부를 하자고 마음먹는 당신. 책상 앞에 앉아 천천히 정신을 집중시킨다. 주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당신의 반경 50센티미터 주위를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고 있을 뿐 다른 곳은 어두컴컴해서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당신은 책 속으로 빠져들어 책 속의 줄글을 달려나갈 준비를 한다. 지식을 얻을 준비를 하고 풀어진 마음을 가다듬는다. 하지만 너무 공부에 몰두하면 오히려 졸리다.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그리고 깊은 집중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사색을 하듯 공부하면 졸리다. 풀어진 상태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머리를 맑게 하고 잡념을 흘려보낼 뿐, 나와는 친근한 사이에 있지 않았던 저 먼 곳의 새로운 지식을 정수리에 들이부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부할 때만큼은 다르다. 지식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생각에 잠겨 집중 상태로 들어가려 하면 졸리다. 단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심취하듯 공부해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 그러한 공부에서는 오히려 미친듯이 빠져드는 게 좋다. 그러나 다른 공부에서는 그렇지 않기에 방관자의 입장에서 공부하되, 습득할 지식은 다 습득해야 한다.

  공부는 그렇기에 공부 안 할때와 같은 마음 상태와 컨디션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특별히 책에 몰두하지 않아도 있는 지식을 남김없이 챙길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정확히 읽고, 마치 문장 사이의 글자, 글자 안의 자모 하나하나를 돋보기를 가지고 들여다보며 읽는다면 그 텍스트에 집중할 수는 있어도 집중을 통해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그래서 졸게 된다. 반면 텍스트를 아무 생각없이 소리내서 읽어보면 당신은 그렇게 공부에 몰두하지도 않으면서 책의 내용을 습득하고 있게 된다. 공부를 안 할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말을 하고 남의 이야기도 특별히 귀 기울이지 않고 다 듣는 것처럼 공부할 때에는 나의 '아무 생각 없는 상태' 를 이용해야 한다. 아무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지식을 배우느냐,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을 전환해 보는 건 어떨까.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도, 풀어진 상태에서도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고 TV를 보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상태에서도 나의 뇌는 정신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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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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