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편하게

칼럼/삶 2008. 7. 2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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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학교에 들어온 지도 벌써 1년 하고도 7개월이 조금 지났다. 오직 공부만을 하며 초기의 민사고 학생들처럼 그렇게, 미래를 위해 나를 설계하고 원대한 포부를 가지며 고등학교 3년 생활을 보내자는 나의 의지가 처음 그 화려한 시작을 알린 후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소심한 성격을 고쳐 활달해진 나, 그렇다고 처음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마음까지 소심한 성격과 함께 버려버린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본다. 2학년 1학기의 기말고사라는 내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고 큰 시험을 치르고 난 후 오늘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열심히 논 다음에야 진지한 자기 성찰이 뒤따를 줄은 나도 몰랐다.


 오늘 나는 나를 돌아보며 나 자신을 어루만져주기도 하고, 나 자신을 때리기도 한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지만 무엇보다도 앞서는 감정은 이제는 진지하게 나의 꿈을 좇아 살아가자는 내적 성숙이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많은 어려운-학업이 대부분이겠지만-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모든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그 자세로 남은 고2 생활을 마쳐야겠다고 순간 생각했다. 자신이 할 일에 충실하는 학생으로 꾸준히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편안함을 가져다주는지, 열심히 공부하여 그 대가를 조금이라도 맛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지금 나는 조기졸업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보다 1년 먼저 졸업하고 어떻게 보면 1년동안 할 공부를 못 하고 바로 대학으로 가는 형태이다. 바로 위 9기 선배들의 경우 참 조용하게 공부 열심히 하셨다. 그리고 노력에 합당한 결과를 얻고 지금 여러 대학에서 공부중이다. 나도 이들처럼 되어야겠다 다짐한 것은 1학년 생활이 끝나고 추운 겨울이 찾아왔을 때, 2006년 2월 쯤이었다. 그 후로 나의 목표는 뚜렷해졌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내가 달려갈 곳이 어디인지 잘 알고, 따라서 열심히 달려도 달리는 것에 회의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고한 목표가 있음과 동시에 그 목표를 향해 충실히 달리는 내가 있다는 것에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 계속 이러한 삶을 유지하면 종착지, 곧 나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이 생각이 나를 행복하고 또 편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오늘 뜻하지 않은 불안함을 느꼈다. 오늘 1시에 기숙사에 모여 선도부 10기, 11기 모두가 '삼정' 에 갔다. 많이 먹고 나서 노래방에도 갔다. 한 2시간 쯤 놀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엄청나게 열심히 불렀다. 노는 순간에야 나도 즐겁고 친구들도 후배들도 즐겁다. 그러나 오늘 나는 나의 마라톤 궤적에서 이탈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목표를 좇아 달리는 오랜 자신과의 투쟁의 궤적에서 잠시 왜곡되어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 기말고사도 끝났고, 남은 건 1주일 동안의 party time이라서 순간 궤적을 이탈했나? 아직 내가 가야 할 길은 먼데, 미리 종착점을 이곳으로 규정지어 비정상적인 안위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과 함께...


  결국 나는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1월 초, 그러니까 조기졸업 전형 합격자가 확정될 때까지 학업의 울타리 안에서 편안함을 찾자는 결심을 했다. 놀 때 당시에는 즐겁지만, 그 후에 자신을 돌아보는 일도 자신의 내적 성숙에 참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오늘 나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편안함' 은 자신의 의무와 충실히 싸우고 있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역설적일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그 힘든 공부를 하는 학생의 삶이 '편안한 삶' 일까? 하는 반문도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나의 마음 상태는 역설을 고귀한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2006.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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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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