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를 말하는 사람은 자신을 놀린다.
재치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놀린다.
풍자가는 세상을 놀린다.

  유머를 말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함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동일시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을 떼어 놓을 목적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진정한 본성을 드러낼 목적으로 모든 곳에 있는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많은 사람들은 담당한 일에 압박감을 느끼거나 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리고 유머는 심각한 태도를 없애주어 결국 회의와 같은 곳에서 일을 빨리 진행시키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유머가 없이 경직된 회의 질서와 이미 주어진 지식을 가지고 회의를 주도하면 질서에 순응하는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들만이 '창의적이지는 않아도 문제의 해결에 적합한' 답을 제시해줄 뿐이며, 그 때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경직된 회의에 지루함을 느껴 옆의 사람들과 계속 떠들고 회의의 진행을 방해한다. 바로 이 때 누군가의 유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유머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긴장이 완화되어 항상 진취적인 논의를 진행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너무나도 유머에 동참하여 본 문제에서 멀리 이탈하거나, 회의의 기본적인 규칙을 잊어버렸을 때 회의는 유머가 없는 진지한 회의보다도 더 비능률적으로 진행된다.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는 유머 감각은 없지만 정연한 회의 질서에 잘 적응하여 열심히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 그리고 둘째로는 유머 감각이 많고 고리타분함을 싫어하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만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이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은 각각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자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 모이면 유머가 없는 회의가 진행되어 자칫 창의적이지 못한 아이디어로 협의점을 모을 수가 있고, 후자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 모이면 각자 개성이 너무 강해 회의의 질서가 어지럽혀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적당히 섞여 회의의 형식적인 면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창의적인 답안으로 이끌어갈 노력을 회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회의의 의장은 기본적인 회의 질서 유지와 적당한 유머를 유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 간의 균형을 유지할 의무를 지닌다. 무조건 독단적으로 사람들에게 진지한 자세로 회의에 임해주기를 바라는 태도도 잘못되었으며, 의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여 회의자들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을 방관하여 회의의 공간이 무의미한 농담만이 오고가는 공간으로 바뀌게 내버려두는 태도 또한 잘못되었다. 유머의 내용이 회의의 내용과 완전이 별개의 내용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실은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내서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회의의 본 주제에서 이탈한 대화를 낳게 한다는 점에서 회의에 독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회의의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유머에 대한 중용의 자세를 가지고, 질서 유지가 합의점 모색의 지름길임을 뇌리에 깊게 인식한 상태에서 적절한 때에 유머를 던져주어야 한다.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에는 필요없는 잡담을 자제하고 진지한 회의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좋지만, 문제는 회의에서 그 아이디어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느냐에 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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